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풋풋하게 시작한 사랑의 성숙한 결말 [씨네리뷰]
입력 2018. 08.22. 16:42:41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사랑은 타이밍.' 흔하고도 일리 있는 말이다. 사랑이 이뤄지는 데에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그중 타이밍은 중요한 요소다. 영화 ‘너의 결혼식’은 타이밍으로 인해 사랑이 이뤄지고 어긋난다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언제 봐도 안타까운 진리를 보여준다.

올 여름 유일한 로맨스 영화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 제작 필름케이)이 22일 개봉됐다. '너의 결혼식'은 이석근 감독이 약 10년 전 우연히 참석한 결혼식을 계기로 구상한 시놉시스로 연출한 데뷔작이다. 이 감독은 특별함 보다는 공감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황우연(김영광)의 시각으로 전개된다. 불같은 성격이지만 처음 본 전학생 환승희(박보영) 앞에서 만큼은 순한 양이 되는 그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반해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후까지 순정남의 행보를 이어간다.

사랑 앞에서 황우연은 실존여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풋풋한 순정파다. 학창시절 처음 본 그녀를 대학을 졸업한 뒤까지 줄곧 좋아한다는 것도, 그녀를 만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도 보통의 애정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것들이다. 단순하고 맹목적인 그의 모습은 그녀를 위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기에 사랑스러워 보인다.

황우연의 첫사랑인 환승희는 황우연과 대조를 이룬다. 환승희를 향해 가기 위해 타이밍의 장애물을 넘으려 노력하는 황우연과는 달리 타이밍에 의해 흘러가는 대로 순응한다. 황우연이 줄기차게 눈앞에 나타나면 흔들리는 정도가 전부다. 황우연에 비해 냉정한 여자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사실 그녀의 입장에선 어쩔 도리 없이 자신의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황우연과 같은 깊이의 애정을 지니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타이밍에 초점을 맞춘 '너의 결혼식'은 영화 자체가 '첫사랑 연대기'를 표방하며 시간 순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연대기는 황우연이 전학생 환승희를 교무실에서 처음 본 순간 시작된다. 환승희에게 첫 눈에 반한 황우연은 조금은 까칠한 그녀를 꾸준히 쫓아다닌 끝에 커플이 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환승희가 전화 한 통만을 남기고 전학을 가면서 행복한 시간은 끝나는 듯 보인다. 이후 환승희의 흔적을 찾아 끈질긴 노력 끝에 대학까지 합격한 황우연은 다시 그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대학에서 만난 환승희의 옆엔 이미 멋진 남자친구가 있다. 과연 이 두 사람의 사랑의 연대기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에서 관객은 황우연의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 황우연이 환승희를 잊지 못하는 동안 환승희는 그다지 황우연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이 보인다. 그녀는 과거에 매달리기 보단 시간과 상황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여자다. 황우연이 버스 안에서 ‘환승’이 들어간 안내를 들을 때 마다 그녀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환승희란 인물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환승희란 인물을 스크린에 비춰진 그대로만 본다면 그녀에게 억울함이 남을것 같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황우연의 시각으로 묘사돼 환승희란 인물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에 관객은 ‘그녀를 찾아갔더니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 잘 살고 있었다’는 황우연의 단편적 시각으로 보게 된다. 환승희가 현재에 충실한 인물이라고는 하나 그녀의 이야기는 숨어있기에 행동의 이유나 타당성을 알 길이 없다. 황우연이 사랑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남자로 설정됐고 환승희는 '이 사람' 이라는 느낌이 오는 시간을 ‘3초’라 믿는, 성향이 다른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두 인물의 사랑이 깊이를 가지려면 이들 사이에 끈끈한 ‘그 무엇’ 이 있어야 한다. 황우연에 대한 환승희의 애정에서 어딘지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녀가 지금보다 조금 더 애정을 보이거나 혹은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드러난다면 채워지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배우의 미모 케미는 더할 나위 없다. 두 선남선녀의 미모에 키 차이는 크게 신경 쓰이는 점도 아니다. 크게 아기자기함이 느껴지는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지만 교복을 입고 떡볶이를 먹는 두 사람에게서 자연스레 묻어나는 풋풋함이 있다. 이 영화의 백미는 결말에 있다. 사랑에 있어 타이밍이란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결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임을 보여주면서 그것이 사랑이자 인생임을 결말을 통해 나타낸다. 주인공이 가장 멋있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랑 앞에 최선을 다하고 가장 마지막엔 그것을 아름답고 성숙하게 끝맺는 모습에서 사랑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도 성장한 한 사람을 보여준다.

22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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