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 섹스로 상징화된 욕망의 씁쓸한 뒷맛 [씨네리뷰]
입력 2018. 08.29. 00:00:00
[시크뉴스 이원선 기자] 영화 '상류사회'는 여느 상류층의 민낯을 그린 영화와 달리 색다른 접근으로 시작한다. 이미 부와 명예를 가진 자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욕망과 몸부림을 표현하려 했던 점이 지금껏 상류층을 다뤄온 영화와 다른 시작이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들여다보면 '상류사회'만의 신선함은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한 이야기 속에서 담아낸 '현실 속 있을 법한 캐릭터'라는 점은 씁쓸함을 자아내 극 중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상류사회'(감독 변혁,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는 학생들에게 인기와 존경을 한몸에 받는 경제학 교수이자 촉망받는 정치 신인 장태준(박해일)과 그의 아내이자 능력과 야망으로 가득찬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수애)이 상류사회를 꿈꾸고 결코 그곳에 다다르지 못한 갈증을 그린다.

태준에게 상류사회로 올라가는 길의 시작은 '선의'였다. 태준은 힘든 현실에 좌절해 분신 시도를 한 자영업자를 구해주고, 그로인해 민국당 의원의 눈에 들어 국회의원 공천을 제안 받는다.

이에 태준은 고민할 것 없이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였고, 남자들 세계에서 '상류사회'를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정치판에 들어간다.

수연은 자신의 힘으로 힘들게 미술관 부관장 자리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재벌가 딸인 미술관 후배에게 그 자리를 위협받자, 지금보다도 더 높은 '상류사회'에 가기를 꿈꾼다.

이에 수연은 그녀의 옛 연인이자 파리에서 촉망받는 예술가 지호(이진욱)에게 접근해 관장 자리에 올라서기 위한 욕망을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우아하고 교만한 미술관 관장 이화란(라미란)의 민낯을 보게 되고, 돈과 예술을 탐닉하는 재벌 한용석(윤제문)에게도 접근하며 추악한 상류사회를 제대로 경험한다.


어떻게 보면, 내용은 간단하다. 상류사회로 가기 위한 태준과 수연이 '재벌'과 '돈'이라는 벽에 부딪치고 그 안에서 욕망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섹스가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상류사회'의 시작은 가진 것 없는 자가 한 방을 노리는 이야기가 아닌, 1등이 되기 위한 2등의 욕망이었기에 그동안 상류층의 민낯을 그린 영화들과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변혁 감독은 이미 가진 자들이나 가진 게 없는 자들의 욕망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상류사회'만의 특별함은 없었다.

아울러 영화 속 변혁 감독의 섹스 묘사는 너무도 노골적이었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앞서 수애는 시크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수연과 지호의 베드신은 로맨틱한 그림을, 태준과 그의 비서 은지(김규선)의 베드신은 일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용석과 하마사키 마오의 베드신은 판타지적인 그림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캐릭터들이 각기 다른 베드신을 그려냈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그 수위는 "굳이"라는 의문을 남긴다. 더 나아가, 섹스라는 소재 밖에 욕망을 표현해낼 수 없을까라는 한숨까지 나오게 한다.

특히 윤제문의 베드신은 강렬했다. 영화는 태준과 수연의 상류사회 동경을 그리고 그곳에 가기 위한 욕망을 담았지만, 윤제문의 베드신을 본 뒤엔 그 내용마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재벌의 추악한 민낯'이라는 점이 윤제문이 연기한 용석의 관계에서 그대로 나왔다고도 볼 수 있다.


'상류사회' 속 캐릭터들은 모두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캐릭터들에게 이입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씁쓸함을 안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감정이입은 됐으나, 뻔한 설정의 연속이라는 점은 영화 '상류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들어내는 한 마디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뚜렷한 메시지도 없는 노골적인 정사 장면은 불쾌한 뒷맛만을 남기게 한다.

29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청소년 관람불가.

[이원선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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