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10대들의 무한질주, ‘댄싱하이’에서 가능성을 찾다.
입력 2018. 09.10. 10:52:34

KBS2 '댄싱하이'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세상 어느 분야가 그러하듯 대중 예능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주류는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은 유행에 편승하고, 과거와 비교해 세대 간 다양성에 대해 관대해지는 모습이다. 걸그룹 팬클럽에 아재들이 넘쳐나고, 아이돌그룹 콘서트에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야광봉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다.

언더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이며, 아이들의 미숙한 재능 잔치로만 치부해왔던 10대의 문화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졌다. 이처럼 다름을 인정하는 다원화 사회로의 변화가 10대 연예인을 바라보는 배타적인 시선을 완화시켜 주고 있다.

요즘의 10대 예능인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살지 않는다. 유튜브를 비롯한 SNS, 블로그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생각을 나누며 힘을 모을 수 있다. 이런 10대들은 ‘크리에이터’란 이름으로 재능을 과시하고 어른들이 깜짝 놀랄만한 수입도 올린다. 10대가 묻혀 있던 잠재된 시장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주역으로 등장했다.

10대 예능인들은 통념의 틀에서 벗어나 조금은 삐딱하게 세상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매력이다. 고등학생들의 랩 대항전 Mnet ‘고등래퍼’에서 보여준 10대들의 ‘랩’에는 ‘삐딱한 세상보기’가 잘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이 기획의도에서 말했듯, 세상을 뒤집어 버렸다.

통념이나 관습을 따른다는 것은 사회질서 유지와 안정을 위해서는 좋은 자세일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들의 등장을 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이 당연시 하며 받아들이는 통념이나 질서에 반기를 들고, 잘못된 통념을 깨고자 하는 10대들의 시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지난 7일 첫 전파를 탄 KBS2의 ‘댄싱하이’는 ‘고등래퍼’에 이어 10대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예능프로그램이다. ‘고등래퍼’는 10대들의 랩 배틀이었고, ‘댄싱하이’는 댄스 배틀이다. 방송사는 “대한민국 방송최초. 10​대들의, 10대들에 의한, 10대들을 위한 댄스 배틀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 사상 10대, 그것도 초등학생도 출연해 춤 실력을 겨루는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파격적인 콘텐츠일 수밖에 없다.

10대들에게 춤이란 “내면의 열정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그들의 생각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란 것이 방송사의 주장이다. ‘댄싱하이’는 “춤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10대들을 통해 그들의 꿈과 성장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댄스 배틀 프로그램”이란 설명이다.

‘댄싱하이’에서 최고의 10대 춤꾼은 현장관객과 유명 댄스 코치진의 심사로 가려진다. 코치진은 하이라이트 멤버인 가요계 춤꾼 이기광, 가수로 배우로 전천후 활동을 펼치는 호야, 보이그룹 위너의 메인 퍼포머인 이승훈, 최정상급 가요스타들의 안무 디렉터인 리아킴, 세계댄스대회 우승팀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장식했던 댄스 크루 저스트절크의 영제이와 제이호로 짜여졌다.

이들 코치진은 기성 대중음악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에 단독 출연하는 등 스타로서의 활동에 대중들과 다소 거리를 둔 사람들이다. 하지만 유튜브 등 1인방송을 통해 수십만명의 팬을 거느린 크리에이터들이다. 최소 10년 이상의 춤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이다. 격투기에 비유하자면 최소한 ‘사범급’이다.

‘댄싱하이’ 출연자는 모두 58명. 전국에서 지원한 3112명 중에서 선발됐다. 최연소 출연자는 13살인 박시현, 이유솔 등 2명으로 모두 초등학생이다. 첫 방송에서 이들은 코치들이 “내가 오히려 배워야 하겠다.”라고 할 정도의 놀랄만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출연자들은 팝핀, 힙합, 걸리쉬, 얼반, 밀레니엄스쿼즈, 비보잉, 왁킹, 크럼프, 코레오, 락킹, 보깅 등 각자 전문 분야의 춤으로 경쟁을 펼친다. 오히려 재즈와 현대무용을 들고 나온 지원자가 이색적일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이제까지 방송에 등장한 춤과는 다른, 10대 춤꾼이어서 가능한 고난도 춤들이 연출되고 있다.

현대의 대중음악에 있어 ‘춤’은 절대적 요소이다. 특히 아이돌그룹의 경우 노래보다 우선하기도 한다.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웬만큼 다 아는 공식이지만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춤과 연결된 음악의 파워는 그냥 좋은 노래가 따라잡기 힘들다. 과거에도 그랬다. 1930년대의 스윙이 그랬고 2011년의 셔플댄스가 그랬고, 국내에서는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결정적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그랬다. 이제 10대들이 만들어내는 춤이 다음 세대의 대중음악을 이끌 시대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어른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아직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또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연령대가 아니란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성급한 우려는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우선은 제작진의 약속을 믿어야 한다.

연령대를 10대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이승건 PD는 "10대는 잘 하긴 해도 어떤 분야에서 뭘 이룬 사람들은 아닐 거다. 누가 제일 잘 추나 겨루기보다는 춤을 추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서 춘다는 것에 목적을 갖는다. 팀 안에서 소통하고 화합하고 성장해가는 걸 그린 성장 드라마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한다.

제작진은 ‘댄싱하이’를 통해 춤을 추는 아이들에게 쏟아지는 편견을 조금이나마 깨보려 한다. 제작발표회에서 이승건 PD는 “인생에서 아름다운 시절이고, 다른 생각을 안 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게 10대이다. 시간이 허락하면 새벽부터 하루 종일 연습을 한다. 10대이기에 가능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어른들이 걱정하는 ’날라리‘가 아니라 아티스트다.”라고 말했다.

미성년 참가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보살핌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승건 PD는 “지방 지원자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아 숙박을 책임지고 있다. 녹화는 가능한 주말과 공휴일에 한다. 부득이 평일 일정이 잡힐 경우,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학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어른 시청자 일부에서는 “10대 지원자들의 무대 의상과 장신구가 볼썽사납다”는 지적도 있다. 이 또한 시빗거리는 아니다. 정치인이 슈트를, 체육인들이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고. 파티 참가자에게 드레스코드를 주문하듯이 10대 춤꾼들에게는 그 의상과 장신구가 그들만의 패션이고, 그들끼리의 유니폼인 셈이다.

세상사람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취향을 갖고 있다면, 변화와 발전이 일어나기 어렵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대중음악시장의 정상에 올라 국위를 떨치듯이, 아이돌그룹의 멤버 대부분이 10대에 노래와 춤을 익혀 대중음악을 변화시켜 왔듯, 앞으로도 10대들에 의해 방송연예가의 변화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어른들과 함께 사는 이 시대 10대들이 일으킬 변화가 기대된다. ‘댄싱하이’가 그 변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를 바란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사진=KBS2 '댄싱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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