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시사 프로그램 전성시대, 연예인 목소리도 커진다
입력 2018. 07.30. 10:19:38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시사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진실을 추적하는 탐사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예능쇼 형식을 차용한 프로그램들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시청률과 사회적 영향력 모두를 거머쥔 JTBC ‘썰전’의 성공 이후 나타난 변화들이다. 정치인, 변호사, 교수 등 각종 전문가 채널이 출연하는 시사 토크쇼 편성이 각 방송사마다 필수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대중과 친숙한 연예인의 참여도 늘어나면서 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송사들은 이들 프로그램을 시사 또는 교양으로 묶고 있는데, 연예인 참여가 늘어나면서 아예 시사예능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썰전’을 비롯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MBN ‘판도라’, TV조선 ‘외부자들’ 등 시사 프로그램은 웬만한 드라마나 예능 오락 프로그램보다 시청률 면에서 앞서고 있다. 여기에 MBC ‘판결의 온도’는 좀 더 예능 측면을 강화하면서 특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사회자와 패널들이 출연해 주제에 따른 토론을 펼치는 토크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도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필두로 SBS ‘궁금한 이야기Y’, KBS2 ‘추적60분’, MBC ‘PD수첩’,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KBS1 ‘취재파일K’, ‘시사기획 창’,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등도 시사 토크 프로그램 이상의 심층보도로 시청률 상위에 이름을 올린다.

시사 프로그램의 주제는 사회 관심사를 반영하는데, 최근의 굵직한 현안이 정치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어 정치 관련 문제가 중요 이슈가 되고 있다. 정치 현안이란 늘 ‘편파방송’이란 꼬리표가 달리게 마련이어서 경직되고 조심스럽다. 이를 연성화시키기 위해 제작진은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인을 진행자로 또는 패널로 활용하고 있다.

‘썰전’은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구라, ‘판도라’는 가수 출신 방송인 배철수를 사회자로 내세웠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는 개그우먼 강유미가 참여해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란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판결의 온도’는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정훈과 개그우먼 송은이 2MC 체재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인 사유리가 패널로 참여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배우 김상중,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배우 김의성, ‘궁금한 이야기Y’는 배우 김석훈이 각각 진행을 맡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연예인 참여가 늘어난 현상은 최근의 정치 지형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촛불혁명 이후 진보 정치 세력이 전면에 나서면서 구태정치 혁신과 적폐 청산이 화두로 등장한 탓이다. 과거 정부에서 방송 제작진이 정권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에 정성을 쏟았으나 그에 충직했던 방송인들이 퇴출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연예인의 시사 프로그램 참여가 증가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소위 ‘블랙리스트’로 관리되던 문화예술인들의 방송 출연이 적폐 청산 과정에서 새롭게 방송 지형을 변화시킨 것이다. 개인적으로 방송에 출연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그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은 과거 정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제 연예인도 당당하게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힐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사망과 관련해 연예인들의 추모가 잇따른 것도 이제 더 이상 블랙리스트가 두렵지 않다는 연예인들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다. 방송인 김제동, 김구라, 배우 박중훈 등이 직접 조문에 참여했고, 방송인 김미화, 영화감독 변영주, 작곡가 윤일상, 개그우먼 강유미 등은 SNS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그들의 조문과 추모 글을 보면 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동시에 고 노회찬 의원의 정치적 행적을 존경하는 의미가 담겨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등장할 수 없다”는 방송사 메인 뉴스에 연예인들이 특별 초대되는 일도 이제는 다반사가 되었다. ‘JTBC 뉴스룸’에는 배우 조진웅, 강동원, 김태리, 임수정, 정우성, 김아중, 손예진, 김혜자, 안성기, 이정현, 김고은, 송중기, 가수 김창완, 지드래곤, 아이유 등이 초대됐다. 28일에는 영화 ‘신과 함께’의 주연배우 하정우가 ‘MBC뉴스데스크’에 출연했다. 메인뉴스의 연예인 특별 초대는 연예인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시사 프로그램이 모두 순항하지는 않는다.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썰전’은 지난 26일 방송이 불발됐다. ‘썰전’ 제작진은 “우리는 충격에 빠진 상태”라며 ”향후 방송 재개 시점 및 그 외 프로그램 관련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으며, 내용 정리가 되는대로 알리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8월 첫 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된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신 김어준의 지상파 TV 진출로 화제가 된 지 6개월 만의 종영이다. 제작진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시청자들의 시즌2 방송 요청이 적지 않지만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시즌2 방송은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방송가에서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폐지 이유로 ‘편파방송’ 지적을 들고 있다. 지난 3월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의원을 옹호하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 편파 방송 파문이 불거졌다. MC 김어준과 정봉주 전 의원이 평소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결국 제작진은 “사건 전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진실 규명에 혼선을 야기했다”고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이어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 중 중징계에 해당하는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시사 프로그램은 대세가 분명하다. 하지만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폐지 결정에서 보듯 매우 조심스런 콘텐츠이다.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다 보면 고질적 병폐인 이념 논쟁을 불러 온다. 모두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주제들이 대부분이다. 전문 이슈를 다루는 만큼 전문가 패널 출연이 필수적이다. 다만 정통 토론 프로그램처럼 시종일관 진지함만을 추구하는 경우 시청자들이 흥미를 잃기 쉽다. 패널들을 통해 프로그램의 전문성은 확보하되 연예인 출연을 통한 예능적 요소 강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사진=프로그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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