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강용석은 전략적 ‘꼴통’?” 역할극 달인, 방송인 ‘나비넥타이’ VS 변호사 ‘기본 타이’
- 입력 2018. 09.11. 10:53:19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전직 보수당 국회위원이자 대중에게 ‘고소왕’으로 알려진 강용석은 성공지향적인 남성의 요건을 갖춘 인물이다. ‘보수’ 앞에는 ‘꼴통’, ‘국회위원’ 앞에는 ‘싸움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비호감 키워드들임에도 그는 한때 방송에서 예능 기대주로 찬사를 받던 인물이다.
강용석
강용석은 제18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다 2010년 ‘대학생 성희롱 파문’으로 결국 (구)한나라당에서 제명돼 남은 임기를 무소속으로 마친 후 2012년 사실상 정치일선에서 퇴출당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국회를 떠나기가 무섭게 2012년 TV조선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 진행자가 돼 방송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같은 해 10월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진행을 맡으면서 ‘방송왕’을 코앞에 둔 방송인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지금까지도 정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썰전’의 메인 진행자를 맡았던 그는 ‘제명 국회의원’에서 이미지 갈아타기에 성공했다. 이후 TV조선 ‘정관용 라이브’ ‘강적들’ 등에서 맹활약해 정치인으로 복귀가 멀지 않은 듯 보였다.
탄탄대로처럼 보였던 방송인과 재기가 거의 확실시 됐던 정치인으로서 미래를 눈앞에 두고 2010년 한나라당 제명의 결정적 사유가 된 ‘여자’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국회가 아닌 카메라 밖으로 퇴출됐다.
그러나 그의 기사회생은 놀랍기 만하다. 강용석은 자신을 ‘예능 기대주’ ‘스타 방송인’으로 만든 ‘강용석의 고소한 19’에서 아이들이나 맬 법한 봉긋한 디자인의 깜찍한 나비넥타이에 멜빵을 하고 나와 ‘고소왕 국회의원’ 이미지를 코믹 버전으로 재해석해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방송에서 정치도 일견 쇼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소리 지르고 싸우지만 돌아서면 아무렇지 않게 인사한다는 등 발언으로 개그쇼처럼 보이는 정치판이 실제 쇼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슬쩍 던져줬다,
국회의원 강용석과 방송인 강용석을 가르는 요소는 사실상 기본 타이냐 나비넥타이냐의 차이였을 뿐이다.
앙증맞은 나비넥타이는 얼굴을 실제보다 더 커 보이게 하고 클래식 디자인의 폭이 넓은 멜빵인 서스펜더스는 개화기 시대 아저씨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처럼 과장된 설정들이 강용석을 비상식적인 상황들이 난무하는 시대를 상징하는 시대적 아이콘으로 상징화 하는 역할을 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화려한 학력과 박학다식한 지식을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 과시할 줄 아는 통찰력이다. 코스프레 의상으로 자신을 포장할 줄 아는 수용력과 감각이 없었다면 방송인으로서 성공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2015년 1월 도도맘과 불륜 추문이 불거진 후 같은 해 8월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한 강용석은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방송인 코스프레 의상을 벗어던졌다.
변호사 복귀 후 변호사로 처음 대중 앞에 나선 것은 세월호 유족 관련 소송 때문이었다. 지난 2015년 10월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안산의 화랑유원지 내 상인 일부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안산시, 세월호유가족협의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수임했다.
이후 11월 16일 강용석은 카카오 대표이사 모욕죄 사건 고소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법원에 출석하면서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당시 고소는 세월호 유족 대리 소송 기사에 악성댓글을 단 악플러 7명과 함께 위와 같은 댓글을 기재할 수 있도록 기사마다 댓글 기재란을 만들고 악성댓글을 삭제하거나 차단하지 않고 방치한 카카오(구 다음) 대표이사 임지훈에 대한 모욕죄 공범(방조) 사건이었다.
2년 여 후인 지난 2017년 7월에는 ‘사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학부모 모임’(이하 사정모)으로부터 스타강사 설민석 최진기의 불법 홍보 댓글 사건을 수임해 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강용석은 같은 해 7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사정모 대변인 자격으로 스타강사 설민석과 최진기가 3년 넘게 불법 댓글 홍보를 통해 학원을 선택하는 학부모와 학생을 기망하고 그들의 강의를 수강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두 자리에서 강용석은 말끔한 신사복 차림을 갖춰 ‘변호사 강용석’으로 카메라 앞에 섰음을 시사했다. 거리에서 마주치면 구별하기 힘든 화이트셔츠에 블랙 혹은 네이비의 기본 컬러 양복을 입은 그는 비비드 블루 혹은 와인 등 타이 컬러만 살짝 신경 쓴 정도에 그쳤다.
비호감도 호감도 아닌 현 시대의 보통 직장인 차림이지만 셔츠와 재킷 소매의 비율 등 정장의 규칙을 정확하게 지킨 착장 방식으로 변호사로서 전문성과 신뢰를 호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강용석은 생존력은 놀랍다. 대중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 그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함으로써 상대에게서 자신의 원하는 바를 취득할 수 있는 타고난 감이 있는 듯하다.
강용석의 도도맘과의 불륜 추문으로 2010년 (구)한나라당 제명 당시처럼 다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솔직히 궁금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