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상 비하인드] ‘공작’ 조진웅 ‘트렌치코트’, 윤종빈 감독 아버지+이베이에서 건진 ‘빈티지 버버리’
- 입력 2018. 08.31. 15:06:13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공작’은 다큐멘터리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북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축이 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기 전 1990년대 초반 서슬 퍼랬던 남북 긴장국면을 다룬 이 영화는 시대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해외 로케와 세트장을 제외하면 대사가 극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공작'
조진웅은 비슷한 시기에 촬영한 ‘독전’ 속 검고 깡마른 원호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거구의 최학성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최학성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윤리이고 도덕이고 정의인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직 논리가 체화된 인물로, 조진웅은 학습된 권위가 자기 자신이 된 이 인물을 본인인 듯 소화했다.
조진웅은 185cm 키, 다부진 어깨와 체구의 기본 체격요건에 의상의 힘을 더해 비밀작전을 기획과 진두지휘할 정도의 지력과 북한 수뇌부와의 대독에서도 기세를 틀어잡을 정도의 카리스마를 갖춘 최학성을 표현했다.
이런 최학성을 상징하는 아이템이 트렌치코트다. 정확하게는 발마칸과 트렌치가 조합된 이 코트는 래글런 슬리브에 소매 벨트 장식이 있는 디자인으로 영화의상팀은 어깨 패드를 덧대 실제보다 더 체구가 커 보이도록 보완했다.
‘공작’ 의상을 맡은 채경화 영화의상감독은 “조진웅이 극 중에서 컬러가 다른 비슷한 디자인의 트렌치코트 두 벌을 입고 나온다”라며 “네이비 컬러는 윤종빈 감독 아버지 옷이었고 다른 한 벌은 이베이에서 구매한 빈티지 제품이다”라고 밝혔다.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극 중 의상에 윤종빈 감독 아버지의 옷이 포함돼있다. 채 감독은 “영화에서 황정민은 윤종빈 감독이 소장하고 있던 코트를 입기도 했다”라며 “조진웅이 입은 트렌치코트는 윤종빈 감독의 아버지의 옷이었다”라고 밝혔다.
과거 디자인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트렌치코트만 봐도 윤종빈 감독 아버지 체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채 감독의 설명이다. 채 감독은 “조진웅 배우의 체격이 커서 의상이 잘 맞았다. 무엇보다 당시 시대상을 표현하는데 적합했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이 두벌의 트렌치코트는 버버리 제품으로 최학성의 사회적 위치를 설명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이기도 하다. 버버리의 대표 아이템인 트렌치코트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부와 권위의 상징이다. 최학성은 안기부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인물이자 중견 간부로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그런 그의 사회적 지위에 부합한다.
채 감독은 “당시 시대상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의 질감과 컬러 톤이 중요한데 미묘한 차이는 제작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어렵게 구했지만 빈티지 버버리가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며 브랜드 가치가 시사하는 바만큼이나 옷의 세밀한 부분도 중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진웅은 선 굵은 외모와 목소리로 안기부 실장 최학성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큰 키와 체구를 더욱 도드라져 의상으로 완성된 위압감은 관객이 최학성과 조진웅을 동격으로 인지하게 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공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