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통일 일꾼이냐, 빨갱이XX냐, 영화 ‘남과 북’ 다시 만든다.
입력 2018. 07.02. 11:02:48

영화 '남과 북'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평화와 화해의 흐름 속에서 영화계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통로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당국은 물론 민간 사회단체 등도 영화계와 긴밀하게 관계를 유지 소통하는 통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통일부는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통일 관련 시나리오와 홍보영상물 공모에 나섰고, 부산문화재단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연계, 유의한 결과물 도출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부산문화재단은 ‘부산발 남북문화 교류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을 개최, 특히 영화부문에 집중된 의견을 취합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영정 박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 통일문화연구팀장)는 오늘의 남북 관계를 바탕으로 ‘남북문화교류 전망과 과제’를 상세하게 제시했다.

그는 이날 포럼의 ‘부산지역 남북문화교류 사업 제안’에서 “영화의 거점 도시인 부산의 특성을 살려 북한의 문화의 전당-조선예술영화촬영소, 부산국제영화제-평양국제영화축전 등 교류와 협력은 조기 추진 가능하다”라고 개진했다.

영화제작사측은 훨씬 적극적이다. 이미 3~4개 영화사가 제작스태프를 구성하고, 투자 배급사와 협의 중인데, 대부분 북한 영화계와의 합작을 희망하고 있다.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도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북측과의 접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 영화 ‘남(南)과 북(北)’이다. ‘남과 북’은 고 한운사(1923~2009) 선생의 역작으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기덕 감독이 신영균, 최무룡, 남궁원, 엄앵란 등 당대의 스타들을 출연시킨 1965년 작품이다.

‘남과 북’은 지금까지 나온 ‘공동경비구역JSA’(감독 박찬욱),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배종), ‘강철비’(감독 양우석) 등 남북관계를 다룬 영화에서 교과서로 사용된 작품이다. 특히 원작자인 한운사 선생이 작사를 맡고 곽순옥이 부른 영화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작곡 박춘석)는 수십만 이산가족과 같은 민족끼리의 전쟁을 겪었던 수천만 민족의 깊은 슬픔을 일깨운 노래로 유명하다.

한운사 선생은 영화 ‘빨간마후라’(감독 신상옥), ‘아낌없이 주련다’(감독 유현목), ‘현해탄은 알고 있다’(감독 김기영)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명감독들에게 작품을 남겨준 작가인데, 선생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이 ‘남과 북’이다. 선생은 ‘남과 북’에 대한 당신의 애착을 회고록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전쟁(한국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었다. 이 전쟁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시작되었으며, 그들(강대국)의 이익에 따라 휴전되었으며, 그들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지금껏 휴전 상태이다. 그들이 원해서 전쟁이 일어났고, 그들이 원해서 통일이 안 되는 것이다.”

‘남과 북’이 개봉한 1965년은 암울한 군사정권의 시대였다. 영화인들은 그들에게 대항할 힘이 없었고, 그 결과 가혹한 검열에 의해 선생의 집필 의도는 영화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이 영화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은 여기에 있고, 이 소식을 영화계에서 반가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영화를 60여년이 지나 ‘남과 북 2019’(가제) 으로 만드는 사람은 공정식 감독이다. 청주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한 그는 ‘키다리아저씨’, ‘공필두’ 등을 연출했고, 금관영화제 단편부문상을 수상했다. 그는 스승인 김수용 감독에 의해 한운사 선생의 시나리오 ‘남과 북’과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남과 북’에 관해 교육을 받았다.

‘남과 북’의 저작권 확보 경쟁은 올해 상반기 영화계의 화두이기도 했다. 최근 공정식 감독은 한운사 선생의 장남 한만원씨와 협의를 통해 시나리오 ‘남과 북’의 판권을 양도받았다. 판권 확보 후 본격적인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돌입한 그는 관계 당국을 통해 북측 영화인의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은 꿈을 꾼다. 남과 북의 스태프가 어우러지고, 남과 북의 배우가 뒤섞이고, 남과 북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듯한, 그런 꿈을 꾼다. 이 꿈은 공정식 감독만의 꿈이 아니다. 남북 영화인의, 우리 모두의 꿈이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전까지 이 세상을 지배해온 남북의 견고한 편견의 장벽에 이 꿈이 커다란 구멍을 낼 수 있을까. 이 꿈에 앞장 선 공정식 감독은 ‘통일 일꾼’이 될 것인지, 또 누군가에 의해 ‘빨갱이 XX'가 될는지 속단은 어려우나 그가 읊었음직한 “밤길 위에도 쓰고 새벽길 위에도 쓰고 / 끊어진 남과 북의 철길 위에도 쓰리라 / 조국은 하나다라고” (김남주의 시 ’조국은 하나다‘에서)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질 영화 ’남과 북‘을 응원한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영화 '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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