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 함무라비’ 이엘리야, 꿈 쫓는 이도연에 공감한 이유 [인터뷰]
- 입력 2018. 07.24. 15:09:40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배우 이엘리야가 ‘미스 함무라비’의 이도연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간 악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이엘리야였지만, 실제로 만난 이엘리야는 이도연과 닮은 부분이 많았고 보다 더 순수했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는 이상주의 열혈 초임 판사, 원리원칙 초엘리트 판사, 현실주의 부장 판사로 이뤄진 민사 44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스 함무라비’에는 극의 주된 인물인 판사, 소송을 제기한 피고와 원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판사가 효율적으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속기실무사, 법원 소속 공무원, 경위들의 이야기도 함께 다뤘다.
그중에서도 속기 실무관 이도연으로 분했던 이엘리야는 전작에서 보였던 악녀 이미지를 완전히 떨쳤다. 2013년 데뷔 후 줄곧 악역을 맡았던 바. 이번 작품에선 누구나 선망할법한 완벽한 커리어우먼을 표현,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이엘리야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에 최근 서울 강남구 킹콩 by 스타쉽 사옥에서 시크뉴스와 만난 이엘리야는 겸손을 표했다.
“이번 작품에서 이도연이 특별해서 ‘재발견했다’고 하는 것 보다는, 제가 오랜만에 이런 인물을 연기해 그런 평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악역을 하면 악한 감정을 많이 안고 있어서 에너지 소비가 많거든요. 이번 작품에서는 일상적인, 편안한 연기를 오랜만에 하니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법원 속기사는 다른 작품에서도 심도 있게 다루지 않았던 캐릭터였다. 이에 ‘미스 함무라비’ 작가이자 문유석 판사는 실제로 법원에서 근무하는 속기사와 이엘리야의 만남을 주선하며 이엘리야가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속기사님이랑 직업적인 부분과 인물에 대한 것들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속기사로서 궁금한 것과 심지어 ‘사무실을 어떻게 세팅해놓으세요?’라고 묻기도 했어요. 물론 드라마 소품팀이 준비하지만 제가 있는 사무실이기 때문에 뭔가를 추가하고 ‘이도연 사무실’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함부로 메모지를 붙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속기사님에게 직접 사진을 받아서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드라마에선 책상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실제 속기사는 이엘리야에게 ‘재판 시 판사는 못 보는 증인들의 행동, 말투, 눈빛 모든 것들을 속기사가 기록한다’고 전했다. 속기사는 역사를 기록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가 없다. 이 역시 드라마에서도 다루는 바. 한세상 부장이 잡아내지 못했던 특징을 기록해 한세상에게 ‘판결 시 참고하라’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도연은 완벽한 일처리로 부장판사 한세상(성동일)에게 신뢰를 얻고 있으며 사생활에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 계약직 속기사로 근무하면서도 고가의 패션 아이템으로 치장하는 것은 물론, 판사보다 비싼 스포츠카를 끌며 저녁 회식 중에는 ‘밤에 하는 일’ 때문에 자리를 먼저 뜨기도 했다. 이에 이도연을 둘러싼 루머가 그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이도연은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제가 만약 이도연처럼 그런 루머에 휩싸이더라도 이도연과 같은 ‘밤에 하는 일’이라고 할 것 같아요. 낮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밤에 하는 일이니까요. 새벽 감성에 젖어서 글을 쓰는 일이잖아요. 그것들을 오해하는 것은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 차이라고 봐요. 또 여자가 ‘밤에 하는 일’이라고 하면 ‘여자가 밤에 하는 일은 왜 그런 오해를 받을까’하는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여자도 밤에 하는 일이 많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오해가 되는 것들을 감독님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 비롯해 이도연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거나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고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했다. 이에 이엘리야도 이도연에 접근할 때 명확한 감정에 중점을 뒀다.
“감정을 전달한다기보다는 초반에 정보를 많이 얘기해야했기 때문에 ‘이 감정이에요’라고 명확하게 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명확한 인물이 가진 명확함이라고 표현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하려고 했죠. 후반으로 갈수록 류덕환 씨와 같이 연기를 했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이 만들어갔지만 극 초반에는 담백할 수 있게 연기를 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그것들을 심심하지 않게 잘 살려주셔서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극 중에선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입’이 자주 등장한다. 이도연이 정보왕(류덕환)과 첫 데이트를 기다리며 읽고 있을 때, 시집을 놓고 자리를 먼저 떠나 정보왕이 건네줄 때,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첫 만남 당시 이도연이 정보왕에게 건네준 시집이 ‘입 속의 검은 입’이다. 이도연과 정보왕의 관계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은 듯 해보이지만, ‘입 속의 검은 입’은 사랑을 주제로 담고 있는 시집은 아니다.
“그 시집을 통해서 이도연이 가진 깊이를 얘기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저도 그 책을 읽어봤지만 글과 내용이 매우 좋고 또 기형도 시인의 세심하고 차분한 감성들이 느껴지거든요. 책을 읽고 있으면 같이 차분해져요. 그게 어쩌면 기형도 시인이 가지고 있는 진실한 힘, 수많은 책 중에 그 책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도연이의 깊이와 사고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짜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도연이었잖아요.”
다른 주인공들보다 이도연은 주로 꿈을 이야기했다. 계약직으로 적은 월급이지만 ‘진짜 이야기’가 있는 법원에서 계속 근무하며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 극의 말미 이도연은 박차오름(고아라)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방송국 드라마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실제 저의 말처럼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보시는 분들도 옆에서 얘기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요. 그만큼, 제 말로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노력을 했죠. 사실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어요’라고 표현하기 어려워요. 정말 저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오는 여러 가지 마음이 있었어요. 저도 도연이 같은 과거는 없었어도 꿈을 꾸지만 힘들고 그럼에도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이엘리야가 이도연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엘리야 역시 글을 좋아하고 직접 쓰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 이엘리야는 문유석 작가가 자신과 나눈 대화를 통해서 이도연에 이엘리야를 투영을 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더 깜짝 놀랐죠. 작가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도연에 투영을 해주신 건지는 몰라도 저도 진짜 저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지금은 시를 쓰고 있어요. 에세이는 부끄러워서 못하고 제가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제가 찍는 사진에 저의 글을 쓰는 산문집을 꼭 내고 싶어요. 연출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시나리오를 쓰는 것 까지요. 연출의 영역은 아직 제게 너무 멀어요.(웃음) 하지만 40살 됐을 때는 모르는 거니까….”
2013년에 데뷔해 매년 한, 두 작품씩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이엘리야다. ‘미스 함무라비’도 ‘작은 신의 아이들’과 함께 촬영해 체력적으로 힘든 면이 있었지만 행복하다고 웃음 지었다.
“쉬지 않고 계속 해야죠. 사실 돌아보면 1년에 한 편정도 했어요. 장기 드라마였기도 하고 미니시리즈인데 8개월을 찍기도 했죠. 이제 더 열심히 해야죠. 그런 시기니까요.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저 프리랜서잖아요. 계약직이니 일하는 게 행복해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킹콩 by 스타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