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 화려함 뒤 아쉬움…어쩌면 너무 복합적이었던 장르 [씨네리뷰]
입력 2018. 07.25. 00:00:00
[시크뉴스 이원선 기자] 어쩌면 시작부터 어려웠을 수 있다. 한국판 SF 영화라는 기대를 불러모았던 영화 ‘인랑’은 그 속에서도 멜로, 느와르, 액션 등 다양한 장르들이 접목되어 있다. 이는 누군가는 신선하게, 또 누군가는 산만하게 각기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영화 ‘인랑’은 남북한 통일준비 5개년 계획 선포 이후 민생이 악화돼 혼돈에 빠진 2029년 대한민국에서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와 그들을 진압하는 특기대 비밀조직 인랑의 대결을 그린다. 그리고 짐승과 사람 사이에서 고뇌하는 임중경(강동원 분)의 정신적인 성장을 담아낸다.

오시이 마모루의 일본 원작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인랑’은 원작 감성에 남북한의 통일 준비 5개년이란 배경을 새로 입혀 ‘한국판 SF 영화’로 태어났다.

김지운 감독이 근 미래로 눈을 돌린 ‘인랑’은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사이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는 등 전운이 감돌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존을 위해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을 선포한다는 가장 한국적인 설정으로 시작된다. 통일 한국이 아시아의 신흥강자로 부상할 것을 경계하는 주변 강대국의 무역 봉쇄와 원유 수입제한 등의 경제 제재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민생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반통일 선봉에 선 무장 테러단체 섹트를 등장시키며, 그에 맞서 대통령 직속으로 강력한 무장력을 갖춘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케 한다. 이로인해 분단 체제하에 공고하게 권력이 핵심에 머물렀던 정보기관 공안부는 입지가 좁아지게 되고, 특기대 말살을 위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며 세 세력 간의 숨막히는 전쟁과 대결이 펼쳐진다.

강동원은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이자 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 역을, 한효주는 자신과 닮은 외로움을 가진 듯한 임중경에게 끌리는 인물이자 자폭해서 죽은 빨간망토 소녀(신은수 분)의 언니 이윤희를 연기한다. 정우성은 특기대를 지키는 훈련소장 장진태로, 김무열은 임중경에게 친구의 다정함과 적의 비열함을 보이는 공안부 차장 한상우로 분했다.


이 이야기 속에는 SF부터 액션, 느와르, 그리고 스파이 장르까지 섭렵돼 있다. 일반적으로 SF 영화라 생각하면 미래를 다루는, 그렇기에 첨단기기가 난무하는 영화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랑’ 속 SF 장르는 분단 한국에서만 가능할 설정인 통일을 앞둔 혼돈의 미래를 그린다. 거기에 배우들의 액션과 감정이 섞인 스파이 장르가 추가되며, 음모와 배신이라는 느와르적 세계 안에서 목적을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등장인물들이 영화 상 긴장감 속에 움직인다.

복합적인 장르라는 점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오히려 너무 풍성하기만 한 채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가장 아쉬운 점은 ‘멜로’ 장르다. 강동원과 한효주가 그리는 멜로를 보고 싶어하는 영화팬들이라면 ‘인랑’ 속 두 사람의 멜로 연기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개연성이 부족했던 두 사람의 이끌림은 오히려 현실적이긴 하지만 영화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함이 없었다.

또한 공상과학을 주제로한 SF 영화를 생각했다면 이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인랑’의 배경은 2029년이기에 2018년의 배경과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정권의 교체와 기술의 발전이 있을 정도. 그 부분은 SF 만의 화려함을 가져오진 못 한다.

하지만 액션과 총격신에서는 화려함이 극에 달한다. 바로 이런 부분이 ‘인랑’의 아쉬운 부분이다. 어떤 장르에선 강함이, 어떤 장르에선 약함이 공존하다보니 오히려 복합 장르라는 점에 기대감이 높았던 영화 자체가 모호하게 돼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동원의 연기는 탄탄하게 극의 흐름을 뒷받침한다.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 강동원은 극 중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검은색 강화복 슈트를 입고 빨간 눈을 드러낸 가면을 쓴 그의 모습은 ‘인랑’ 그 자체를 표현하기에,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러닝타임 138분간 눈을 땔 수 없는 화려한 액션신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잔상이 남겠지만 아쉽게도 영화의 메시지는 확실하게 알기 힘들다.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원선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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