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쓰백’ 이지원 감독, “아동학대의 시작점은 방치와 무관심” [인터뷰]
- 입력 2018. 10.08. 14:02:27
- [시크뉴스 이원선 기자] ‘아동학대’라는 주제에서 오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그에 따라 영화 ‘미쓰백’에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먹먹한 감정선이 유지된다.
특히나 아동학대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 속 필요했던 장치들은 보다 적나라했다. 하지만 이지원 감독에 따르면 그 또한 실질적으로 그려지는 피해에 비해서는 강도가 높지 않다. 이 감독은 ‘미쓰백’을 통해 보다 사실적이면서도 거짓 없게, 대중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미쓰백’(감독 이지원)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백상아(한지민)가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나게 되고 상아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내용을 그렸다. 한지민은 이번 영화를 통해 의상부터 헤어, 성격까지 파격 변신을 하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고, 김시아는 첫 영화부터 학대를 당하는 아이의 심정과 감정선을 잘 그려내며 연기 활동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미쓰백’의 메가폰을 잡은 이지원 감독은 앞서 영화 ‘우아한 세계’(감독 한재림) 각색에 참여하고 단편영화 ‘그녀에게’를 연출한 뒤, 이번 작품을 통해 장편 영화에 데뷔한다. 데뷔작이기에 주제만으로도 많은 고심을 했겠지만 이지원 감독에게 소재를 잡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아동학대를 주제로 영화화한 계기, 그 출발점은 이 감독 마음 속에 있었던 미안함이었다. 최근 시크뉴스와 만난 그는 “6~7년전쯤 쓰던 작품이 엎어졌던 때가 있었는데 제 자신이 분노로 휩싸였을 그 때 영화 속 지은이와 같은 학대를 당하던 아이를 만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때는 아동학대 관련 사건들이 많이 터지지도 않을 때였고 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던 때이기에 일부러 기피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일을 겪고 난 뒤 아이에게 미안함과, 사과하고 싶다는 복합적인 감정이 올라왔고 이제는 그 용서를 ‘미쓰백’으로 받고 싶다고 한다.
아동학대를 주제로 다루는 영화답게 극 중에는 학대를 당하는 지은이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손톱과 발톱에 낀 시커먼 때, 그리고 그를 뒤덮는 피. 거기에 화장실에서 주미경(권소현)에게 폭행을 당하는 모습까지 절로 안타까움의 탄성이 내질러진다. 이에 너무 적나라한, 과한 설정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이지원 감독은 “실제로는 영화보다 높은 수위다. 그랬기에 저는 영화에 실제와 허상 그 중간 지점을 찾아 녹아내리려 했고 단연코 아동학대 신은 영화에 많이 나왔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는 몸과 얼굴을 다 묶어놓고 며칠을 부모에게서 방치된 아이, 학대의 고통을 당하다 죽는 아이가 많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아이들에게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에는 가장 크게 두 명의 가해자가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아이에게 폭행을 가하는 주미경과 방관된 태도로 아이를 바라보는 친부 일곤(백수장). 두 사람으로 인해 지은은 고통받는다.
기본적으로 악을 행사하는 사람은 주미경이지만 폭력의 실질적인 가해자는 아이를 외면한 친부다. 이는 이지원 감독이 부각시키려고 했던 부분 중 하나다. 영화 속에서는 주미경이 화장실에서 아이를 샤워기로 때리며 직접적인 폭력을 가한다. 하지만 일곤은 그 와중에도 해드폰을 쓴 채 게임에 열중한다. 이런 일곤의 모습에서는 무관심이라는 메시지를 담는데 이 감독은 바로 이런 부분들을 ‘미쓰백’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지원 감독은 “어떻게 보면 악의 축은 일곤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고, 결국 폭력은 부모로부터 되물림 된다는 것도 영화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가해자 미경과 일곤으로 인해 분노가 차오른다면 상아와 지은으로 인해서는 먹먹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는 영화에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선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제가 작품을 만들때는 굉장히 예민한 편인데 이런 예민함들이 모여 캐릭터들의 감정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세심한 감정 터치가 영화에 완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소 인물의 감정선이 극을 끌고 가는 서사를 가진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런 디테일함이 우리 영화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들을 관객분들께서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더했다.
영화에는 상아의 이야기보다는 지은의 아픔 중심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러면서 상아의 아픔이 드러나고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한다. 같은 상처를 가졌지만 두 사람의 감정이 모두 들어났다면 ‘상처 받은 여자들’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줬을 터. 그랬기 때문에 이 감독도 지은의 이야기만을 살리려 했다.
이지원 감독은 “상아의 경우, 몸에 있는 상처나 흔적들로 인해 학대를 표현해주고 싶었다”며 “그런 디테일한 서사는 지민 씨의 연기를 통해 보여주는게 더 맞다고 생각해 상아는 과거보다는 현재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소재만큼이나 주목받는 건 ‘미쓰백’의 메가폰을 잡은 감독은 여성 감독이라는 점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판에 여성 감독이라는 메시지는 강렬하지 않았다. 이 감독 역시 자신을 여성 감독이라는 타이틀로 불리우는 것 보다 그냥 영화를 만드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성 감독으로 주목받기 보다는 작품으로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그 시작점이 ‘미쓰백’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동학대라는 주제, 무겁지만 신선하지는 않다. 특히나 최근 영하 ‘7년의 밤’ ‘도가니’ 등 이와 같은 주제로 다뤄진 작품들이 꽤 있다. 이에 이지원 감독은 “타 영화들에서 아이를 구해내야 할 때 사용되는 수단이 법적인 수단이었다면 우리 영화에서는 표면적으로 그려지는 그 뒷이야기, 그 부분을 감정적으로 건드렸다고 말하고 싶다”고 영화의 차별점을 말했다. 그랬기에 영화는 일말의 희망이 담겨있다.
고통받을지라도 분명히 알아야 할 주제인 아동학대. 이지원 감독이 쏘아올린 신호탄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적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원선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