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공작’ 황정민 VS 조진웅 ‘트렌치코트’, 이데올로기로 극복될 수 없는 차이의 시각화
입력 2018. 08.30. 16:16:39

영화 '공작' 조진웅 황정민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공작’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이데올로기 대립의 허망한 실상을 그린다. 과거 대북 정책에서 주입한 ‘북한=괴물’ 개념을 당연시 한 것처럼 북파 간첩 흑금성으로 알려진 박석영 역시 자신을 영입한 안기부 소속 최학성의 보수 이데올로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비밀 작전에 임한다.

이 영화는 정보사 소령 박석영과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 베이징 주재 북한 고위간부 리명운과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두 명의 남측과 두 명의 북측 네 사람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면서 러닝타임 137분 내내 섹스와 폭력 장치 없이도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이 영화는 같은 이데올로기를 공유하지만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의 차이로 대립하는 박석영과 최학성, 다른 이데올로기 아래 살아왔지만 휴머니즘을 공유하는 박석영과 리명운, 두 갈등을 축으로 전개된다.

이 중 박석영과 최학성의 갈등은 그간 진실이라고 믿었던 사실들을 뒤엎는다는 점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박석영 역할을 맡은 황정민은 깡마른 몸에 검게 그을린 피부로 기민한 행동이 요구되는 첩보원에 걸맞은 외양을 보여준다. 반면 최학성 역의 조진웅은 비밀 작전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실장이라는 지위에 맞게 거구의 풍채와 함께 늘 포멀룩을 고수한다.

황정민과 조진웅은 극 중에서 어깨가 품이 넉넉한 트렌치코트를 입어 극 중 시대배경이 90년대 초중반을 암시한다. 이처럼 트렌치코트라는 같은 아이템이지만 디자인과 연출에서는 첩보원과 실장이라는 극과 극으로 다른 사회적 역할에 걸맞게 차이를 뒀다.

박석영은 북한의 남한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김정일을 대독하는 자리에서 트렌치코트를 입어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최학성은 늘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등장해 안기부에서 상당한 지위에 올라선 인물임을 상징적으로 시사한다.

이 영화의 의상을 맡은 채경화 의상감독은 “박석영과 최학성은 완전히 다른 성향의 인물이다. 두 캐릭터의 차이를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어깨에서 시작되는 실루엣에 신경 썼다”라고 설명했다.

조진웅이 출연한 ‘독전’과 ‘공작’ 두 영화에 개봉 시기는 물론 촬영 시점 또한 비슷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촬영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진웅의 풍채가 확연히 다르다.

채 감독은 “시대 배경을 나타내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조진웅은 체형을 많이 커보이게 하고 황정민은 좀 더 왜소하게 보이게 하려 했습니다”라며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실루엣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차이를 만들어낸 이유를 설명했다.

조진웅은 극 중에서 늘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지만 안에 양복을 갖춰 입었다. 양복에 위에 트렌치코트를 입어 실제 체형보다 더 커 보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았다.

채 감독은 “트렌치코트 어깨에 패드를 많이 넣어서 실루엣을 보완했습니다. 안에 입은 양복에도 패드를 두텁게 넣어 이중삼중으로 어깨를 강조했습니다. 물론 배우 자체도 어깨가 넓어 상승효과를 줬습니다”라며 트렌치코트를 입은 조진웅의 아웃피트를 조절하게 설정했던 장치들에 대해 설명했다.

반면 황정민의 경우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보이기 위해 무엇인가를 더하지 않았다.

채 감독은 “(황정민은) 그냥 뚝 떨어지게 원래 옷에서 크게 변형하지 않았습니다. 단, 팔과 다리가 상대적으로 긴 편이라 구매한 옷의 경우 아예 큰 사이즈를 사서 줄여서 체형에 맞췄습니다”라고 설명했다.

8, 90년대 당시 ‘바바리’라 불렸던 트렌치코트는 아빠들의 출퇴근복, 출장복에서 중요한 핵심 아이템이었다.

‘공작’에서도 역시 당시 시대와 사회 배경을 설명해주는 코드로 트렌치코트가 등장한다. 그러나 박석영과 최학성에게 입혀진 트렌치코트는 그들이 가진 서로 다른 생각만큼이나 확연하게 다른 연출로 둘의 갈등을 시각적으로 이미지화 하는 기능을 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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