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미스터 션샤인’ 김태리 ‘애기씨 한복’, 개화기 페미니스트 고애신 ‘단아+강단’
입력 2018. 08.17. 18:32:43

tvN '미스터 선샤인'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미스터 션샤인’은 3회에서 10.1%로 시청률 10%대에 진입한 데 이어 10회에서 13.5%로 자체 최고 시청률 13%대를 경신했다. 이후 12~13%대를 유지하며 드라마 제국 tvN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매회 영화를 보는 듯 완성도 높은 화면이 김은숙 작가 드라마의 비슷비슷한 상황 전개를 식상해 보이지 않게 한다. 이는 김은숙 작가의 스토리에 남다른 색을 부여하는 KBS2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를 연출한 이응복 PD의 힘이 주요했다는 것이 방송가의 평가다.

그러나 tvN ‘미스터 션샤인’은 자본력과 연출력의 시너지로 규정하기에는 설명이 충분치 않은 디테일이 가진 힘을 보여준 영화의상 조상경 감독의 공력이 숨겨져 있다.

드라마는 조선 최고 명문가 후손 고애신(김태리)과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군인이 돼 조선으로 귀환한 유진 초이, 두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을 다룬다.

출신 성분이 다른 남녀가 신분사회를 뛰어넘는 사랑을 한다는 스토리는 한국 드라마에 흔하게 등장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배경이 흔한 스토리를 흔하지 않게 뒤바꿨다.

‘미스터 션샤인’은 미국이 조선을 침공한 신미양요가 발생한 1871년 이후 1900~1905년, 열강들 사이에서 주권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고종황제 시대가 배경이다.

고애신의 의상은 시대 배경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조상경 감독은 “(고애신 한복은) 1880, 90년대에서 1910년대 개화기 시대에 맞춰 고증을 거쳤다”라며 “당시는 소매 폭이 좁고 동정이 정말 얇았다. 단 치마 뒷부분은 끌리게 했다. 이것이 당시 한복의 멋 부림 방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고증을 충실하게 따른 고애신 한복은 캐릭터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설정된 또 하나의 디테일이 숨어있다.

고애신은 단아하고 당당하다. 현 시대였다면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는 고애신은 한복을 입을 때 사대부 영애라는 사회적 지위에 충실하지만 청렴결백한 할아버지의 성품을 이어받아 화려하지 않으나 범접할 수 있는 품격을 드러낸다.

실제 한복 제작비 역시 그에 걸맞게 기존 한복에 비해 2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됐다. 실크와 본견에 천연염색을 해 제작한 고애신 한복은 극 중 캐릭터에 맞춰 자수 같은 화려한 장식은 배제하고 최대한 담백한 느낌을 내는데 집중했다.

조 감독은 “고애신이 19세로 등장했을 때는 노란색 초록색을 사용했다. 그러나 29세로 성장한 고애신은 수묵화 느낌으로 가고 싶었다”라며 고애신 한복을 위해 설정한 이미지를 언급했다.

김태리는 작은 체구임에도 평민 옷을 입고 총 연습을 하고 남자 양장을 입고 총을 쏘며 의병 활동을 하는 역할을 고애신처럼 강단 있게 소화한다. 그러나 멜로드라마로서 진짜 고애신의 매력은 한복을 입었을 때다.

화려한 삶을 살 수 있는 신분과 재력을 갖췄지만 그보다는 가진 자의 의무에 충실할 줄 알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고애신의 성품은 한복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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