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랑', 김지운 감독에게도 어려운 도전 [인터뷰]
- 입력 2018. 08.01. 17:42:28
- [시크뉴스 이원선 기자] 오시이 마모루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한국형 SF 영화 '인랑'이 베일을 벗은지도 일주일이 흘렀다. 영화애 대한 평가는 화려한 액션에 대한 호평과 개연성 없는 이야기 흐름이라는 혹평으로 나뉜다. '인랑'의 메가폰을 잡은 김지운 감독 역시 호평과 혹평이 뒤섞여 있는 반응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특히 '인랑'은 지난 1999년 제작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견량전설'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SF 영화라는 점이 대중들의 기대감들 더했다.
김지운 감독이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화로 결심한 이유는 "한국에서 SF 느와르를 해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원작에서 나온 상징적인 것들을 많이 가져오되, 지금 우리가 느끼는 위기 의식 중 하나인 통일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풀어보고 싶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인랑' 제작 배경에 대해 말했다.
베일에 쌓여 있던 영화가 대중들에게 공개되기 전부터 '인랑'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인랑' 김지운 감독의 작품들은 끊임없는 도전이었고 그에 따라 관객들이 갖는 신선한 카타르시스도 있었기 때문이다.
데뷔작 '조용한 가족'은 코미디에 공포를 혼합했고 '달콤한 인생'으로는 느와르 물에 도전했다. 이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통해 만주 웨스턴 장르로 풀어냈고 '밀정'으로 느와르 물에 스파이 정서까지 혼합했다.
다양한 작품들을 해왔지만 '인랑'은 또 색달랐다. SF라는 장르에 액션 스파이 느와르적 감성을 모두 녹여낸 그의 또 다른 도전작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시크뉴스와 만난 김지운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과연 사람들이 제정신인 상태로 야만적인 행동들을 했을까에 대한 생각들에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집단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생각과 말로 자각하고 알게되는 과정을 그리려고 했다"라고 '인랑' 시작점에 대해 말했다.
이런 김지운 감독의 이야기는 '인랑'에 그대로 드러난다. 인랑에 속해 있는 임중경(강동원)은 짐승이 되기를 강요하는 임무 속에서 윤희(한효주)에게 끌리는 인간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는 김지운 감독이 표현하려고 했던 집단에서 개인의 생각으로 파생되는 길인데 '멜로'라는 코드로 연결됐다.
이렇게 연결된 멜로는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혹평을 만들어냈다. 이런 평에 김지운 감독은 "우리 영화는 멜로 만의 영화가 아니다"며 "많은 장르들이 있는데 너무 한 면만 보신 것 아닐까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멜로가 다소 아쉬웠을지 몰라도 김지운 감독의 액션은 화려했다. 극 중 남산타워에서 보여준 임중경과 공안부의 총격액션신이나, 지하수로 속 총격신은 화려하면서도 담담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 두 신은 김지운 감독이 '인랑'을 만들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한국 영화에서 강화복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과 그 배경이 미로같은 지하수로라는 점은 지금까지 영화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무모할수도 있는 도전이었던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묵시록적 SF였던 원작의 감성을 유지한 채 김 감독만의 스타일과 연출력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영화를 끝낸 뒤 "역시 영화는 현실을 못 따라가는구나"라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시대의 흐름은 바뀌는데 그를 다 생각해서 영화에 '미래'라는 소재를 녹여내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렇듯 김 감독에게도 '인랑'은 도전이었지만 그는 "'인랑'을 제작해봤기에 더이상 내가 못 할 것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모든 감독들의 로망인 블레이드 러너(1982)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김지운 감독이 그리고 싶은 다음의 미래는 묵시룩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화려하면서도 잿빛같은 느낌이 느껴지는 영화로, '인랑' 뒤 또 한 번 그의 도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원선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