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래요' 박선영 "아버지 유동근과의 호흡, 빛나는 장면 만들어주셨다" [인터뷰]
입력 2018. 09.19. 13:04:14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배우 박선영은 ‘같이 살래요’ 의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6개월을 달렸다. 여름 끝 불기 시작한 반가운 바람처럼 그의 노력의 끝에는 만족감이라는 반가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KBS 2TV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 출연한 배우 박선영과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같이 살래요’는 KBS 2TV의 묘수였다. 젊은 층의 로맨스를 주축으로 한 가족 이야기를 주로 다뤘던 KBS는 부모님 세대인 60대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부모 세대의 로맨스를 통해 모든 세대가 가족이 되는 이야기는 생소했다. 그래서 박선영은 ‘같이 살래요’에 이끌렸다.

“중년 로맨스를 다루는 게 너무 좋았다. 노년의 황혼 로맨스와 젊은 층의 로맨스까지 전 세대를 아울렀다. 여태까지 작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노년의 이혼과 재혼 과정, 그 과정을 통한 화합도 좋았다”

극은 중년의 로맨스를 그렸지만 결국엔 가족의 이야기였다. 가족이 부모님의 로맨스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갈등하고 화합했다. ‘같이 살래요’가 그린 가족의 이야기에는 가족 구성원의 치매라는 가슴 아픈 소재도 담겨 있었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치매는 요즘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남의 일이 아니다. 경미한 치매를 앓고 지나가시는 분들도 많다. 너무 심각하지만 않다면 그런 부분을 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수용해야 할 문제를 한 번 생각해보고 어떤 시각으로 봐야하는지를 보여준 것 같다. 저는 좋았다. 끝이 또 아름답게 마무리 됐다. 약도 잘 들으셨지 않나(웃음)”

치매는 가족의 화합을 그리는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고부갈등, 재혼, 시험관 아기, 사회, 신입사원의 회사생활 등 전 연령층의 현실이 작품 속에 고루 담겼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극에서 아버지를 챙기고 동생들을 돌보는 장녀 박선하를 연기한 박선영은 그 배우들을 잇는 중심에 서있었다.

"저는 윤활제 역할을 했다. 애들이 너무 어려서 선생님들한테 감히 못 하는 걸 저랑 한지혜씨가 중간에서 풀어준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애들도 아버지한테 가깝게 다가가고. 가족 같았다. 드라마 찍고 있을 때 정말 가족 같아서 좋았다"

박선영의 말처럼 촬영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여회현, 박세완, 금새록, 김권 등 젊은 배우들의 SNS에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등장했다.

“애들이 다 너무 착하고 잘 했다. 그 친구들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애들이 연기도 잘 하고 착하고 바르고 귀여웠다. 동생으로 나왔던 회현이나 새록이같은 경우에는 정말 내 동생 같고, 자식 같고 그랬다”


중년 배우들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본인도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더 오랜 기간 연기를 해온 선배들과 함께 하는 현장은 언제나 배움으로 이어졌다.

“선생님들은 너무 다 좋으셨다. 아버지랑 같이 하면서 특히 많은 걸 느꼈다. 같이 해서 빛날 수 있는 신을 많이 만들어주셨다. 그런 내공을 가진 분들이랑 해서 너무 좋았다. 많이 배웠고 나중에는 유동근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도 모니터링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시고, 칭찬도 해주셨다”

극의 후반부, 박선하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미연에게 마음을 여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가 이미연을 향해 ‘엄마’라는 단어를 뱉는 장면은 ‘같이 살래요’가 말하는 가족의 화합을 대변했다. 박선영이 유동근의 칭찬을 받은 장면 중 하나였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말(‘엄마’)을 하기 위해서 이 드라마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한테는 정말 중요한 신이고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된 신이었다. 정말 잘 하고 싶었다. 미희 쌤 덕분에 몰입이 잘 돼서 잘 끝났다. 그 신이 끝나고 나서 유동근 선생님이 ‘잘했다’고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그 어떤 칭찬보다 많은 감동을 받았다”

가장 늦게 이미연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 들인 박선하는 그렇게 가족의 화합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고지식하고 답답하기까지 할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했던 박선하 캐릭터는 박선영에게도 어렵고 안쓰러운 존재였다.

“캐릭터 자체가 짠했다. 답답하게 자기가 가진 신념을 지키려고 한다. 누가 요즘 그렇게 산다고. 재벌 엄마 만나면 빌딩도 받고 싶고, 카페도 받고 싶을 텐데(웃음). 그런데 이 아이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게 여태껏 자라온 환경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불쌍했다”

박선하가 이미연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외적인 갈등도 심화됐다. 여기에 고부갈등까지 추가됐다. 배우로서도 힘든 시간이었다.

“시어머니, 새어머니, 아버지와 갈등을 하는 게 많았다. 그래서 힘들었다. 만나서 오열하고 폭풍 연기하고, 아빠한테 소리지르고 울고 화해하고 이런 게 많았다. 그런데 그런 걸 통해서 가족이 되고 화합이 되면서 끝이 나니까 속이 후련하기도 했다”

힘들게 연기를 했지만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기에 박선영에게는 얻은 게 더 많았던 시간들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박선영과 찰떡궁합을 자랑한 것도 로맨스를 그린 강성욱이 아닌 아버지 유동근이었다.

“아버지랑 호흡이 정말 괜찮았다. 작품마다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 호흡이 제일 잘 맞았던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랑 연기할 때는 눈물이 그냥 철철 난다. 워낙 내공이 있으시니까(웃음)”

이제는 어딜 가든 대선배가 된 23년차 배우 박선영은 여전히 선배의 자리보다는 후배의 자리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선배 배우분들이랑 연기할 때 정말 좋았다. 기본적으로 제가 맡은 캐릭터 자체가 가족의 중간에서 화합하고 그런 캐릭터였다. 어른들과의 사이에서 오는 부침이 되게 중요한 캐릭터여서 남편보다 시어머니와 더 친했고 찍는 장면도 남편보다 시어머니와 찍는 장면이 더 많았다. 후배들과 있으면 좋은 선배가 돼야 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다. 선배님들에게 질척대는 건 정말 잘 한다(웃음)”

박선영은 인터뷰 내내 ‘같이 살래요’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완벽했던 호흡을 자랑했다. 배우들의 분위기가 극에 반영되어서였을까. ‘같이 살래요’의 훈훈한 로맨스와 가족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박선영은 “드라마 너무 행복하게 보고 있다”고 말해주시는 어르신 분들의 말을 깊이 새겼다. 중년, 노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밝은 분위기와 만족감, 호평이 맞물린 ‘같이 살래요’는 36%라는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박선영은 ‘같이 살래요’가 남겨준 즐거움을 안은 채 영화 ‘남산, 시인 사건’을 촬영한다. 영화에 대해 말하는 박선영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23년 동안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자신의 역량을 뽐냈던 박선영은 최근 스크린으로 자신의 연기를 옮겨가는 중이었다. 낯선 도전이었다.

그는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이유에 대해 “옛날에는 드라마나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장르를 넓혀가는 것도 필요한 것 같더라. 한 쪽에 치우쳐 있는 것 보다는 다각적으로 해야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해진 미디어와 채널이 있었다.

“예전에는 지상파 밖에 없었다. 그런데 케이블이 생기고 종편이 생겼다. 채널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웹드라마 같이 접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더라. 한정된 것 안에서 하다보면 뒤처지겠구나 싶었다. 내가 열린 마음으로, 대중 문화 예술을 하는 사람의 자세로 영역을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같이 살래요’로 시작한 인터뷰 끝에 남은 것은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박선영의 모습이었다.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으로 영역을 확장했듯이 박선영은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했다. 착하고 똑 부러지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한 악역 또한 그 선택지 중 하나였다. 드라마 ‘진실’(2000)이후 18년 만에 생긴 욕심이었다.

“예전에는 악역 이미지에 갇히는 게 너무 무서웠다. (악역을 하고 난 뒤) 대한민국에 있던 못된 역이란 못된 역은 나한테 다 들어오더라. 그 때까지만 해도 주인공이 악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였고, 악한 이미지를 인물과 동일시하던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냐. 타당성을 부여해주니까. 이제 괜찮을 것 같다”

‘베테랑’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랜 기간을 연기와 함께 했다. 안정적인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박선영은 아니었다. 변화하는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했고 그 변화에 발 맞춰 도전을 하기를 원했다. 앞으로 남은 박선영의 연기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기대가 되는 시간이었다.

“지금처럼 가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제가 지금까지 잘 왔다고 생각을 하고 지금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면 끝가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봤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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