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찢남' 강기영, '김비서'를 찢고 나온 유쾌함 [인터뷰]
- 입력 2018. 08.09. 09:43:54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극에서 웃음은 다양한 역할을 한다. 긴장 가득한 상황 속 던져진 웃음은 피로감을 덜어주고, 달달한 로맨스에 던져진 웃음은 재미를 더해준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웃음을 주며 감정을 환기시키는 이들을 우리는 ‘감초배우’라 부른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케이블TV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최보림, 연출 박준화, 이하 ‘김비서’)는 감초 배우가 주는 웃음이 줄을 이었다. 그 중에서도 이영준(박서준)과 김미소(박민영)의 큐피드가 되어 매 순간 웃음을 안겨준 강기영은 ‘김비서’를 통해 감초 연기에 정점을 찍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기영은 “감독님이 많이 애쓰셨다. 사실 저는 나오는 장면이 많지 않았는데 한 장면, 장면이 길어서 그 임팩트 때문에 많이 나온 줄 아시더라”면서 “대박 드라마의 대박 캐릭터로 기용해주신 감독님께 감사 말씀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누적 조회수 2억뷰를 달성한 인기 웹툰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드라마로 재구성됐다. 웹툰 속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다채로운 캐릭터가 탄생해 드라마에 생동감을 더했다. 막강한 코믹 캐릭터의 향연 속에서도 강기영은 빛을 잃지 않아다. 그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댓글 모니터를 많이 한다. 코믹 위주로 되어 있는 캐릭터라 악플이 거의 없었다. 자신감이 생겨서 무리수를 던지면서까지 했다. 현장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웨딩피치’ 같은 애드리브는 못 했을 거다. 작가님들도 정말 열혈 팬처럼 대해주셨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강기영의 연기에는 많은 호평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만찢남'이라는 수식어는 강기영에게 큰 만족을 줬다.
“별명이 박경솔이었다. 드라마 도중에 ‘경솔하다’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떴더라. 이번에는 그런 경우가 진짜 많았다. ‘박경솔’ ‘박사장’ 등 인물로서 봐주시니까 너무 감사하더라. ‘만찢남’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영광이다. 싱크로율을 비슷하게 했다는 것에 대한 칭찬인 것 같다. 원작 캐릭터가 특징이 살아있어서 수월했다”
강기영이 만화와 같은 유쾌한 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던 이유는 촬영장의 편한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은 전작 ‘싸우자 귀신아’(2016)를 통해 이미 강기영의 매력을 파악했다.
“제 성향을 아셔서 강기영이 살릴 수 있는 캐릭터대로 불러주시는 것 같다. 같이 했던 분들은 여러 면에서 편하다. 이번에는 감독님이 기대하셨던 것 보다 더 잘 했다. 120%정도 해낸 것 같다.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박준화 감독님이 ‘이 작품이 잘 돼서 네가 떴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좀 뜬 것 같다(웃음)”
강기영의 말대로 그는 떴다. ‘오 나의 귀신님’(2015) 수셰프 역할로 한 차례 인지도를 높였고 이번 작품이 끝난 뒤에는 체감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는 "선글라스를 껴도 알아보시더라"며 달라진 인기를 체감했다. 유쾌하고 친근한 매력의 강기영도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더할 때마다 레벨업을 하듯 올라가는 인지도에 부담을 느낄 때가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거기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크다. 그런데 주목을 받다보니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매체 연기를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알아봐주시는 것도 부끄러운 거다. 조금 폐쇄적이었다. 이렇게 하면 병들겠다 싶어서 제 SNS에 ‘기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기도 했다. 자유롭게 다니려고 한다. 아직까지는 일대를 혼잡스럽게 하는 건 아니라서 무리가 없다(웃음)”
인지도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줬던 ‘기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는 ‘김비서’ 촬영장에서도 통용되는 말이었다.
“(감독님이) 처음에는 정말 만화처럼 연기하기를 바라셨다. 저는 개인적으로 매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다르게 하고 싶었다. 초반에 영준이한테 쫄고 이런 것도 만화처럼 표현해달라고 디렉션을 주셨는데 편집본을 보시고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그 이후부터는 ‘기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식으로 해주셨다. 그때부터는 정말 나만 믿고 했다. 감독님이 편하게 하도록 놔주셨다”
그렇게 강기영은 하고 싶은 애드리브를 쏟아내면서 드라마의 웃음을 견인했다. ‘김비서’를 통해 감초 캐릭터에 정점을 찍었다. 그 어떤 작품보다 사랑 받았고 웃음을 줬기에 애정도 남달랐다. ‘시즌2’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들려줬다.
“‘김비서’가 끝나서 하는 얘기는 아닌데 ‘김비서’가 새로운 빛을 줬다. 새로운 인지도를 줬고, 새로운 가능성을 줬다. 웹툰이 아직 연재 중이니까 시즌2의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웃음). 그게 길게 연재가 되면 누군가는 욕심을 낼 거다. 구체적으로 '시즌2 했으면 좋겠다'고는 안 하는데 했으면 좋겠다. 제가 욕심을 내고 있다”
강기영은 현재 차기작 촬영에 한창이다. MBC 새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도 극의 톤을 밝게 잡아주는 감초 캐릭터를 연기할 예정이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조정석과 함께 영화 ‘엑시트’ 촬영에도 들어간다. 드라마를 시작한 지 4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열 다섯작품에 참여한 강기영은 박유식을 털어버릴 틈도 없이 강행군을 이어간다.
“아직까지는 너무 좋다. 쉬었던 과거들이 있어서 그만큼 일이 고팠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힘들지 않다”
유쾌함은 캐릭터만이 지닌 특징이 아니었다. 말 하나를 던지면 놓치지 않고 웃음으로 받아내는 강기영의 매력에 인터뷰 현장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강기영과 박유식을 두고 비교해도 차이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유쾌함이었다. 강기영은 앞으로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미 너무 친숙하게 다가가는 모습이긴 하다. 열애설을 얘기해도 다들 응원을 해주실 정도로(웃음). 계속 이런 친근한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