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이재명 ‘네이비 그리드 체크 슈트’, 한 치의 오차 없는 ‘정치봇’
- 입력 2018. 08.07. 17:01:09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7일 오전에 열린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DMZ 국제다큐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부선 불륜설, 조폭 연루설에 이어 친형과 성남시민 김사랑 정신병원 강제 입원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정황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도 공식일정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때 보여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해명함은 물론 음해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어김없이 나온 여러 의혹에 대한 질문을 차단하는가 하면 여론에 대해 “그랬을 지도 모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건 보도가 아니라 소설이다. 알면서 쓰는 소설은 조작이고 왜곡이다”이라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관된 발언과 함께 옷과 표정이 철저하게 예측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로봇 같은 이미지로 비쳤다. 정치판에서였다면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이미지메이킹이었지만 이날 행사 특성상 경직된 외양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이재명 도지사는 정재계 인사들의 유니폼과도 같은 네이비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차분하면서도 가라앉아보이지 않게 적절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톤의 네이비와 넓지도 좁지도 않는 적당한 폭의 라펠이 부드러우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이뿐 아니라 피크드 라펠의 당당함과 타이의 카키 빛 그레이가 네이비와 어우러지는 세련됨까지 이미지 메이킹에서는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을 완벽한 연출이었다. 또 그리드 체크 패턴은 스트라이프 혹은 글렌 체크 같은 베이식으로 분류되는 패턴과 달리 스타일리시함까지 살렸다.
그러나 감정의 변화가 드러나는 것을 차단한 크게 달라지 않는 미소와 무표정의 반복이 완벽한 패션을 감각적으로 보이게 하기보다 경직도를 높이는 역효과를 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경기도지사로서 임무를 충실하고 있지만 이날 보인 이재명의 뻣뻣함은 그의 정치적 위기가 하루 이틀 내에 매듭지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짐작케 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