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야 파도야’ 노행하 “안하무인 황미진, 운동까지 하며 소리 질렀죠” [인터뷰]
입력 2018. 08.28. 16:34:21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소리를 질러도 목 한번 쉰 적이 없었어요. 성대 근육이 튼튼한가 봐요.(웃음)”

안하무인 캐릭터 황미진을 연기한 배우 노행하. 그녀는 촬영장에서 늘 소리를 질러야 했기에 세트장에 가기 전, 운동을 통해 준비했고 현장에선 감정과 호흡을 조절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지난 23일 서울 논현동 시크뉴스 본사를 찾은 노행하와 KBS2 TV소설 '파도야 파도야'(극본 이현재 이향원, 연출 이덕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파도야 파도야'는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되고 전 재산마저 잃어버린 여자와 그 가족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온갖 삶의 고난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며 꿈을 이루고 가족애를 회복해가는 내용을 다룬다. 노행하는 안하무인이고 자기중심적인, 황창식(선우재덕)과 천금금(성현아)의 외동딸 황미진을 연기했다.

“‘볼륨 띄우라’ ‘톤 띄우라’ 등의 디렉션이 많아 ‘띄워야겠다’란 생각 밖에 없었다. 초반이 더 심했다. 솔직히 초반에 많이 힘들었다. 평소 소리를 잘 안 지른다. 화나면 급격히 차분해지는 스타일이다. 미진은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잖나. 약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처럼. 초반에 PD님이 자꾸 지르라고 해서 그게 너무 힘들었다. 점점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생각이 정리되면서 즐겼다. PD님이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할까봐 슛 들어가서보다 리딩 할 때 더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안하무인 캐릭터를 실제 연기한 입장에서 그녀는 황미진을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실제 자신과 다른 황미진이란 인물을 통해 자신이 지금껏 못한 것들을 하는 기회가 됐다.

“황미진은 좋게 보면 좀 멋있는 여성이다. 나쁘게 보면 정말 버르장머리 없고 ‘이 여자 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미진이를 좋아해야 인물도 그렇게 나올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하려 했다. 오정훈(장재호)이 황미진과 결혼하고 엄순영(서하)과 재회했을 땐 많은 분이 미진이에게 동정표를 던지더라."



143회. 지난 2월부터 방송된 '파도야 파도야'는 1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겨울 봄을 거쳐 여름까지 긴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야외촬영이 많았던 그녀에게 유일한 어려움은 겨울의 추운 날씨, 여름의 더운 날씨였다.

"겨울 여름에는 너무 춥거나 더워서 혼이 나갈 정도였다. 가장 더운 날 촬영을 세 시간 동안 하기도 했는데 그땐 정말 힘들었다. 순영이에게 뺨 맞는 장면도 야외세트장이 협소해 각도를 잘못 틀면 아스팔트 도로가 보인다거나 해서 다 끊어 촬영했다. 난 그냥 때려주면 편한데 순영이가 너무 착해서 뺨이 아닌 목을 맞고 해서 내가 좀 많이 하소연 했다."

노행하는 이전에 항상 순하고 지고지순한, 순영이와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황미진은 그녀가 연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 피력해 따낸, 도전과도 같은 역할이다. '파도야 파도야' 두 번째 미팅때 택시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갈비뼈에 금이 갔다면서도 '파도야 파도야'를 사고가 준 선물로 생각할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깊었다.

"'파도야 파도야'에 많은 인물이 나왔잖나. '파도야 파도야' 오디션을 봤고 이 오디션이 열어두는 오디션이어서 어떤 걸 하고 싶다고 어필할지 생각했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미진이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PD님과 미팅할 때 PD님은 춘자를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PD님께 '춘자는 여태 해온 캐릭터라 너무 안정적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미진이를 연기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혔다."

황미진은 자신이 좋아한 오정훈과 결혼했지만 그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게다가 결혼 전 오정훈의 애인이었던 엄순영과 오정훈이 재회, 그녀가 아들까지 낳아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시댁 식구들마저 오정훈의 아이를 보러 가는 등 그녀의 입장에선 끔찍히도 싫을 일을 겪었다. 그럼에도 미진은 그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미진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무리 오정훈이 자신에게 뭐라 한들 한 번의 사랑을 주면 잊으니까. 오정훈이 미진이에게 파인애플을 사오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방송으로 봤는데 정말 행복하게 보이더라. 행복하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행복하게 나와 그걸보고 좀 많이 마음이 아팠다. 그 장면만 보면 행복한데 대본을 미리 보고 하니 너무 불쌍하더라.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미진의 시댁에 순영이 애를 안고 와있는데 그때 연기가 진짜 눈이 뒤집어졌던 것 같다. 상필(김견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 시댁 식구들이 순영이 편을 들었고 특히 정태(정헌) 도련님이 내 어깨를 잡고 '그만하시라고요' 하는 장면에선 '이거 놓으라'는 대사를 하고 뿌리쳤는데 나도 모르게 손을 올리게 될 정도였다."

노행하는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지 않는 상대를 놓지 못하는 미진의 사랑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을 하든 그 사람만 보이지 부수적 행동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엄청난 후회를 하겠지만 미진의 상태로는 아무리 누가 뭐라 한들 쉽게 마음이 바뀌지 않을 거란 게 공감된다. 그리고 나쁜 남자에 끌린다고, 항상 내게 사랑을 안 줘 사랑을 갈구한다. 중요한 건 내가 놔주면 돌아갈 곳이 있고 그래서 더 못 놔주는 것 같다. 미진이도 정훈을 그렇게 사랑하는데 다른 이마저 이 남자를 사랑하니 더 존재가치가 높아 보이는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이 놓는다 해도 버림당한 건 자신일 것 같아서 미진이 끝까지 놓지 못하고 그런 감정 계속 품고 가지 않았나 싶다."



극 중 미진은 오정훈과 엄순영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호적에 넣어야 할 상황이 닥치자 몰래 아이를 납치해 고아원에 버리는 행동까지 하게 됐다. 미진의 입장에서 참을 수 없는 상황이긴 했으나 선을 넘은 행동이기도 했다. 여기에 황창식(선우재덕)이 가세해 아이를 해외 입양까지 보내려 했다. 극적으로 아이를 찾긴 했지만 오정훈이 이 같은 그녀의 행동을 용서한 것은 어찌 보면 의아하기도 하다.

"내 생각엔 정훈이가 그리 비겁한 남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정훈의 대사 중에 '내가 미진 씨 놔 버리면 난 또 여자를 버린 셈이다. 그럴순 없지 않으냐'라는 대사가 있다. 정훈이가 비겁하단 생각이 있었는데 이 대사를 보고 속마음은 참된 사람이란게 느껴졌다.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환경은 있다'는 말이 있잖나. 정훈은 너무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의 빈자리를 자신이 채우고 보살핌 받아야 하는데 스스로 가장이 되어 가족 전체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했다. 힘든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가장이란 막중한 책임감으로 인해 표현을 잘 못 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래도 미진이 잘못하긴 했다. 아이를 고아원에 버린 건. 정훈이가 초반에 '사랑의 감정은 없어도 정이 쌓일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정 때문에 미진이에게 기회를 준 것 아닐까?"

노행하는 고3 때 처음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를 통해 연기에 발을 디뎠다. 이후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그녀는 "데뷔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며 고 3 때 처음 '고사: 피의 중간고사'를 하고 오래 쉬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조금씩 나오다 보니 데뷔를 언제부터라 말하기 모호하다는 그녀는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5년 전이라 말했다. '고사: 피의 중간고사'를 데뷔작으로 생각하고 계산하게 되면 10년 차다.

"대학 입학 직후부터 학교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어려서부터 전학을 많이 다녀 너무 내성적이었기에 대학에서의 가장 큰 목표는 친한 사람들을 만드는 거였다. 그러기 위해선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보여줄 시간이 작업시간밖에 없었다. 학교에 열심히 나갔다. 대학교 1~2학년 때 학교에서 얻은 게 많았다. 내게 참 소중한 시간이다. 많이 배우고 교수님 등 사람도 얻었다. 당시 너무 열심히 해서 지쳤고 그 뒤 3년을 쭉 쉬었다. 연기를 안 할 생각이었다. 신경 쓸 것도 책임져야 할 것도 많다는 걸 알았고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나?' 하는 생각에 휴학을 했다. 부모님이 계신 광주로 가서 드라마도 연기 서적도 아무것도 안 봤다. 신물이 났다."

대학 시절 2년 동안 모든 걸 쏟아부으며 지친 그녀는 연기를 관두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려 했다. 그 순간, 그녀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는 말을 해준 사람이 그녀의 아버지다.

"너무 어려서부터 하려고 계속 뭔가 발을 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뭐하나 되는 건 없고 근데 또 너무 어린 나이라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없었기에 '열심히 했고 하고 있는데 왜 안 되는 거냐'며 주변 탓을 했다. 그 와중에 선배들이 말하는 학칙들, 그런 것에 많이 상처받았고 힘들었다. 연기적으로 나의 꿈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던 시기와 맞물려 그만할까 했다. 연기를 관두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려 했는데 아버지가 "그래도 네가 어려서부터 너 혼자 친척 집에 머무르며 해온 게 있으니 그걸 펼칠 수 있는 무대를 한 번쯤은 해봐야 않느냐?'고 하시더라. 아버지의 말씀으로 인해 터닝포인트가 왔고 혼자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 용기를 얻어 복학하고 회사를 알아본 노행하는 그때 더블엠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만나 정식으로 오디션도 보고 트레이닝도 받았단다. 이후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자신의 오랜 꿈을 이뤄가고 있다.

"더블엠엔터테인먼트를 만났을 때가 본격적인 시작이라 볼 수 있다. 더블엠엔터테인먼트가 없어지고 나와서 지금의 회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만나게 됐다. 아버지는 내가 연기를 하는 것에 한 번도 큰 호응이나 지지를 보낸 적이 없었는데 그때 처음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늘 지지했다면 그 말을 안 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번도 그런 말을 안 했던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마지막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노행하가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특이하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어머니의 말이 그 시작이다.

"내가 막내딸이긴 한데 남들이 아는 막내가 아닌 천덕꾸러기였다. 혼도 많이 났다. 시골에 살았는데 남아선호사상이 강해 모든 가족이 오빠에 대한 사랑이 컸다. 그게 너무 화나서 오빠 옷에 코딱지를 붙여 복수했다. 별명이 '코딱지'다. 열 살 때쯤 엄마가 항상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말해서 그걸 믿었고 탤런트가 되어 엄마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잠깐 그런 생각을 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전봇대에 문근영 선배님이 다녔던 연기학원 전단이 붙어있는 걸 보고 예전에 했던 생각이 났다. 돈도 많이 들고 가족이 붙어서 서포트도 해줘야 하잖나. 집에선 안된다고 반대만 했다. 그러다 1등에게 포상으로 1년 무료 수강권을 제공하는 어느 학원의 공개 오디션 포스터를 보고 갔다가 오디션을 봤는데 1등을 해버렸다."

노행하는 고아라라는 스타를 탄생시킨 '반올림'의 오디션을 본 경험이 있다. 그 오디션은 그녀에게 연기자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확신을 준 계기가 됐다.

"엄마 몰래 학원을 다녔다. 그때 처음 우리가 아는 드라마 '반올림' 오디션을 봤다. 학원에서 한 번의 오디션 기회를 부여해준다고 했었는데 그게 '반올림' 오디션이었던 거다. 정말 큰 대강당에서 공개오디션을 하더라. 그때 그 무대 위에서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멋있었고 밑에 있는 많은 청중이 날 보는 시선을 잊을 수 없었다.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안양예고에 진학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중2 때 거의 가출 식으로 안양의 삼촌 집으로 갔다. 지방 사람인 날 굳이 뽑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니 막무가내였던 것 같다. 다행히 순탄하게 예상대로 차곡차곡 올라갔다."

빨리 30대가 되고 싶다는 스물아홉의 노행하는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걸 알고 싶단다. 30대의 농익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그녀는 얼마나 더 단단해질지 기대가 된다고. 곧 서른을 앞둔 그녀에게 삼십 대 배우 노행하의 모습은 어떨지 들어봤다.

"우선 '파도야 파도야'를 8개월 동안 하면서 그간 내가 이런저런 실수도 해왔을거고 그 실수를 바탕으로 해서 여러 시도를 해봤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나만의 깨달음을 분명 얻었을 텐데 그걸 잊지 않고 다음 작품을 통해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하는 게 당장 앞으로의 목표죠. 막연히 가벼운 마음을 갖지 않고 계속 트레이닝하며 하며 다른 모습을 좀 더 보여줄 수 있게 연구, 연습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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