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당' 유재명 "구용식, 코믹한 가운데 묵직함 보여줘야 했죠" [인터뷰①]
- 입력 2018. 09.24. 23:46:44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작품이 가진 게 많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조화가 있는 작품이었죠."
'응답하라 1988' 류재명, '비밀의 숲' 이창준, '라이프' 주경문으로 드라마에서 연이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유재명. 그가 이번엔 영화 '명당'으로 추석 극장가를 찾았다.
"'명당'은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했고 다른 사극처럼 권력의 암투도 있다. 우정 야망 등도 담겼다. 풍성한 먹거리 같았다. 난 굴비 같다. 쫄깃하게 간도 잘 된. 잘 차려진 상에 생선 한 마리는 꼭 있어야 하잖나. 그런 느낌이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유재명을 만나 영화 '명당'(제작 주피터필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유재명은 타고난 장사꾼 구용식 역을 맡아 열연했다.
주연급 배우로 처음 캐스팅된 영화 '하루'의 시나리오를 받고 많이 놀랐다는 유재명. 그것이 '명당'으로 이어져 감격하는 동시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감독님과 미팅 후 확신이 들었다고.
"감독님이 이 인물이 나머지 인물만큼이나 자기 삶의 분명한 방향이 있다고 하더라. 절대 권력을 가진 이들의 권력의 암투, 그 사이에서 구용식이 민초를 대변한다. '왕이 누가 되는 게 뭐가 중요하냐? 살자. 살아야 한다. 죽으면 한 줌 재가 된다. 끝이다' 하는 게 구용식이다. 코믹한 가운데 구용식 특유의 묵직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곰 같기도 하고 잔망스러운 말투에 끝까지 생사를 뛰어넘는 동지애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 최선을 다했다."
유재명이 연기한 구용식은 친구에 대한 의리로 모든 걸 내던지고 박재상(조승우)과 함께한다.
"구용식이 천민이다. 멸시받았을 거다. 박재상이란 친구가 도움을 주고 용식은 재상에게 평생 갚아야 할 은인이란 생각이 있었을 거다. 이어 용식이 친구(재상)의 아픔을 목격한 거고. 그게 어찌 보면 내게 적용됐다. 연극을 오래 했지만 영상 매체를 접하고 많은 분이 도움을 줬다. 거기에 보답하듯 성실히 내 역할을 해내자는 게 내 마음이다. 용식이 정이 많고 의리가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응답하라 1988' '비밀의 숲' 등을 통해 팬층을 만들어낸 그에게 '명당' 속 구용식의 매력을 물었다.
"용식은 곰 같은 사람이다. 마냥 곰이 아니라 잔망스러운 재주가 있다.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그러면서도 속 깊은 우정이 있고 때론 냉철하게 '그만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비밀의 숲'의 폼나고 엣지있는 모습은 없지만 용식만의 에너지 넘치는, 흡사 고등학교 때 친구들 같은 모습을 느꼈으면 한다."
'명당'의 박재관 같은 지인이 그의 주변에도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했다.
"있다. 서로 그런 말을 많이 한다. 같이 활동한 친구 중 아직도 연극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내가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하고 그 친구들이 작업하는 공연을 보면 리프레시가 된다. 연극이 단순하면서도 엄청난 에너지를 지녔다. 나도 3월에 연극을 했는데 여기에 최선을 다하려다 보니 연극을 많이 빠졌더라. 다시 복귀하니 호흡하고 말하는 것들이 좀 힘들었다."
극 중 세월이 흐른 뒤의 모습을 연기하며 그는 조승우와 함께 노인분장을 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시간이 좀 오래 걸렸는데 난 오래 살고 싶다. 바다를 좋아해 나중에 꼭 바닷가 오두막에서 살고 싶은 낭만적 로망이 있다. 실제 분장이 그리 추하진 않더라. 재미있었다."
'추석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타 작품들과 경쟁하는 만큼 '명당' 만의 강점을 물었다.
"우리에게 땅은 큰 화두잖나. 내가 사는, 살고 싶은 땅에 대한 우리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면 그 곳이 명당이 아닐까? (우리가) 크고 넓고 멋진 곳만 찾는 게 아닌가 싶다.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최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는 만큼 '명당' 이후 그가 걸을 길 역시 큰 관심사다.
"한동안 구용식과 '명당'을 가슴에 품고 지금껏 농사를 지었다면 물고기를 잡아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것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농사꾼이 어부가 된다는 게 쉽지 않지만 시도하듯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나만의 방법과 태도로 해 왔듯 할 수 있는 한 그렇게 하다 보면 또 다른 방법이 생길 거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