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나영의 고된 ‘뷰티풀 데이즈’, 역설과 중의 사이 [씨네리뷰]
- 입력 2018. 10.05. 09:24:25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영화 ‘뷰티풀 데이즈’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여성 탈북민의 정착 과정을 통해 영화의 메시지와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의 16년 만의 재회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분단의 경계에 있는 탈북민을 직접 만나 ‘히치하이커’ ‘마담B’로 실상을 전했던 윤재호 감독이 그간 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뷰티풀 데이즈’의 극본을 완성했다.
‘뷰티풀 데이즈’는 아들 젠첸(장동윤)의 시점으로 극이 시작된다.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아버지(오광록)는 젠첸에게 엄마(이나영)의 옛 사진과 현 주소를 건네준다. 한국에 있다는 것을 꽤 오래 전에 알았다는 아버지는 젠첸에게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젠첸은 그 길로 엄마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향한다. 남자들에게 술과 웃음을 파는 엄마에게 크게 실망한 젠첸은 엄마의 퇴근길을 뒤쫓고 엄마의 현 애인(서현우)까지 만나게 된다.
엄마의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젠첸은 엄마가 일하는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고 엄마 애인에게 폭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자신의 잘못에도 나무라지 않고 달래는 엄마에게 마음이 열린 젠첸은 엄마가 사주는 양복과 용돈을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간다. 중국에 도착하고 나서야 엄마가 몰래 넣어놓은 일기장을 읽으며 혼란에 휩싸인다.
시간 순으로 전개되던 ‘뷰티풀 데이즈’는 일기장의 발견으로 전환점을 맞고 뒤엉킨 타임라인을 그린다. 이로 인해 연변 사투리, 중국어, 한국어까지 능통했던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젠첸과는 나이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엄마가 왜 남편과는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이는지, 왜 한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 등이 그려진다.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뷰티풀 데이즈’는 지극히 친절하나 지루하지 않다. 심지어 극 중 인물간의 대화가 많지 않음에도 긴장감을 유지한다. 엄마가 과거에 큰 사건을 맞을 때마다 등장하는 강렬한 사운드, 빨강과 노랑 등 선명한 색감을 이용한 빛의 표현으로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엄마의 감정이 무뎌지는 모습을 표정만으로 나타낸 이나영의 연기엔 감탄이 흘러나올 정도.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려는 엄마의 강인함을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해냈다.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이야기로 관객과 다시 만나길 바랐다”는 그의 말처럼 ‘뷰티풀 데이즈’에서 선보인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를 알린 장동윤 역시 이나영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매끄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연변 사투리, 중국어를 오가며 사용함에도 극의 몰입을 깨지 않는다. 또한 서서히 엄마에게 마음을 열고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충격 받는 과정들을 잘 표현해냈다.
‘뷰티풀 데이즈’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충격적인 내용들이 이어진다. 이로 인해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을 가진 영화의 제목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그러나 극 초반과 정반대인 밝은 분위기와 그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엄마의 모습으로 앞으로의 ‘뷰티풀 데이즈’를 예상케 하며 막을 내린다.
‘뷰티풀 데이즈’는 오는 11월 정식 개봉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뷰티풀 데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