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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류덕환, 군대서 채우지 못한 인간애를 정보왕으로 [인터뷰]
‘미스 함무라비’ 류덕환, 군대서 채우지 못한 인간애를 정보왕으로 [인터뷰]
입력 2018. 07.24. 17:27:07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미스 함무라비’는 배우 류덕환에게 2년 동안 결여돼 있었던 인간애를 채워줬다. 또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멜로의 가능성을 열게 해줬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에서 류덕환은 민사 44부의 초엘리트 임바른(김명수)의 절친한 친구 정보왕으로 분했다. 정보왕이라는 이름답게 법원 내 모르는 소식이 없었고 모든 판사들의 정보를 꿰고 있었다.

지난 2년간 군인 신분으로 살았던 류덕환은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군대에선 느낄 수 없었던 인간애를 느꼈고, 이를 이번 작품으로 채우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도 대본이 가장 재밌었다고 강조했다.

“군대에서 우연찮게 ‘개인주의자 선언’을 봤었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같은 작가님이 쓰신 대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팬이 됐죠. 그리고 군대라는 집단 자체가 인간적이지 못해요. 집단 자체가 계급으로 나눠져 있으니 눈치도 많이 봐야하고 인간적인 류덕환보다는 작대기 달고 있는 것으로 나를 판단해요. 그러니 빨리 제대하는 것이 목적이 되고 인간애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보왕은 인간을 가장 좋아하는 친구였고,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요. 정확하게 지켜야할 것을 지키고 하지 말아야할 것을 겁내면서 지키려고 하다가 변화하는 인물이죠. 정보왕을 한다면 제가 채우지 못했던 모습을 역할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양한 에피소드와 세세한 인물들의 묘사를 설명한 ‘미스 함무라비’는 민사를 주로 다뤘기에 시청자에겐 공감으로 다가갔다. 직장 내 성희롱을 비롯해 사회에서 외면 받고 있는 약자, 가정폭력, 이혼 후 양육권 분쟁, 직장 내 부조리 등을 그리며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류덕환이 와 닿았던 대사는 극 말미, 수석부장(안내상)이 성공충(차순배) 부장에게 한 직언이었다.

“수석부장이 성공충에게 ‘후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냐’는 말을 해요. 그게 저도 요즘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를 좋아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에피소드를 들려주는데 과연 이게 맞는 건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얘들에게 잘하는 것일까’ ‘나는 말할 기회라도 줬나’ ‘나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한 적이 있었나’ ‘함께 고민을 나눠본 적이 있었나’하는 생각이요. 이제 갓 30대지만 이제 조금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지고 인생의 과도기를 지나가는 나이다보니, 그 대사가 울림 있게 다가왔어요. 진짜 그 대사를 말하려면 나이가 더 있어야겠지만 지금은 그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특히 정보왕은 속사포처럼 빠른 대사 처리와 방대한 양을 자랑했다. 류덕환의 전작 ‘신의 퀴즈’에서도 주로 선보였던 형식이었기에 류덕환은 법 용어를 구사해야하는 정보왕의 대사에 부담감은 적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법 용어가 많지는 않아요.(웃음) ‘신의 퀴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예전에 공연 ‘웃음의 대학’ 같은 경우에도 대사로만 2시간을 채워야하는 작품에 참여해보니 이제 대사양에 대한 것들은 겁이 없어졌어요. 이번 같은 경우에도 말은 많지만 ‘신의 퀴즈’의 한진우처럼 토씨하나 안 틀려야하는 애는 아니니 괜찮았어요. 조금은 융통성이 있고 편하게 바꿀 수 있게 감독님이 수용해주셔서 부담 없이 했어요.”

‘미스 함무라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인터뷰를 진행한 김명수, 이엘리야 모두 입을 모아 류덕환의 애드리브를 극찬했다. 김명수는 류덕환과 호흡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를 배웠다고 했으며 이엘리야는 ‘사전에 얘기되지 않은, 생동감 있는 연기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류덕환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애드리브를 물으니 배우, 제작진, 감독까지 다 달랐다고 너스레와 자랑을 표했다.

“애드리브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후회 없이 하려고 하다 보니 하게 돼요. 또 반응이 좋으면 오버하게 돼 있거든요. 성동일 선배와 애드리브 하는 게 비슷한 것 같아요. ‘대사를 모두 소화하고 그 외에 텀 있는 부분만큼은 채워주자. 방해하지 말자’라는 생각이거든요. 작가님이 쓰신 글을 침범하지 않고 다 소화한 다음에 장면 뒤에 올 것 같은 상황들을 하는 거죠. 또 저는 애드리브가 단순히 웃긴 것보다는 상대 배우와의 관계가 명확히 될 수 있는 애드리브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스 함무라비’는 류덕환에게 가능성을 열게 해준 작품이었다. 주로 장르물에 출연했던 류덕환도 멜로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으며 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대중들의 관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는 “반성하고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신의 퀴즈’에서도 러브라인은 있었죠. 하지만 ‘신의 퀴즈’에선 멜로 외에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임바른(김명수)의 친구로 있지만 이도연(이엘리야)에 집중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더 ‘해냈다’는 느낌이 들어요. 키스신도 했고요.(웃음)”



키스신을 찍기 전 ‘트라우마가 있다’며 걱정하는 이엘리야에게 류덕환은 선배로서 또 정보왕을 맡고 있는 배우로서 조언을 했다. 이는 지난해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키스신 장면이 트라우마가 된 이엘리야의 낮아진 자존감을 높여줬다.

“트라우마는 자신이 만드는 거라고 했어요. ‘미스 함무라비’에서의 키스신은 누가 봐도 이도연이 리드하는 것이고, 이를 워너비로 삼는 여성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죠.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자신이 못하는 일들을 드라마에서 대신 해주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이런 작은 장면이 너무 멋있어 보일 것 같았어요. 물론 저도 리드하고 멋있게 보이고 싶었지만 정보왕이라면 안 그럴 것 같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왕이 이도연에게 다가가고 싶으니 더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봐요.”

자신이 연기한 부분이 어떻게 방송됐는지 확인하는 모니터링은 배우에게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부족함을 느끼고 차기작에서 보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류덕환에게 모니터링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다.

“영화 ‘우리동네’의 모니터링을 하는데, 극 중에서 옷이 구겨진 채로 나오더라고요. 그게 계속 보였어요. 저한테 자괴감이 들었죠. 당시엔 어려서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왜 그게 눈에 들어온 건지와 연기를 보기에도 부족한 시기에 다른 부분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그게 지금까지 남아있어요. 누군가가 내가 어색하거나, 은연 중에 하려고 했던 것들이나 나만 알고 있는 포인트를 남에게 들킬까봐 겁이 나는 시기요. 지금도 그렇다고 하기에는 시간이 지난 것 같고, 하지만 그게 연장선으로 돼버려 모니터링을 못하는 습관이 유지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미스 함무라비’는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난 내년 봄에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면 전체를 봐야겠다고 생각을 한 류덕환은 연출로 시선을 돌렸고 이에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현재에도 단편 영화를 제작하며 꿈을 키우고 있는 류덕환은 “연출은 계속 할 생각”이라고 뜻을 밝혔다.

“상업영화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장, 단편을 계속 쓰고 있어요. 연출을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는 분들에게 폐가 안 된다면 저도 하고 싶어요. 장편을 쓰다 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주제 혹은 그 주제가 내포하고 있는 배경상황 등이 포함되다 보니 지루해지는 부분도 있고 깊어지는 부분도 있어요. 다 쓰면 좋은 작가님을 찾아서 재밌게 만들어서 돈 벌자고 해야죠.(웃음)”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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