- 김정은 리설주 부부의 북한 패션정치 담론 “폐쇄에서 개방 사회로” [패션 키워드 상반기① 북한편]
- 입력 2018. 06.28. 14:47:43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올 상반기 최대 화제는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북한이 지난 2016년 2월 남북경협사업이었던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미국을 향해 미사일 쏘아대며 군사적 도발을 이어온 지 2년 4개월 여 만에 비핵화를 조건으로 협상을 제의하는 극적인 전환 국면을 맞았다.
김여정 김정은 리설주 현송월
모두가 반신반의했던 2018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데 이어 지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까지 변수 없이 개최되면서 오랜 시간 남과 북을 갈랐던 휴전선이 평화전선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인민복으로 일관하는 김정은의 모습은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미래를 열어야하는 리더의 고충으로 보인다. 이는 부인 리설주의 세련된 재킷룩에서도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자신은 보수적인 인민복을 끝까지 고수하면서도 부인에게 만큼은 퍼스트레이디의 글로벌 스탠더드 옷차림을 허락함으로써 북한이 더는 폐쇄정책을 고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을 움직이는 이데올로기는 사회주의임을 보여주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 개방으로 가고 있다고 하는 아직은 폐쇄사회라는 사실을 김여정과 현송월이 여실히 드러냈다. 무엇보다 김여정 현송월은 물론 리설주까지 비슷한 반 묶음 헤어를 해 폐쇄사회의 균일화를 감추지 못했다.
◆ 키워드 1. 김정은 인민복 ; 사회주의 지도자의 고충
세계 유일의 사회주의 독재국가 북한의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에 이은 3세대 수장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3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김정은이 사회주의 국가 수장으로서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인민복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그가 의도한 바가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전달됐다.
스위스 유학, 농구를 좋아하는 등 또래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그간 서슬퍼런 정치적 숙청을 이어가는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는 이들까지 얼어붙게 할 정도로 냉혹했다.
그러나 막상 정상회담이 나타난 김정은은 나이에 비해서는 근엄한 모습이었으나 35세의 치기와 열정을 감출 수 없어 친근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그를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보이게 한 데는 인민복의 역할이 컸다.
무엇보다 김정은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두 같은 디잔인의 톤온톤 스트라이프 패턴 인민복을 입고 나와 자신만의 성장 차림처럼 예를 갖춘 듯한 모습을 보여줘 그가 입은 인민복이 같은 옷인지 다른 옷인지 궁금증을 높이기도 했다.
◆ 키워드 2. 리설주 제키룩 ; 개방사회로 가는 길
김정은의 인민복 보다 대중들의 관심을 끈 것은 퍼스트레이디 리설주의 살구색 스커트 슈트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행사로 진행된 북한 예술단 공연을 앞두고 사전 점검을 위해 지난 1월 21일 앞서 한국을 찾은 현송월과 2018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있었던 9일 방남한 김여정이 대중에게 각인된 ‘북한 여성’ 이미지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리설주는 전혀 달랐다.
리설주에 관해 한국인들은 북한 TV를 통해 동그란 얼굴의 귀여운 이목구비를 갖춘 단아한 이미지임을 짐작만 할 수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4월 27일 오전까지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리설주가 판문점에 나타나자 이를 지켜보던 이들 모두 탄성을 자아냈다.
리설주는 퍼스트레이디 패션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재키룩으로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글로벌 스탠더드를 보여줘 시선을 끌었다.
사이드어웨이 칼라의 5부 소매 크롭트 재킷과 니랭스 스커트의 세트업인 이 슈트는 한국의 퍼스트레이드 문정숙 여사의 스카이블루 앙상블과 어우러져 다정한 모녀 케미스트리를 이뤄 친근감을 더했다.
특히 블랙 스틸레토힐과 클러치까지 유행을 흐름을 적절하게 수용해 퍼스트레이디로서 나무랄 데 없는 드레스코드를 갖췄다.
리설주의 재키룩은 옷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폐쇄사회로 알려진 북한이 세계의 흐름에 눈과 귀를 막고 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 정치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 키워드 3. 김여정 현송월 오피스룩 ; 여전한 폐쇄사회
2018 평창올림픽으로 시작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자리를 지킨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여정과 삼지연 관현악단장 현송월은 북한 내 여성 리더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리설주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시선이 쏠렸다.
리설주가 개방사회로 가는 북한의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김여정과 현송월은 사회주의 국가의 현재 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투영한 존재로서 패션에서도 이 같은 측면이 드러났다.
2018 평창올림픽 즈음에 한국을 찾은 이들은 깔끔한 오피스룩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드레스코드를 유지했다.
김여정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과 달리 다소 경직된 드레스코드로 정치인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냈다. 노칼라 재킷과 스커트 혹은 팬츠로 컬러로 기본에 충실한 옷차림을 갖춰 북한 대표 자격으로 자신의 무게감을 유지했다.
현송월 역시 김여정과 스타일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블랙 원피스의 허리부분 장식, 퍼플 니렝스 스커트 등 디테일과 컬러 등 디자인에서 남다른 취향을 드러내 예술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