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반항아' 천재 작가, 진정한 작가가 되다 [씨네리뷰]
입력 2018. 10.02. 18:48:13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아무 것도 보상 받지 못하더라도 평생을 글 쓰는 데에 바칠 수 있나?"

교수의 질문에, 생각에 잠긴 학생은 진정한 작가가 되었을까?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까?

일을 하면 대가를 받는 것이 기본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상 없이 무언가를 노력과 인내로 끊임없이 해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은 약간의 광기를 필요로 할 만큼 그 무언가에 대한 끊임없는 흥미 열정 관심을 요구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책 제목을 대부분은 들어봤을 것이다. 학창시절 필독서라는 이유로, 혹은 학창시절이든 성인이 되어서든 자발적으로 읽어봤을 거라 짐작된다. 이 20세기 최고의 소설을 쓴 천재 작가 J.D.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탄생 비화를 다룬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감독 대니 스트롱) 가 오는 18일 개봉된다.

'호밀밭의 반항아'는 작품 그 자체와 작품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 기존 문단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소신을 지킨 '아웃사이더 천재' 작가 J.D.샐린저, 그리고 그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다. 샐린저에 관한 완벽한 평전으로 평가 받는 케니스 슬라웬스키의 '샐린저 평전'이 원작인 이 영화는 꿈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청춘 샐린저의 삶, 작품 세계, 그의 사랑, 문학적 성공 이후의 삶 등을 조명한다.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의 각본, '헝거게임: 모킹제이'(2014)와 '헝거게임: 더 파이널'(2015)의 각본을 맡은 바 있는 대니 스트롱이 각본 제작 연출을 모두 맡았다.


작가를 꿈꾸던 제리 샐린저는 사교계 스타 우나 오닐(조이 도이치)에게 반해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유명 작가가 되기로 한다. 어머니의 격려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에 진학한 그는 위드 베넷(케빈 스페이시) 교수를 만나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에 관한 질문을 받고 확신에 차 글을 쓰기 시작한다. 홀든 콜필드라는 캐릭터를 통해 위선적인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뱉게 된다. 재능을 인정받아 널리 알려진 젊은 작가 샐린저는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끌어 모은다. 이는 그가 글을 쓰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결국 그는 이것들을 제거하기 위해 사람들에게서 숨어버린다.

"그저 내 글이 진실하길 원한다"고 말하는 그는 높은 인기에도 결국 자신의 글이 출판되는 것을 거부하고 순수한 열정에 의한 글쓰기로 회귀한다. 그에게 처음 작가가 되는 길을 안내한 위드 베넷 교수가 말했던 '진정한 작가'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제아무리 천재라 해도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에는 고난이 따른다. '창작의 고통'이라 말하는 그것은 끈기 노력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성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관심마저도 뒤로할 만큼 집착에 가까운, 그야말로 광기어린 집중을 요구한다. 물론 자발적인 것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마저 뒤로할 만큼 강력히 자신을 이끄는 것이 ‘글쓰기’가 됐을 때 샐린저는 진정한 작가가 됐다. 글을 쓰는 작가든, 그림을 그리는 화가든,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든 무언가에 있어 '경지'라 할 만한 수준에 이르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보통의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 만큼 이기적인 동시에 경외심이 들기도 한다.


샐린저는 많은 것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어머니의 격려와 교수의 가르침을 발판삼아 글쓰기를 시작한 그는 '뉴요커'지에 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보병으로 소집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했다. 전쟁 후 집으로 돌아온 그는 전쟁 후유증을 극복해야 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펴내며 장편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 또한 극복했다. 1951년 '호밀밭의 파수꾼'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는 최고의 전성기이던 1965년 마지막 작품을 발표한 이후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극에서는 그가 마침내 진정한 작가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괴팍하고 냉소적인 '괴짜 천재'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재능과 열정을 지닌 젊은 천재는 존재 자체로 매혹적이다. 매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니콜라스 홀트는 이 괴짜 천재의 예민함, 냉소적인 성격, 고뇌, 혼돈, 고통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샐린저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스물아홉에 불과한 그의 연기력이 과연 어느 정도로 무르익을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종횡무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기대하게 된다.

예술과 낭만의 시대인 1940~50년대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실제 샐린저의 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샐린저 가족의 집, 샐린저의 작업실, '뉴요커' 사무실, 스토크 클럽 등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카메라 무빙과 음악에서는 고뇌와 우아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 같은 재미를 곳곳에서 느끼면서 관객은 샐린저를 통해 삶, 사랑, 참전 경험, 작품의 창작과 출판 등을 들여다본다. 한 천재 작가의 삶과 작품 탄생 비화를 따라가는 관객은 스토리 자체에 대한 흥미를 느끼면서도 ‘열정’에 대해 자문하게 될 것이다. '과연 내게도 이 같은 열정을 끌어낼 만한 무언가가 있을까?'

러닝타임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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