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비서’ 이영준의 아우라 지운 박서준의 신중함 [인터뷰]
- 입력 2018. 08.06. 09:24:34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로코장인’에 이어 ‘로코 불도저’까지, 박서준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의 불패 신화를 완성했다. 계속된 성공이 자신감으로 이어질 만도 하지만 박서준 “안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극 중 이영준을 설명하는 단어가 '아우라'와 '자신감'이었다면 배우 박서준은 '신중함'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다.
최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케이블TV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최보림, 연출 박준화)에서 나르시시즘에 빠진 부회장 이영준을 완벽하게 연기한 박서준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이영준은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였다. 외모, 재력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지만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웹툰이 원작이었던 만큼 나르시시즘과 자기애로 똘똘 뭉친 이영준 캐릭터는 현실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캐릭터가 제일 어려웠다. 캐릭터가 말도 안 되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인데 그 친구를 어떻게 말이 되게 표현을 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 굉장히 과한 설정을 풀어가는 과정이 어려웠다. 굉장히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드라마 촬영을 세달 반 했는데 짧다면 짧은 시간에 많은 걸 고민하면서 잘 표현한 것 같다”
‘만찢남’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박서준은 웹툰 속 이영준 캐릭터를 드라마로 완벽하게 옮겨왔다. 그 과정에서 두드러진 것은 만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이영준의 독특한 말투였다. 박서준은 사극톤을 비롯해 다양한 고민을 거친 뒤 이영준의 말투를 완성했다.
“톤을 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걸 인쇄로 보면 그림체나 그림에서 나오는 말풍선을 통해서 무슨 상황인지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실사화 시킬 때는 말투 하나 하나에 의미를 두고 전달을 해야 돼서 톤을 잡는데 시간이 걸렸다. 황당한 설정을 어떻게 황당하지 않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극톤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를 한 다음 제 나름대로 접점을 잡은 것 같다. 감독님께 이건 어떠냐고 여쭤봤다. 그런 과정에 있어서 촬영 초반 힘들었다. 전체적인 걸 찍어 놓은 게 아니라 이게 과한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흐름을 볼 수 없어 힘들었다”
원작의 캐릭터에 박서준의 고민이 더해졌다. 박서준은 그 산물로 ‘로코 불도저’ 이영준 캐릭터를 얻었다. ‘마녀의 연애’(2014) ‘그녀는 예뻤다’(2015) ‘쌈, 마이웨이’(2017)를 통해 ‘로코 장인’이라는 명칭을 얻었던 박서준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승점 하나를 더 챙겼다.
“로코를 몇 개 하다 보니 기본 공식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1부터 16까지 보지 않더라도 전개가 되는 와중에 감정선을 잘 따라가게 된다. 상대 배우를 배려하는 법은 어떤 걸까를 경험을 통해 숙달하게 되는 것 같다. 세 작품을 연달아서 하다보니 경험치가 축적된 상태여서 부각이 되는 것 같다. 경험은 무시 못 한다. 그리고 특별히 제 장점이라고 얘기하기 뭐 한게 다들 상대배우에 집중할 거고, 예쁘다고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게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경험치가 쌓여 ‘로코 장인’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박서준은 ‘로코 장인’이라는 말에 안주해 작품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캐릭터에 매료될지언정 장르에 매료되지는 않을 것이며, 또 장르 때문에 작품을 고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박서준은 연기자가 관객과 시청자에게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늘 말씀드리지만 드라마를 하고 영화를 하는 것의 목적 중 하나가 이 드라마를 찾으시는 시청자 분들, 영화를 보는 관객 분들이다. 내가 하는 걸 보시기 위해 하루에 두 시간 씩 시간을 내서 보는 게 굉장히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저를 선택해서 봐주셨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짧은 순간이지만 눈물 흘리는 순간도 드리고, 웃을 수 있는 순간도 드려야 한다. 제가 연기자로 드려야 하는 게 있으니 그 부분(로코장인)에 대해 안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박서준이 공백기 없이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도 관객과 시청자에게 있었다. 2011년 데뷔 한 이후 드라마, 영화, 예능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했고 작품 수만 해도 18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소처럼 일하고 있는 박서준이었다.
“연기가 제일 좋았다. 연기는 가장 어려운데 연기할 때 가장 재미있고 살아 있는 것 같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자꾸 하게 된다. 특히 작품을 보시고 난 뒤 ‘산후 우울증을 치료했다’는 반응을 보면 되게 따듯해진다. 내가 잘 하고 있나보다 생각하게 된다. 어떤 분은 하반신 마비가 돼서 병원에 앉아 있어서 우울했는데 제 작품을 보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는 분도 있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안 할 수가 없다. 이 분들이 혹시나 나를 궁금해 하면서 기다리지 않으실까 생각한다”
그러나 쉴 틈 없는 연기에 고비가 닥칠 때도 있었다. 최근 들어 체력적인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촬영 현장에서도 휴식기를 고민할 정도의 체력 고갈을 경험했다.
“‘화랑’ 때부터 영양제를 20개 씩 챙겨 먹는다. 이번에도 체력에 많이 부쳤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게 다 체력 때문이었다. 5월 17일에 세트장에 갔는데 갑자기 과부하가 확 와버리더라. 숨 쉬는 것도 힘들고, 갑옷 같은 쓰리피스를 입으면서 면역력도 떨어지고 몸에 이상 징후도 많이 왔다. 그 순간에 정말 안 되겠다 싶었다. 걱정을 하실 분들이 많을까 우려되지만 한 번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했다. 그 순간을 버티고 이겨내 보니까 일단 올해는 그런 고비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 정신력을 발휘해 체력을 잘 안배하는 게 하나의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서준은 이날 이영준과 자신을 비교하는 질문에 “저는 제 자신에게 굉장히 박하고 냉정한 편이다”고 답했다. 그 말처럼 박서준의 모든 대답에는 신중함과 자기 객관화가 담겨 있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이영준처럼 자기 자랑을 해달라는 요청에도 “그저 열심히 하고 책임감 있게 할 뿐이다”는 답을 들려줬다.
드라마, 영화, 예능, 광고를 종횡무진하며 체력적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박서준은 그저 열심히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이 박서준이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이었다.
“본질을 생각하자면 연기가 좋아서 하고 있고 본질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체력에 힘이 부칠지언정 그런 마음과 감상 때문에 계속 하고 있다. 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성취감. 앞으로도 이 생각은 변함 없을 것 같다. 저의 미래는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주어진 바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저의 역할인 것 같다. 생각의 변환점이나 가치관의 변화가 생기면 다른 인터뷰를 통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어썸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