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김용지 “호타루와 ‘미션’은 못 잊을 첫사랑” [인터뷰]
입력 2018. 10.01. 09:44:16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김용지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였다. 이국적인 외모가 그랬고, 대사 하나 없이 눈빛만으로 완성시킨 캐릭터의 묘한 매력도 그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본인은 “그랬구나, 왜 그랬을까”라며 무덤덤한 표정을 짓는다. ‘미스터 션샤인’ 속 호타루가 말을 하고 있는 듯, 실제로 만난 김용지 또한 묘한 매력을 지닌 배우였다.

최근 시크뉴스 본사에서는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에서 베일에 싸인 점성술사 호타루를 연기한 배우 김용지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용지는 사전제작으로 긴 시간을 함께 했던 ‘미스터 션샤인’을 떠나보내며 “시원하기도 하고 호타루라는 인물에 대해 공부를 더 많이 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용지는 지난 2015년 한 브랜드의 화보 모델로 데뷔했다. 광고, 뮤직비디오 등 다수의 작품을 하며 서서히 얼굴을 알렸지만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이 데뷔작이었다. 드라마 속 김용지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그래서 호타루의 몽환적인 매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따로 연기 연습은 하지 않았다. 감독님도 연기 학원을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제 안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본을 보고 많은 레퍼런스를 찾는 거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동화 됐던 것 같다”


호타루는 김용지가 배우가 돼 만난 첫 번째 캐릭터였다. 말을 하지 못해 눈으로만 모든 것을 전달해야 했고, 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표면적으로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대사를 틀리지 않으니까 테이크가 오래 가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시는 분도 많다. (말을 하는 캐릭터와 하지 않는 캐릭터) 둘 다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저는 호타루가 어려웠다. 호타루가 동매에게 가지는 감정이나 인물들과의 관계가 단 한 번에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제가 아마 초보라 분석하고 했던 것들이 더뎠을 수도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조금 더 세세한 주의가 필요했다. 이미 대본을 읽어 알고 있는 내용을 연기해야 했다. 김용지는 그 익숙함이 눈을 통해 드러날까 염려했다. 그래서 김용지는 ‘처음’에 집중했다.

“동매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 주어진 대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미 아는 것처럼 카메라에 담길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듣는 것처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생각을 한 건 제가 할 수 있는 리액션이 눈빛 그런 것 밖에 없어서 티나지 않게 마인드 컨트롤을 했던 것 같다”


눈빛부터 감정까지, 김용지는 호타루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그 중 하나가 편지였다. 김용지는 구동매를 향한 호타루의 감정을 글로 써내려가며 호타루의 마음을 정리했다.

“우는 연기를 앞두고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 대본이 나오고 오랫동안 준비했다. 동매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다보니 동매한테 편지를 쓰게 됐다. 그 뒤로 현장에서는 동매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더라”

극 후반 구동매를 위해 한 일이 구동매를 상처 입혔을 때 호타루는 처음으로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편지에는 그 감정에 이르기까지 호타루가 느꼈을 애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하지는 않고 개인적으로 편지를 썼다. 사실 감정적인 신이기 때문에 더 감정적으로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아끼는지에 대해 썼다.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가 동매한테 하는 글귀들 중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이 정말 여한이 없어서 하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얘기를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나는 너한테 죽어도 여한이 없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걸 해체하고, 해체하고, 해체해서 ‘내가 이런 마음이어서 너한테 여한이 없다고 얘기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썼던 것 같다”

김용지는 편지를 글로리호텔에서 태워버렸어야 했다며 “끝나고 다시 보면 소름일 거다. 혹여나 달라 그럴까봐 무섭다. 유연석 씨도 (편지의 존재를) 모른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렇듯 김용지는 호타루를 연기하며 호타루, 호타루와 구동매의 관계, 구동매를 향한 호타루의 감정 등을 깊게 이해하고자 했다. 인터뷰에서 주를 이룬 것도 호타루와 구동매의 에피소드였다. ‘미스터 션샤인’ 속 호타루의 곁에는 구동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용지는 다른 캐릭터와 호흡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호타루라는 인물을 생각했을 때는 그런 인간관계가 맞는 것 같다”며 “일찍 가서 다른 선배님들 연기하시는 거 보고 그러는 게 과외 같았다. 많은 공부가 됐다”고 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배움이 있었던 현장임을 짐작하게 했다.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을 모두 마친 지금, 김용지는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여실히 느꼈다. 짧은 순간의 모습만 전달되던 화보, 광고 등과 달리 자신을 길게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모델이라는 직업은 호흡이 짧다. 사진이나 뮤직비디오, 혹은 광고에서는 제가 되게 많은 걸 하면 적합하고 브랜드에 맞는 걸 뽑아 쓴다. 15초, 30초, 1분. 그런데 연기, 배우라는 건 정확하게 의미 전달이 되어야 하고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의 액션, 리액션으로 이어져 나간다. 카메라가 1분을 찍어서 1분을 다 쓸 수 있는 거다. 호흡이 길고, 준비해야 될 게 많았다. 그런 걸 점점 공부해가다보면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호타루를 이해하기 위해 쏟았던 수많은 시간과 노력들, 김용지는 캐릭터에 다가가는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공부를 한다’고 표현했다.

“어떤 인물에게 다가가기까지 되게 많은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인물에게 다가간다고 한들 다른 사람에게 납득이 가게끔 표현하는 건 기술 적인 거다. 그 두 가지를 아직 많이 하지 못했고, 극 중 배역은 내용과 정보를 전달해야 되는데 그 부분도 되게 많이 고민해야 될 것 같았다. 저한테는 배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냥 공부를 하는 것 같다. 연기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거지 작품을 했다고 배우가 됐다고 생각을 하진 않는다”

김용지의 첫 작품이자 배움의 현장이었던 ‘미스터 션샤인’이 끝났다. 호타루의 감정을 글로 써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캐릭터와 깊게 소통했고, 시청자로서도 드라마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김용지에게 ‘미스터 션샤인’은 첫사랑으로 남을 듯 했다.

“못 잊을 첫 사랑이 될 것 같다. 사실 말을 하지 못하는 연기가 너무 어렵고 되게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그것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처음 제가 어떤 다른 인격이 된 것 같은 느낌이어서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앞으로 남은 4개월은 모델보다는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김용지. 다음 작품에서는 자신의 털털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 작품속 다양한 매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김용지는 마지막으로 ‘미스터 션샤인’ 그리고 호타루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줬던 이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전했다.

“너무 복잡하고 힘든 감정이었을텐데 그 자체로 호타루를 봐주시고 이해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사실 저도 의문이 많이 들었다. 내가 표현하는 걸, 내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알아차려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아마 호타루도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웃음). 비록 이번 작품에서는 제 목소리를 들려드리지 못했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한 마디라도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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