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도에서 멈춰버린 ‘물괴’, 아쉬움만 크다 [씨네리뷰]
- 입력 2018. 09.04. 08:12:49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추석 극장가를 겨냥해 가장 먼저 나선 ‘물괴’는 박스오피스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까. 무겁지 않은 내용, 흥미로운 소재, 복잡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물괴’가 적격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바란다면 아쉬움이 없지 않을 터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다. 배우 김명민이 윤겸 역을 맡았으며 김인권은 성한, 혜리는 명, 최우식은 허 선전관으로 분한다.
중종 22년, 거대한 물괴가 나타나 백성들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심지어 역병을 옮기기도 한다. 이에 영의정 심운(이경영)은 모든 것을 중종(박희순)의 탓으로 돌리고, 중종은 물괴와 관련된 소문들을 영의정과 관료 진용(박성웅)의 계략이라고 여긴다.
‘물괴’는 백성들을 위협하는 물괴와 주인공들의 싸움이라고 단순히 설명하는 것 보다는 재난과도 같은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잡으려는 심운과 중종의 세력 다툼을 짙게 그린다. 이로 인해 영화 러닝타임 중반부를 넘어서도 물괴의 형체와 이를 대적하는 인물들의 액션 씬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전과 정치적 서사가 주를 이룬다.
영화의 주인공인 물괴가 등장하고 나서야 극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아무리 공격을 당해도 끄떡없는 물괴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공격하고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여러 목숨을 앗아간다. 이러한 전개를 비롯해 ‘물괴’의 전반적인 서사를 보고 있노라면 국내 최초 크리쳐 무비인 ‘괴물’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터다.
그러나 ‘괴물’에서 괴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 주인공들이 괴물과 맞서 싸우는 이유, 괴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난 뒤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반해 ‘물괴’는 어딘가 모르게 의아함을 자아낸다.
이로 인해 윤겸이 이끄는 수색대원들의 동지애도 퍽 와 닿지 않는다. 코믹한 연기가 특징인 김인권은 ‘물괴’에서도 특색을 이어나가고 김명민과 김인권의 모습은 마치 ‘조선 명탐정’에서 오달수와 김명민의 호흡을 보고 있는 듯하다. 또한 빈번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너스레는 웃음을 주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더불어 이번 작품으로 영화, 사극에 첫 도전한 이혜리의 연기는 노력을 엿볼 수 있으나 크게 달라짐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애틋하게 그린 동지애와 애정의 사이는 뭉클함 보다는 실소를 터트리게 만든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는 몇 줄에서 탄생한 물괴의 형태는 칭찬할 만하다. 실제 기록에서는 삽살개 크기였으나 6개월의 제작기간, 20여 개 이상의 비주얼 콘셉트를 거쳐 탄생한 최종 물괴의 형태는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자아낸다. 또한 존재하지 않는 물괴의 형태와 싸우는 김명민의 연기는 ‘역시’라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물괴’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5분.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