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범죄물, 기대 이상의 ‘암수살인’ [씨네리뷰]
입력 2018. 10.03. 11:16:55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범죄물이 탄생했다. 연기, 연출, 메시지가 완벽한 구도를 이루는 ‘암수살인’이 관객을 찾는다.

3일 개봉한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은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형사 김형민(김윤석)이 여자친구 살해 혐의로 수감된 강태오(주지훈)가 “사실 일곱 명을 죽였다”는 자백 하나에 의지해 피해자도, 증거도 없는 미제 사건들을 파헤치려 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충무로의 단골 소재인 범죄물엔 필수요소나 다름없는 것들이 등장한다. 달아나려는 범인과 잡으려는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이들이 주고받는 몸싸움과 거친 언행들. ‘암수살인’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팽팽한 긴장감으로 110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흘러가게 만든다.

극 중 김형민과 강태오의 첫 만남부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시장 음식점에서 김형민은 정보원으로 강태오를 만났으나 그를 잡으러 온 형사들로 인해 김형민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머지않아 김형민은 강태오가 살인죄로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형민과 강태오의 관계가 이렇게 끊기는 듯 했으나 강태오는 먼저 김형민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형사들은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내가 7명을 더 죽였다. 형사님이 찾아 달라”고 요구한다. 이와 함께 강태오는 자수했으니,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과 돈을 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며 당당한 자세로 일관한다.

김형민은 강태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강태오가 진술한 범죄들은 모두 실체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살인 사건들이기 때문. 피해자의 신원과 발생 장소, 범행 발생 시각 등의 것들을 강태오의 입에 의존한 채로 수사를 이어나가야한다.



이미 범인이 공개된 상태에 심지어 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인과 형사가 그리는 범죄물에 기존의 동일한 장르에서 보이는 클리셰적 요소가 없을지언정, ‘암수살인’은 그 이상의 것들을 보이고 증명해냈다. 그간 한국영화에선 만날 수 없었던 차별화된 범죄물인 것이다.

피가 낭자하지 않아도 섬뜩함을 줄 수 있으며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싸움만으로도 극에 더욱 몰입케 한다. 심지어 김형민이 베일에 가려진 수사들을 풀어나갈 땐 관객도 함께 문제를 풀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극은 단순히 범인이 저지른 범죄를 풀고 통쾌함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변의 만류에도, 인사고과에도 반영되지 않는 범죄를 수사하려는 김형민의 의도는 피해자의 유족들을 위함이라는 것처럼 영화는 유족과 사회 전반에 메시지를 던진다.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여운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암수살인’이 기존과 다른 범죄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김윤석, 주지훈의 열연도 한몫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형사 캐릭터를 맡아왔던 김윤석이지만 ‘암수살인’에서는 좀 더 우직하고 정의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사이코패스 살인범으로 완벽 변신한 주지훈은 이번 작품으로 인생 캐릭터를 다시 갱신한 듯하다.

‘암수살인’은 개봉 전 유족의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소송으로 한 차례 고비를 겪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의 유족들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고 영화를 제작했기 때문. 이후 제작사 측이 뒤늦게 유족에게 사과를 했고 유가족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배우의 호연,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범죄물, 영화의 메시지까지 완벽한 ‘암수살인’이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암수살인’은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스틸컷,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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