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나르키소스’. 임신 출산이 형벌이 된 현대 사회에서 던지는 메시지
- 입력 2018. 07.23. 15:28:02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관객과 직접 대면하는 연극의 속성상 실험적 시도들은 생생하게 피부를 파고들어 더 충격적이고 그래서 더 관객들을 감정적으로 만든다.
연극 ‘나르키소스’는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선택권을 요구하는 최근 페미니즘 운동과 맥을 같이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 연극은 임신과 출산이 이뤄지는 공장과 그 곳에서 일하는 특정 존재들이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또한 출산 작업 과정에서 생산량을 채운 ‘특정 존재’는 ‘특별한 사람’으로 신분이 상승될 기회가 주어진다.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사람들과 목표량이 달성된 후 주어지는 임신 출산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특권. 이 연극은 한때는 여성의 특권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인간의 생존과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생산 수단으로 끌어내린다.
이는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의 부정과도 연결돼 더욱 의미심장하게 폐부를 파고든다.
이 연극은 사랑을 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파이에 의해 사멸돼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되살리는 시도를 한다.
목표량 달성에 근접한 케이와 에이, 이들을 관리하는 충직한 브이.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와 신분 상승의 기회 안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 그러나 기존 체제를 거스르는 파이의 행동은 전염병처럼 그들을 파고든다.
최철 작가는 ‘반도체소녀’ ‘물 아래 뜨는 달’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문학적으로 세련되게 풀어가는 역량에 탁월하다. ‘나르키소스’ 역시 로맨틱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전개된다.
‘나르키소스’는 오는 26일부터 8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소재 스튜디오76에서 공연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