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 "연기하기 힘들었던 '공작'? 제 탓" [인터뷰]
입력 2018. 08.10. 09:47:58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공작’의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조진웅은 입 모아 “너무 힘들었던 촬영”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은 “다독이면서 만든 현장”이라고 회상했다.

최근 개봉한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이다. 황정민이 북한 고위층에 침투한 남한의 스파이 ‘흑금성’ 박석영 역을 맡았으며, 이성민은 북 고위간부 리명운 역, 주지훈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정무택으로 분했다.

배우들이 연기에 한계를 느낀 이유는 보통의 영화와는 다르게 모든 것이 제한돼있었기 때문이다. 액션을 하지 않음에도 액션을 하고 있는 듯 한 느낌, 인물의 애티튜드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유지해야하는 긴장감, 밧줄로 ‘꽁꽁’ 묶어있는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움직이지 않는 연기를 소화해야했다. 또한 역할 특성상 정보전달이 많았던 조진웅(최학성 역)은 평소에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들로 난관에 부딪혔다.

“다들 힘들었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어요. 배우들처럼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러지도 않았죠. 다들 ‘너무 힘들다’고 하기에 처음엔 ‘왜 힘들지?’했어요. 생각해보니까 제가 하지 말라고 했던 게 너무 많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우리 다 선수들이고 정 모르겠으면, 몇 번씩 촬영하면 된다’고 했더니 ‘그럼 될 때까지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다독여가면서 촬영했죠.”

‘군도: 민란의 시대’ ‘범죄와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등을 제작하고 각본을 쓴 윤종빈 감독에게 ‘공작’은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였기에 두려움이 있었다. 특히나 2015년 정치 상황이 복잡한 때에 탄생한 ‘공작’의 시나리오에 주변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저는 정치 상황에 무딘 사람이에요. 옛날부터 그런 것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었죠. 오히려 주변에서 ‘만들 수 있겠냐’고 걱정을 했죠.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왜 못하냐’ ‘영화가 뭐라고 못하게 하냐’라고 말했죠. ‘그 사람들 다 바쁜 사람들이어서 이런 거 신경 안 쓸 것’이라고도 했는데 생각보다 바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요.(웃음) 혹여나 정권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개봉은 했을 것이라고 봐요.”



곳곳에 등장하는 뉴스 자료화면, 비유하지 않고 그대로 표현한 브랜드명과 이름, ‘구강액션’으로 탄생한 상세한 설명들에 당시의 상황을 모르는 이들이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했다. 2000년대 이후 출생자가 봐도 ‘공작’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상세하다.

“제 입장에선 친절하게 했어요. 중학생이 봐도 이해를 할 수 있을 정도죠. 그리고 100% 이해하지 못해도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벤허’ 같은 대작도 중학생들은 모를 수 있지만 재밌게 보잖아요. 조카가 ‘삼촌 띵작(명작과 같은 표현)이야’라면서 재밌게 보더라고요.”

지난 5월 개최된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 버전과 달리 최종 편집 후 공개한 ‘공작’은 러닝타임 4분이 줄었다. 윤종빈 감독은 상영 당시의 피드백으로 인해 편집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누가 저한테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제 마음이 동하고 판단이 들어야 자르는 사람이죠. 칸에 출품할 땐 급하게 했어요. 시간이 부족했죠. 상영을 하고 돌아와서 편집점 다시 손봐야할 것 같아서 여러 번 수정했어요. 그걸 기자 시사 일주일 전까지 했죠. 저는 이 세계를 너무 잘 아니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없는데, 모르는 관객은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어요. 걷어낸 부분이 너무 짧아서 못 알아차릴 수준이에요. 칸에서의 반응을 수용했던 건 ‘내레이션이 잘 안 들린다’였어요. 안 들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황정민 씨 목이 부어있었거든요. 공연하신다고. 그래서 목 관리하고 다시 녹음했죠.”



영화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엔 익숙한 사람이 등장한다. 당시의 자료화면을 가져다 쓴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상세하게 구현한 모습은 가수 이효리와 2005년 북한 무용수 조명애의 첫 만남 장면이다. 영화 출연을 고사를 한 후 다시 재결정을 내린 이효리 덕분에 윤종빈 감독은 “살았다”싶었다고.

“‘공작’은 오프닝과 엔딩을 정해놓고 쓴 영화에요. 2005년의 광고를 성사시키려고 했던 두 남자의 비하인드 이야기, 당시 광고는 누구나 알지만 광고가 성사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모르잖아요. 다시 출연하겠다고 해주셔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다 찍어놓고 이효리 씨 촬영분만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처음엔 시나리오 읽지 않고 김제동 씨 부탁으로 출연하신다고 하셨는데 ‘20년 전 자신의 역이 부담스러워서 못 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편지에 살려달라고 썼어요. 저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거죠.(웃음)”

정치 상황을 상세하게 담고 있는 ‘공작’이지만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고 남과 북, 두 남자의 우정을 진하게 그린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의 명장면, 관객에게 남았으면 하는 것, 이 작품의 의미 모두 “관객의 자유”라고 표현했다.

“영화의 명장면은 관객이 말해주는 것이지 ‘이 장면 정말 최고’ 이런 건 없어요. 정상적인 연출가라면 다 아쉽고 부족한 부분을 느껴요. 이 영화로 하여금 남았으면 하는 것도 제가 뭘 말한다고 느끼나요. 각자 DNA대로, 보는 대로 느끼셨으면 해요.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우리 제작진과 배우 모두에게 프라이드가 있는 작품이고요. 어려운 시도인데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어요. 그것만 알아주셨으면 해요. 나머지는 영화를 만든 순간 제 손을 떠났으니까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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