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시성' 조인성의 카리스마 [인터뷰]
- 입력 2018. 09.24. 17:04:2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너무 빨리 나왔죠?"
'쌍화점' 이후 무려 9년 만에 '더 킹'으로 스크린에 복귀하더니 이번엔 단 1년 만에 '안시성'으로 관객을 찾은 조인성{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이 작품이 운명 같은 거다. 이 작품을 하기로 선택했고 하기 전까지 좀 많은 고민을 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조인성을 만나 영화 '안시성'(연출 김광식, 제작 영화사 수작·스튜디오앤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다룬 액션 영화. 영화로는 처음으로 안시성 전투를 다뤘으며 고구려와 액션 블록버스터의 만남이 스케일과 비주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조인성은 인터뷰 중간중간 '너무 일찍 나왔다'며 장난스레 웃었지만 실은 그가 고심 끝에 안시성을 택했음을 알 수 있었다.
"'과연 내가 해야 되는 건가?' 하고 고민했다. 시나리오를 보니 찍다 함께 죽자는 건데. 예산도 그렇긴 하지만 영화사 뉴(NEW) 10주년 첫 제작 영화인데 '그러지 말라. 괜찮다'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나도 편견에서부터 시작했다. '나와 양만춘이 맞겠냐?' 이야기했지만 나도 '카리스마'에 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거다. '새롭게, 젊게 하고 싶다' 하시기에 다시 시나리오를 봤다. 예산이 많으면 영상 콘티 작업이 안 되면 촬영에 못 들어간다. 제작비를 알차게 사용하려면 그리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것을 다 보고 '철저히 준비하시는구나' 해서 '그 짐 같이 지겠다. 하겠다' 했다."
고민했을지언정, 결국 조인성이 출연을 결심하게 한 '안시성' 만의 매력은 뭘까.
"고구려 역사를 다룬다는 게 신기하더라. 침략을 많이 받은 민족이기도 하니 아픈 역사보다 쾌감 있는 전투를 다룬게 매력있었다. (역할이) '어울리냐 어울리지 않냐'도 따지다 보면 아무것도 못 한다. 편견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좀 부딪치며 해야 하잖나."
조인성은 전작인 '더 킹'의 인터뷰에서 만났을 때보다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더 킹'때는) (정)우성 형도 있었고 전작도 예산이 안 크다고 할 수 없는데 이번엔 압박이 좀 있었다. 굳이 말로 표현 안 해도 여러 가지로. 많은 스태프 배우가 함께해야 했기에 사고 없이 현장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도 있고. 불화들은 금방 기삿거리가 되잖나. 연기도 하고 액션도 찍어야 했다. 그런 것들이 중책에 놓인 거다."
안시성을 지키는 성주 양만춘 장군을 연기한 조인성은 앞선 기자간담회를 통해 '범상치 않은 인물을 만들기 위해 자유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의 설명대로 '안시성'의 양만춘은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인물에 대한 사료가 거의 없는 만큼 그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인물을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는지 궁금했다.
"양만춘 장군의 사료가 없어 편한 부분도,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장군'이라고 하면 어떤 장군의 삶을 그려야 하는지 '상'이 있으니까. 연개소문과 당 태종 이세민을 유오성 박성웅 형이 하니까 나 다운 카리스마를 찾는 것에 중점을 뒀다. (감독이) 처음부터 그걸 원하긴 했더라. 서로 이야기하며 디자인을 시작했다. 젊고 전형적이지 않고. 전형적이지 않다는 건 낯설다고 느낄 수도 있는 거니 좀 믹스를 잘해야겠다 생각 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전형적이었다면 지루할 가능성이 크다. 스토리는 간단하니까."
일각에서는 '양만춘 장군이 카리스마가 부족하지 않나'라는 반응도 나왔다. '장군'이라는 단어가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비껴간다는 것. 이 같은 반응에 관한 조인성의 생각을 들었다.
"뭐가 카리스마일까? 강함? 사전에서는 '신으로부터 특별히 부여받은 재능'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소리 지르는 것, 강요하는 것, 그게 카리스마가 아니라는 거다."
그의 말대로 강한 것 만이 카리스마라 할 수는 없다. 평소 주위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조인성, 그리고 그를 따르는 후배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그가 '부드러운 리더십'을 통해 그만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의도적이라기보다 공감하지 못하면 어울릴 수가 없다. 상하 구조 문화였다면 겉으론 굴복하지만 정말 마음으로 가느냐? 그렇진 않지 않나. 구조니까 가지. 구조에서 주는 지휘체계가 상대에 대한 진심 어린 충성심이 발휘되는 건 아니잖나. 나이가 주는 포지셔닝이 있을 수 있지만 진짜는 아니라 생각한다. 고구려 사람이 더 호전적이라고 하는데 싸움을 더 잘할지언정 세상을 보는 해안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무릎 꿇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작은 안시성에선 뒤에서 몰래 찔러 죽이면 모르는 거잖나."
'안시성'은 총 네 개의 전쟁 신으로 이뤄졌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전쟁 신은 어떤 것일까.
"다 기억에 남는데 첫 번째 전쟁신에서 (남)주혁이가 말을 타고 해야 해서 '얼마나 힘들까?' 싶더라. 전투에서 쓰인 장비와의 호흡도 있어야 했는데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밤에 싸워야 하는 장면은 밤에 자고 낮에 깨어있어야 해서 힘들었다. 마지막은 마지막이라 힘들었고. 마지막에 활을 쏠 때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양만춘의 마음도 있었지만 빨리 촬영을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모두가 '조인성이 활 쏘면 끝난다. 언제 쏘냐'고 했었다.(웃음)"
'안시성'의 전투신은 한 눈에도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많은 분들이 노력했다. 전투는 현장에서 찍었지만 CG 같은 건 정말 힘들게 작업했다. 이런 영화는 아이맥스에서 보는 게 최고다.(웃음) 액션은 너무 뛰어다녀서 천해 보였나?(웃음) 갑옷이 워낙 무겁다. 20kg인데 활동량이 줄더라. 갑옷이 누르니까 다들 힘들어했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했다. 활 쏘는 건 별거 없다. 당기면 쏘는 건데 합 맞추는 게 어려웠다. 가까운 데 찌르지 왜 활을 쐈을까.(웃음)"
9년에서 1년으로, 스크린 복귀 시기가 훌쩍 짧아진 그가 앞으로 자주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날 계획인지 궁금했다.
"그게 숙제이기도 한데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배우 조인성'도 조인성이지만 '아들 조인성'도 있고 '형 조인성'도 있고 '김기방의 친구'인 조인성도 있고. 그 시간도 소중하다. 밸런스는 내가 맞추는 거지만 그 시간도 좋고 소중한 거기에 그 시간도 충분히 갖고 싶은 욕심이 있다."
스크린뿐 아니라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활약하는 그이기에 그가 또 어떤 드라마로 시청자를 찾을지 역시 관심사다.
"기본적으로 제안이 오면 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드라마는 상황을 봐야 한다. 시스템이 좀 바뀌고 있다. 배우가 움직여서 되는 게 아니라 스태프가 권리를 찾는 시기이기도 하고. 스태프가 다수잖나. 다수가 컴플레인을 거니 변화가 생긴다. 시스템이 바뀌고 있지만 그 시스템을 너무 잘 안다. 나이가 들수록 겁난다. 밤을 새워 찍고 방대한 양의 대사를 하는데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싶고 그러다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스태프에게 '기다려 달라. 이해해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각종 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그의 모습에서도 그는 늘 보는 사람의 기분마저 끌어올릴 만큼 주위를 활기로 물들인다. 그렇게 주위를 아우르고 집중시키는 에너지가 '조인성만의 카리스마'가 아닐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위트·유머가 있어야 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배우는 이래야 해'하는 것들, 그런 게 좀 옛날식인 것 같다. 현장이 재미있어야 웃고 덜 지친다. 현장이 힘드니 웃으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