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시성' 배성우 "추수지, 기죽지 않는 우직함 보여주려 했죠" [인터뷰]
- 입력 2018. 09.15. 17:06:10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고민이 많았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배성우는 깊은 고민 끝에 영화 '안시성'(연출 김광식, 제작 영화사 수작·스튜디오앤뉴)을 택했다고 털어놨다.
"배우는 선택 받고 다시 선택하는 입장이다. (안시성은) 그 시기에 다시 하기 가장 적당했다. 들어온 작품 중 가장 의미상으로 나쁘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영화였다. 대본상에서도 가장 소재가 의미가 컸고. 대본 안에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캐릭터와 대본 완성도 둘 다 놓칠 수 없긴 한데 '더 킹'을 예로 들면 대본이 섬세했다. 촘촘하게 완성도 있는 대본과 캐릭터가 매력 있었다. 이번 영화는 그런 대본은 아니지만 전쟁영화로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다. 정말 작은 인원으로 전투를 이겨낸 거다. 서너 번 방어를 했는데 전술이 설득력 있었다."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다룬 액션 영화. 배성우는 안시성 부관 추수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성이 '추' 이름은 '수지'로 아는 분들도 계시던데 이름이 '추수지'다. 전투신 위주다 보니 드라마적 요소에 관한 아쉬움이 있다. 포커스가 전쟁 신으로 가야 하니 부수적인 것은 아쉬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캐릭터는 수사가 없다. 어떻게 살았는지 가족은 어떤지 등 그런 게 있으면 몰입도가 높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전사를 잘못 만들면 내가 표현한다 해도 두 시간 남짓 시간 안에 모든 게 설득력 있게 들어가지 못할 거다. 잘못된 설정으로 혼자 연기해 봐야 방해만 될 수 있다. 전사가 계산된 건, 오랫동안 전쟁을 겪어왔고 호전적 민족이기에 적이 쳐들어와도 그리 당황하지 않고 죽으면 죽는 것'이라며 맞선다는 점이다. 실제 그런 느낌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속내를 터놓지 않더라도 미뤄 짐작하건대 끈끈함이 있었을 거다."
추수지에 대한 건 나이조차도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다고. 양만춘을 제외한 모두가 설정된 인물이다.
"추수지는 처음엔 나이 많은 장수로 설정됐으나 뛰고 싸워야 하다 보니 나이가 젊어졌다. 내게 제의하며 이런 식으로 갈 거라고 하더라. 다 중년인 설정으로. 추수지의 구체적 나이대는 명시되지 않았다. 당시 양만춘의 나이가 조인성 나이 정도로 추정된다고 들었다. 사극이 드라마가 많았잖나. 나이 많고 수염 길고. 결국 특히 고구려 땐 맞아 죽는 사람도 많았으니 인성이 나이 비슷한 분이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추수지를 연기하며 그는 캐릭터의 어떤 면을 보여주려 했을까.
"추수지가 사실 성주보다 나이가 많으니 더 많은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불리한 전투지만 그리 다운되지 않고 계속 형세를 판단한다. 그게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니. 그런 부분을 가장 많이 보여줬으면 했다."
'안시성'의 캐릭터들은 로맨스, 브로맨스 등을 보여주며 케미를 자랑하기도 한다. 친분이 있는 배우들이 뭉친 만큼 대본 리딩 때부터 웃음이 가득했다.
"당나라 쪽은 아주 정예병이고 그 외 다른 병사들도 중국 쪽을 계속 정복하고 다닌, 전투 경력이 많은 병사다. 극 중 왕이 직접 끌고 왔는데 원래 장군이 오는 경우가 많다. 왕이 온 건, 정부가 움직인 거다. 당은 입체적이지 않고 단선적이다. 우리(고구려)는 그나마 인간적인 면을 좀 더 보여줬다. 배우들끼리 이야기하는 건, 고구려가 침략자적 성향이 있다는 거다. 핍박받는 민족이 침략받은 게 아니라 '양아치 건드렸다가 눈 빠지는 느낌'이다. 영화에서 좀 완화된 거다. 리딩에선 거칠었다. 비속어가 좀 들어갔으면 더 웃겼을지도 모른다. 리딩 때 '추수지에요'하는 대사를 '수지에요'라고 했다가 너무 웃었다. 감독님이 '수지' 하지 말라고, '추수지'라고 하라고 하더라. 제멋대로인 성격이 좀 더 표현됐으면 어땠을까? 보통 사람들이 살듯 그렇게 살잖나. 그런데 싸움에 들어가면 '싸움이다' 하고 눈이 돌아가는 것. 그렇게 좀 더 낙차가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전투신이 중심이다 보니 추수지란 캐릭터에게선 우직함 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재미없는 캐릭터라고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이 (추수지 역할을) 제의할 때 그런 얘기 들었기에 명확한 이미지들을 가진 사람을 쓰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만들기도 편하지만 관객이 보기에도 더 편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훨씬 더 이미지가 명확한 배우가 하면 내가 한 것보다 좀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일단 (조)인성이와 친해서 그와 어떤 케미를 이룰지 이야기도 하고 충직하고 우직한 느낌을 뿜어내기보다 티격태격하며 낙차가 있고 입체적으로 보여 그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지금도 좀 걱정이다. 어떻게 봐줄까? 그런 고민을 후시 녹음 때까지도 계속했다. 명확한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계산적으로 갔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결과, 그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영화 전체적으론 전쟁 신이 중심이다. 거기에 가장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걸로 승부를 보는 영화인데 전쟁 신이 초반부터 시뮬레이션 돼 있는 거였다. 나중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 거칠게 CG(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하면 어떨지 어느 정도 보여줘서 보고 촬영했다. 스펙타클하고 효과가 들어가는 영화를 배우들이 좋아하진 않는다."
'안시성'은 200억 원대의 대작이다. 그가 출연한 영화 중 가장 큰 비용이 든 영화인 만큼, 촬영 현장에서도 체감이 됐는지 궁금했다.
"우리 영화 같은 경우 좀 체감된 게 토산 쪽은 함양, 성은 고성에서 촬영했다. 그 안의 드라마는 구리, 고구려 대장간 마을은 우리가 만든 건 아니다. 성과 토산을 보고 '돈이 들어갔구나' 했다. 성과 토산은 실제로 지었고 대 도구들을 보며 실감 났다. '옛날에 되게 무서웠겠다' 싶더라. 그땐 싸움이 나도 맞붙어 죽여야 하니 끔찍했을 것 같다."
배성우에게 출연작을 다시 보는지 묻자 "창피하고 내건 잘 못 보겠더라"며 웃었다.
"몇 번 다시 보게 된 영화는 '몬스터'다. 전체가 아닌, 내가 나온 것만 보게 되는 영화인데 이민기 김고은이 주연이다. 탈북한 특수 요원으로 잠깐 나와 대사도 없이 액션만 한다. 그 캐릭터가 내가 한 것 중 가장 재미있었다. 극 중 김정일을 호위하던 북한 최정예요원인데 탈북해 와 돈은 없고 정신이 이상해진다. 의뢰인이 건달들을 처리하라며 돈을 쥐여주고 건달 뒤에서 혼자 트램펄린 타고 계속 나온다. 그때 액션 연습을 많이 했다. 대사는 없고 100% 애드리브였다. 액션 배우 쓰라고 했는데 '배우가 다르다'고 하더라.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하는데 의뢰받다 빵 먹으며 대사 없이 듣기만 한다. 소변을 차에 봤는데 실제여서 김뢰하 형이 당황했다. 감독이 한 번 더 가자고 해서 음료 마시며 30분 달라고 했다. 그랬는데 첫 테이크를 쓰더라."
최근 배성우에게 큰 고민은 작품 선택에 관한 거다. 출연 제의는 많지만 그로서는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게 연기력만으로는 안 되더라. 요즘 큰 고민은 '뭘 선택해야 하나'다. 연기를 그만둘 때까지 나가야 하는 고민이다. 선택에 있어 특별히 명확한 기준은 없다. 특히 '안시성' 이후론 작품의 완성도와 캐릭터의 매력이 나와 어울리는 '싱크로율'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잖나. 그러면서도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에 들어간 의미도 꼭 찾아야 하는 것 같다. 한재림 감독의 경우 '더 킹'을 직접 쓰고 제작하고 연출했다. 얼마나 흥행에 목말랐겠나. 제작까지 했으니. 그렇지만 끝까지 '의미'를 놓지 않으려 했다. 대단한 도덕적 무언가가 아니라 그래야 재미있으니까. 거기 포함된 의미의 재미가 짜릿함이다. 나도 공감한다.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건 계속 가져가야 하지 않나 싶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