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작’ 주지훈 “북방계인 내 얼굴, 북한군 정무택役 ‘올게 왔구나’ 싶었죠” [인터뷰]
- 입력 2018. 08.09. 14:03:40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저는 북한군 역을 하게 될 줄 알았어요.”
드라마 ‘궁’ 이후 다채로운 캐릭터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주지훈이 이번엔 북한 군인으로 변신했다. 2015년 개봉작 ‘간신’부터 ‘아수라’ 신과 함께- 죄와 벌‘ ’신과 함께- 인과 연‘ 등에서 남성미를 자랑했던 주지훈은 ’공작‘에서 더 깊어진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에서 주지훈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정무택 과장으로 분했다. 1990년대 당시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을 향해 충성심을 드러내며 남한의 스파이인 박석영(황정민)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인물. 때문에 ‘공작’ 속 핵심 캐릭터들이 진심을 숨기고 겉과 속이 다른 말로 상대방을 대하는 것과 달리 정무택은 직설적인 편이다.
할아버지와 고모, 부모님과 한 집안에서 성장기를 보낸 주지훈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가족들 덕분에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폭이 넓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일화들을 전하며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가 실향민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실향민이세요. ‘공작’에서 북한군인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 망설임도 없었고 오히려 ‘올게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언젠가 북한군 역을 맡게 될 줄 알았거든요. 제 얼굴이 북방계 얼굴이잖아요. 지금은 운동으로 몸의 사이즈가 커졌는데, 체격과 쌍꺼풀 없는 눈, 튀어나온 얼굴이 북방계 얼굴의 대표적인 외향이에요. 그래서 ‘공작’의 시나리오를 받고 ‘이제야 왔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와 함께 주지훈은 ‘공작’에 출연하겠다고 결심한 특별한 이유에 윤종빈 감독, 호흡하는 배우, 그리고 그의 전작 ‘아수라’의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선 윤종빈 감독의 팬이에요.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선배의 진심어린 팬이기도 하고요. 또 ‘아수라’에 이어 ‘공작’도 사나이픽처스에서 제작을 했어요. 사나이 픽처스와 ‘아수라’를 같이 했었기 때문에 신뢰가 있었거든요.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지잖아요. 모두를 신뢰하고 있었고 또 제가 잘 모르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가 잘 넘어갔어요.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에 용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극 중 정무택은 충성심이 강한 인물이지만 자가당착에 빠져 돈도 빼돌리고 군인답지 않은 고급술을 마신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행하는 비리가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순적인 캐릭터다. 주지훈은 이를 윤종빈 감독의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저보다 선배인 감독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윤종빈 감독은 이런 캐릭터를 늘, 잘 그려낸다고 생각해요. 정무택은 자신의 잘못된 일들에 잘못된 논리를 갖고 있어요. 요즘 말로 ‘내로남불’ 혹은 자가당착이죠. 그런데 이건 영화 속 캐릭터뿐만 아니라 모두가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실제로 보기도 했고요. 윤종빈 감독은 캐릭터나 인물의 리얼리티함, 아이러니함을 좋아하고 잘 만들어내는 감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그걸 좋아하고, 사람은 누구나 그런 비틀림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어서 ‘공작’에 출연하게 됐고요.”
주지훈은 겉과 속이 다르며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의 특징을 응축한 정무택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런 이미지는 아니지만”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수많은 책과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과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것이 캐릭터 접근에 도움을 줬다고 했다.
“제가 생각보다 많은 장르를 했어요. 무대도 하고 멜로, 코미디, 정극, 막장 등 다양하게 하기도 했고 주변에 재밌는 사람들이 많아요. 여러 가지의 재미죠. 또 모델 일을 하면서 여러 번 해외에 나가다보니 캐릭터 접근하는 것의 문제는 없어요. 구체화 시키는 게 어렵죠. 연기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니까요.”
극 중에서 북한군인 리명운 역을 맡은 이성민은 “대사 전달을 위해 북한 사투리를 자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주지훈은 “북한 사투리를 최대한 살렸다”고 말하며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사투리는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한 지점이기도 해요. 평양 말이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말 보다 사투리가 적어요. ‘날래 오라우’ 이런 건 타지방이고요. 그래서 이런 리얼리티를 살렸죠. 또 한편으로는 사투리를 너무 적게 쓰면 오히려 관객의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후시 녹음을 했어요. 노선을 ‘로선’이라고 했던 게 그 이유에요. 원래는 그렇게 말하지 않거든요. 후시 녹음을 한 것도 ‘로선’이었고요.”
극 중 박석영, 리명운, 최학성(조진웅)이 안경을 쓰고 있지만 정무택은 그렇지 않다. 이는 정무택의 직설적인 성격을 표현하기 위함이었으며 흡연을 하는 것 역시 캐릭터의 성격을 대변한다.
“사실 모두에게 안경을 씌우고 내면을 숨기게끔 하는 게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시도하기 힘들어요. 안경알이 반사가 되니까 안경에 스태프가 비쳐 NG가 나거든요. 그래서 세세하게 고개의 각도를 조절해서 감정 연기를 해야 하는데 선배들이 너무나도 잘해주셨죠. 다들 대단해요. 정무택이 안경을 쓰지 않은 이유는 표정을 가리는 것 보다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에요. 또 극 설정 상 박석영이 더 나이가 많음에도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상대를 하대하는 느낌이 있잖아요.”
남과 북 사이에서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처음으로 그린 ‘공작’의 출발점은 리얼리티였다. 윤종빈 감독과 제작진의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 과정을 거친 끝에 탄생한 곳곳의 장소들은 시대적 상황을 리얼하게 담아냄과 동시에 배우의 연기에 몰입을 도왔다.
“김정일 별장은 정말 너무 잘 만들어서 연기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공간이 주는 위압감과 극 중 김정일(기주봉) 위원장 빼고는 모두 경직돼 있잖아요. 또 모두가 굳어있는데 유일하게 자유로운 건 김정일의 애완견, 말티즈고요. 이런 비틀림이 정말 좋아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주지훈이지만 최근 들어선 남자 배우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이에 그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멜로에도 가능성을 열었다.
“영화판엔 흐름이 있잖아요. 예전엔 멜로, 공포물이 많았는데 지금은 이런 장르가 많은 것 처럼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필모그래피가 쌓인 것이지 일부러 여배우가 나오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멜로도 다시 해야죠. 전 좋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영화계에 멜로가 많이 없고 또 한편으로는 제가 일을 쉬지 않고 했다보니 멜로가 다른 배우에게 갔을 수도 있어요. 저보다 더 잘 어울리는 분이 있을 수도 있고요.”
타 작품에 비해 긴 촬영 기간, 어려웠던 구강액션을 소화해야했던 ‘공작’의 개봉을 앞두고 주지훈은 “사실 덜덜거린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출연작 ‘신과 함께- 인과 연’을 언급하며 흥행을 기대했다.
“‘신과 함께- 죄와 벌’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부담이 없을 것 같다고 하시는데, 사실 2부가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을 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됐었던 건 사실이에요. 다행히 ‘신과 함께- 인과 연’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행복해요. ‘공작’은 주제의식이 가볍지만은 않고, 이야기를 길게 풀었을 때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죠. 개봉 전 시사회나 GV에서 다행히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사실 ‘덜덜’거려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J E&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