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격자’ 이성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 상훈, 답답함이 딜레마” [인터뷰]
- 입력 2018. 08.17. 10:05:55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영화 ‘공작’에선 모든 것을 말로만 표현해야 해서 어려움을 표했던 배우 이성민이 영화 ‘목격자’에서는 사실을 알릴 수 없어 답답함을 느꼈다. 심지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는 그다.
최근 개봉한 ‘목격자’(감독 조규장)에서 이성민은 평범한 가장 상훈 역을 맡았다. 보험설계사로 “아파트 주민 일 좀 신경 써 달라”는 아내 수진(진경)의 말에 “회사 일도 바빠”라고 외면하지만 일련의 일들을 겪고 달라진다.
회사 직원들과 회식 후 밤늦게 돌아온 상훈은 혼자 거실에서 술을 마시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외치는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된다. 호기심으로 밖을 바라본 상훈은 여자를 도끼로 내리치고 있던 태호(곽시양)와 눈을 마주치고 섬뜩함과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 태호가 상훈의 집을 확인하고 문 앞까지 왔다가기 때문.
그러나 상훈은 이러한 일들을 함구한다. 수진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파트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재엽(김상호)에게 “모른다”고 일관하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 것은 상훈을 연기하면서도 가장 큰 딜레마였어요. 아내에겐 야단맞을 것 같으니까 말 안하지 않았을까요. 자기가 신고하지 않아서 일어난 실수니까요.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가족에게까지 부담을 주기 싫었을 거예요. 저라도 말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내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더라고요. 저희 집 사람은 바로 알 것 같아요.(웃음)”
‘나는 살인을 보았고 살인자는 나를 봤다’는 전제는 영화 후반부까지 길게 이어진다. 방관자 효과, 제노비스 신드롬을 소재로 한 ‘목격자’는 이를 비롯해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상훈은 신고를 했을 때, 다음날 당장 신문 받고 경찰서를 오가면서 복잡한 문제가 생기고 가족들도 힘들어하고, 혹시나 나를 봤으면 우리에게도 피해가 오는 등의 상황들을 가장 먼저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이 ‘나 아니어도 봤을 것’이고 그 이후엔 가족들에게 들어오는 위험이고요. 이런 식으로 하나씩 상훈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관객들이 상훈을 미워할까봐 예요.”
이전의 상훈이 완전한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아파트 단지 내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청년이 살인사건의 목격자임을 알게 된 후 부터는 다소 적극적으로 변한다. 4층에 사는 주민이 같이 신고를 하러 가자고 상훈의 손목을 이끌 때와는 다른 태도다.
“청년을 구할 때는 직접 골목 사이를 뒤지고 찾으러 다니죠. 그런 방법으로 신고하지 못한 것을 대신해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상훈이 답답한 면이 있어서 다르게 보이려고 애를 썼어요. 그게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계산을 했었어요.”
상훈이 한참 신고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애완견 삐삐가 사라진다. 갑자기 종적을 감춘 삐삐로 인해 가족들은 비상이 걸리고 삐삐의 사진과 상훈의 전화번호가 적힌 실종 안내문을 붙인다. 이후 상훈이 신고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삐삐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돌아온다.
“태호가 삐삐를 데려간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희끼리도 얘기를 했었거든요. 저는 태호가 삐삐를 다시 보내준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그 순간 태호와 상훈이 삐삐를 두고 거래를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상훈이 신고를 하지 않으니 삐삐를 보내준 것이죠. 그때 촬영하면서 굉장히 분노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굉장히 자책감도 들고 창피했고요.”
범인과 주인공의 추리전보다 심리전, 주인공의 갈등을 깊게 다룬 ‘목격자’에서 이성민은 상훈과 감정을 공유했다. 해당 장면을 촬영했음에도 영화를 보면서 탄식이 나왔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피해자가 아파트 들어오면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가장 마음 아팠어요. 아직까지도 잔상으로 남아있는 정도예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피해자가 살해당했던 장소에서 상훈이 단지들을 바라보며 그의 입장에서 소리를 질러봤던 것 같아요. 상훈은 소리를 질러도 대답이 없는 아파트, 피해자가 느꼈던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후회하고 반성도 했을 것 같아요.”
2018년 여름 영화 BIG4 중 두 작품에 출연한 이성민은 ‘목격자’와 ‘공작’이 확연한 차이가 있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공작’은 현장에서 고통스러웠고 ‘목격자’는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공작’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기 기운, 신의 긴장감을 대화로 만들어 가야하는 것들이 많았죠. 이와 반대로 ‘목격자’는 상황이 명확해요. 공기나 기운을 제가 만들 필요 없이 연기에 집중하면 돼요. 대신 너무 극단적이니 에너지 소비가 엄청났어요. 상훈과 재엽, 태호가 한 컷에 나오는 장면은 이상하게 짜릿함도 있었고 긴장감도 있었어요. 눈동자 움직이는 게 힘들었을 지경이었으니까요.”
이성민은 ‘목격자’의 매력을 ‘평범함’으로 꼽았다. 어느 영화처럼 살인 사건이 일어날 듯 음침한 공간이 아닌, 가장 일상이고 평범한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 전에 촬영지인 아파트에 가봤었어요. 그런데 당황했을 정도로 일상적이었죠. 살인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공간이 아니라 너무나도 일상적인 곳이잖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공작’과는 다른 장르니까, 관객들이 저녁에 ‘목격자’ 찾으셔서 서늘한 밤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