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작’, 총·액션·싸움 없는 첩보물이 가능한 이유 [숏리뷰]
- 입력 2018. 08.01. 09:44:43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1990년대를 거쳐 온 국민일지라도 흑금성에 대해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알려지지 않은 남과 북의 관계를 밀접하게 다룬 ‘공작’은 영화적 재미를 넘어 관객으로 하여금 역사를 되짚어 보게끔 한다.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석영(황정민)은 육군 정보사 소령으로 복무 중 안기부의 스카우트로 북핵 실상 파악을 위해 북의 고위층으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고 이전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주변 지인들을 속이는 것부터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위장하고, 노력 끝에 북의 외화벌이를 책임지고 있는 대외경제위 리명운(이성민) 처장을 만나게 된다.
사업가 박석영을 완전하게 믿지 못하는 리명운은 여러 단계에 걸쳐 박석영을 시험한다. 이를 먼저 간파한 박석영은 리명운에게 신뢰를 얻어내고 이어 북한의 최종 권력층, 김정일 위원장까지 만난다.
영화 초반부터 막이 내릴 때까지의 긴장감은 일정하다. 한 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끔 높은 긴장감을 조성하고 유지하기 때문. 극 중 모든 인물들은 서로를 속이고 이로 인해 관객들은 마치 실제 현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했기에 피 튀기는 액션이 없어도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이 됐다. 또한 영화 곳곳에 배치된 실제 보도된 뉴스들이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하며 현 시대 인물들의 실명, 대기업 명, 제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의 상황 등의 상세한 설정들은 ‘흑금성’의 존재를 알았던 혹은 몰랐던 관객 모두에게 남과 북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더불어 1990년대 후반의 한국, 중국, 북한 분위기를 잘 살린 것이 특징이다. 극 중 박석영과 리명운이 처음 만난 음식점인 고려관, 깔끔하게 정돈된 평양 시내와 달리 가난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구룡강 인근 장마당, 박석영이 김정일 위원장을 대면하게 된 김정일 별장 등의 장소들은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과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박석영을 맡은 황정민과 리명운으로 분한 이성민의 연기엔 흠이 없다. 수많은 작품을 해왔던 이들이지만 전작의 느낌은 전혀 찾을 수 없으며 완벽하게 실존 인물로 변신한 황정민, 이성민에겐 ‘공작’이 또 하나의 대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를 사실적으로 그린 ‘공작’은 한국 첩보 영화의 대표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영화의 재미를 위해 허구를 더하지 않았기에 그 이상의 가치를 구현해 낸 ‘공작’은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싸워온 것인가.
‘공작’은 오는 8월 8일 개봉 예정이다. 러닝타임 137분 12세 관람가.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