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격자’ 곽시양 “이미지 변신 갈망하던 때, 마다할 이유 없었다” [인터뷰]
- 입력 2018. 08.14. 17:39:30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큰 키에 순하게 생긴 외모로 로맨틱한 면모를 주로 보였던 배우 곽시양이 영화 ‘목격자’로 그간 쌓아왔던 이미지를 탈피했다. 일정한 감정과 적은 대사로 섬뜩함을 자아낸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목격자’(감독 조규장)에서 곽시양은 연쇄살인범 태호로 분했다. 망치로 피해자를 여러 번 구타하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살인을 저질러도 수습하려는 의지 하나 보이지 않는 태호에게서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시크뉴스와 만난 곽시양은 이미지 변신에 목말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마녀보감’ 등에서 순정남으로 활약했었기 때문. 이미지 변신을 고민하고 있던 중 만난 ‘목격자’의 태호 역은 곽시양에게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
“‘곽시양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동안 달달하면서 애잔하고 스윗한 역을 많이 맡았었잖아요. 항상 바라고 있었는데 조규장 감독님께서 제안해주셔서 흔쾌히 응했죠. 마다할 이유 없이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특히 곽시양이 기존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작품 속 본인의 모습과 실제 자신의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상남자’라고 밝힌 곽시양은 이를 캐릭터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저는 제 자신을 ‘상남자’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다고 봐주세요.(웃음) 그래서 ‘목격자’를 찍으면서 어떻게 보면 저의 남자다움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했어요. 대형견 같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그것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또 어떻게 보여 질까 궁금했어요.”
태호는 아파트 한복판에서 살인을 행하고 자신을 목격한 상훈(이성민)의 집까지 추적한다. 상훈을 비롯한 소극적인 목격자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고 살인을 이어나간다. 무자비한 태호의 성격에 곽시양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초반엔 공감하기 힘들었어요. 제가 살인을 해본 것도 아니고 배우는 많은 것을 겪어봐야한다고 하지만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상황에서 리액션이 나올지도 혼란스러웠는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희대의 살인마 정남규라는 인물이 태호와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를 중심축으로 잡고 가지치기를 하면서 몰입했어요.”
지난 204년 1월부터 2006년까지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연쇄 살인범 정남규는 역대 살인범 중에서도 극악무도했다. 수사 과정에서 “천명을 죽여야 하는데 채우지 못하고 잡인 게 억울하다”고 진술한 정남규는 결국 2009년 11월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남규처럼 태호는 항상 상훈을 주시하며 적정한 때를 노리고 사냥을 하려는 맹수의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경찰이 들이닥쳐도 당황하거나 긴장한 기색 없이 여유롭게 포위망을 빠져나간다.
“정남규가 굉장히 치밀하고 계획적이더라고요. 자신의 족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신발 밑창을 도려내거나 경찰을 상대하기 위해 체력훈련을 했대요. 그리고 타깃을 정하면 집 주변을 배회하면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범행 날짜를 정해놓기도 했고요. 그런 것들이 태호와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목격자’에선 태호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서사 없이 하나의 살인 사건만 다룬다. 때문에 곽시양은 스스로 전사를 만들어 캐릭터에 몰입했고 이전과 180도 다른 이미지 변신을 이뤄냈다.
“태호가 대범하면서도 뻔뻔하죠. 그 정도로 대범함을 갖고 있으려면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 뻔뻔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리 연쇄살인범이라고 해도 첫 살인은 무서울 것 같다고 봐요. 쌓이면 자신도 모르게 자만에 빠질 것 같고요. 그래서 아파트에 진입을 했던 게 영화의 시작이 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계속해서 정남규를 말하다가 드는 생각이 있는데, 정남규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고 유가족이 있을 건데 그 분들이 받았을 피해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기도 해요.”
태호는 극 중 대사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대부분 눈빛으로 말하고 행동으로 움직인다. 대사라고 할 수 있는 문장 하나가 ‘대따 잘 보이네’다. 이를 두고 곽시양은 감독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대따’라는 게 어린 아이들이 쓸법한 말이기도 하고 요즘엔 잘 안 쓰는 단어잖아요. 요즘 흔히 쓰는 비속어를 사용하면 사회와 섞여있는 느낌이 들어서 ‘대따’로 가기로 했죠.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래서 그 문장이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해요. 그리고 대사가 많이 있었더라면 제 캐릭터를 분명하게 말로 풀어 관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겠지만, 말하는 것 보다는 눈빛이나 행동들로 보였으니 괜찮다고 봐요.”
적은 대사에도 곽시양의 연기에 섬뜩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을 유지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목격자’에서 살인범 태호는 주민들 사이에 섞여있어도 튀지 않는다.
“극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것은 가장 평범한 게 무서운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에요. 다른 영화 속 캐릭터도 좋지만 우리 영화는 현실적인 부분이 많은 영화니까 눈빛과 행동도 영화스럽지 않게, 평범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다른 선배님들도 현실감 있게 연기를 하려고 했었고요.”
이미지 변신을 위해 노력했던 탓일까. 곽시양은 살인범 태호 역에 빠져 혼자 있을 땐 무기력, 우울, 외로움을 느꼈다. 이때 캐릭터에 너무 빠져있지 않게 구해준 것이 이성민이었다.
“처음엔 잘 몰랐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집에 혼자 있으니까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외롭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느 정도는 빠져있었고 심취해있었나 봐요. 그때마다 촬영장에 가면 인형뽑기 하듯 이성민 선배님이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먼저 말 걸어주시고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그 캐릭터에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이번 작품으로 곽시양은 연기 호평을 기대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그가 그토록 바라던 ‘상남자’ 면모를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길 바란다.
“‘연기가 많이 늘었구나’ 등의 연기에 대한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또 ‘이런 면이 있었구나’라고 봐주셨으면 좋겠고 나중에 시간이 오래 흘러서는 ‘이런 역할하면 곽시양이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