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영 “‘김비서’, 기다림이 아깝지 않았던 작품” [인터뷰]
- 입력 2018. 08.08. 09:06:48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박민영의 장르에는 한계가 없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퓨전 사극 ‘성균관 스캔들’(2010) 액션드라마 ‘힐러’(2014)를 지나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인생작을 다시 썼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김미소는 박민영의 최애캐(가장 애정하는 캐릭터)가 되었고, 박민영은 로코여신이 되었다.
최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케이블TV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최보림, 연출 박준화, 이하 ‘김비서’)의 주역 박민영을 만났다.
‘김비서’는 데뷔 12년 차 베테랑 배우 박민영의 첫 로코였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박민영의 로코는 완벽했다. 박민영은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고 ‘김비서’를 향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첫 도전이었는데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났다.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건 캐릭터도 있지만 이렇게 기쁘게 촬영을 한 적이 있나 싶다. ‘선물’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좋은 환경, 좋은 분들과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기쁘다. 김미소는 제 ‘최애캐’가 되어버렸다. 너무 좋다”
박민영의 종영 소감에는 만족을 넘어 고마움까지 느껴졌다.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촬영장의 즐거운 분위기는 극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웹툰의 드라마화에 대한 원작 팬들의 우려는 기우였다. 박민영의 ‘최애캐’ 김미소는 원작 팬들의 인정도 받았다.
박민영은 초반 김미소를 완벽하게 실사화 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다. 유행이 지나버린 펜슬스커트, 풍성한 포니테일을 그대로 옮겨왔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김미소를 구현하기 위해 처음으로 헬스장을 찾아가면서 체중감량을 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일체 외부와 연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에 매달렸다. 너무 힘들 때는 웹툰을 본다. 그러면 웹툰 속 미소의 완벽한 몸매가 저를 반겨주고 있다. 워낙에 자기 관리가 철저한 캐릭터라 싱크로율이 떨어지면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긴장감을 안고 이불 속에 숨어 지켜본 첫 방송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덕분에 박민영은 남은 기간을 온전히 김미소에 집중해서 살 수 있었다. 박민영은 자신만의 인생을 찾겠다고 선언하는 김미소에게 공감했고, 김미소와 이영준(박서준)의 관계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이해했다.
“저는 영준이와 미소의 관계에 집중했다. 만약 이런 나르시시즘을 가진 남자와 10년 가까이 갖은 일을 겪으면서 같이 있으면 오피스 부부처럼 살지 않았을까. 어떻게든 상사에게 맞춰야 하는 입장에서 9년 동안 ‘나의 아우라’ ‘빛나지 않나’ 같은 멘트를 들었을 거다. 이걸 어떻게 대처할까 생각해보니 너무 익숙한 일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아우라 보이나’ 이럴 때 그냥 ‘네’ 이렇게 (무감하게) 받아치며 넘어가게 됐다”
서로에게 익숙해진 오피스 부부 같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김미소의 퇴사 선언을 기점으로 로맨틱하게 바뀌었다. 김미소를 잡기 위해 이영준이 준비한 놀이공원 데이트, 인형 선물 등은 일상적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신선했다.
“온간 클리셰는 다 해봤다. 감독님이 어차피 갈 거 할 수 있는 클리셰를 다 가지고 갈 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모든 걸 다 했다. 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영준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 같더라. 얘네 둘이 말도 안 되지만 모솔이다. 미소도, 영준이도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또 워낙에 두 사람이 파티도 많이 갔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데이트가 더 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풋풋했던 초반 데이트를 지나면서 두 사람의 애정신은 농도가 짙어졌다. 트라우마를 극복했던 첫 키스부터 장롱키스, 명장면으로 꼽혔던 리본 풀기 키스 영상등은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박민영은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던 애정신의 공을 박준화 감독에게 돌렸다.
“감독님이 (애정신을) 자식 보듯이 예뻐하셨다. 눈동자가 맑아지실 때가 웃긴 장면 찍을 때랑 키스신 찍을 때다. 원작 보셨으면 아셨겠지만 수위가 높다. 그걸 키스신으로 돌리다보니 임팩트를 많이 넣어주신 것 같다”
다양한 키스신 중 박민영이 꼽은 키스신은 장롱키스였다. 박민영은 해당 장면이 김미소와 이영준의 달라진 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오히려 예쁘게 나오지 않은 장롱 키스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부회장이라면 들어오지 않았을 미소의 집에서 장롱에 넣어진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미소의 행동에 화를 냈을텐데 화를 내지 않는다. 미소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달라진 거다. 색다른 포인트로 로맨틱했다”
로맨틱과 함께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코미디였다. ‘김비서’는 다채로운 캐릭터와 만화적 연출 등을 통해 코믹스러운 장면을 다수 선보였다. 그 안에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박민영이 있었다. 박민영은 ‘시트콤 출신’인 자신의 코믹연기에 쏟아지는 호평에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사관학교도 아니고 ‘하이킥 출신’이라니(웃음). 좀 부끄러운데 저도 그런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접한 게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좋은 시트콤이어서 코미디를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완성된 상태에서 캐릭터 간에 충돌이 일어나는 게 코미디라는 걸 안 것 같다”
‘시트콤 출신’ 답게 박민영은 만화 속 김미소의 모습에서 착안해 김미소 특유의 표정을 고안하기도 했다. 만화속 김미소의 얼굴에 그어졌던 빗금은 박민영 표 ‘썩소’로 재탄생됐다.
“제 얼굴 속에 그런 게 있는지 몰랐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주인공 엔딩 컷이 썩소인 건 처음이었다더라. 제가 뒤에 아내의 유혹 OST를 해달라고도 했었다(웃음). 얼굴 막 쓰는 거 정말 좋아하는데 감독님이 너무 막 쓰지 말라고 해서 자른 거다”
박민영은 그렇게 자신만의 김미소를 완성했다. 드라마가 끝난 뒤 박민영을 기분 좋게 만든 평가는 ‘김미소는 박민영이었다’는 말이었다. 박민영은 “작품을 끝내고 ‘너가 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들으면 감동을 주체할 수 없다. 시작은 많은 분들이 부정할지언정 끝나고 박수만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비서’의 팬들은 김미소를 떠나보내는 박민영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던졌다.
실제로 만난 박민영은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배우였다. 연기에 대한 생각은 단단했고 함께 전달되는 웃음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로코 장르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그의 첫 로코가 성공으로 끝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박민영은 김미소를 떠나보내며 다음 작품을 기약한다. 로코에 처음으로 도전했듯이 자신을 잘 찾아주지 않았던 곳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김비서’ 박민영에서 배우 박민영으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저는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연기하고 싶다. 역할은 계속해서 생길 거다. 처음에는 되게 건방지게 하고 싶을 때까지 해야지. 이랬는데 지금은 평생 연기하면서 살고 싶다.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무슨 역할을 맡든 돈을 벌려고 일적으로 주어진 일이라서 하는 것보다 매순간 진심이었으면 좋겠다. 저도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 역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안목도 많이 길러놔야겠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