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아이러니와 소통에 대해 [씨네리뷰]
- 입력 2018. 10.08. 16:43:00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영화 ‘경주’ ‘이리’ 등 국내 지역의 향기를 담으며 자신만의 특색을 살렸던 장률 감독이 박해일과 다시 만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했다. 군산을 가보지 않았던 이라도 ‘군산’을 보고 난 후엔 여행을 하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이와 함께 영화가 그리는 아이러니함에 감독의 의미가 더욱 궁금해진다.
오는 11월 개봉하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감독 장률 이하 ‘군산’)는 선배의 아내인 송현(문소리)을 좋아했던 윤영(박해일)이 그녀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충동적으로 군산에 함께 여행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갑자기 군산으로 떠난 송현과 윤영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윤영은 군산에 온 뒤로 자신을 멀리하는 송현을 붙잡지 않으며 혼자 군산의 곳곳을 들여다본다. 문이 잠겨 폐가가 된 가정집, 군산의 거리 등을 거니는 윤영을 따라다니는 카메라는 윤영의 눈이 된 듯, 혹은 그와 함께하고 있는 듯 한 기분을 선사하고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122분의 러닝타임인 ‘군산’은 절반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나뉜다. 일반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사건이 후에 배치돼있고 시간 순서 상 나중에 전개돼야 할 이야기가 앞에 포진해있다. 이로 인해 “왜 하필 군산이야?”고 묻는 송현의 물음, 송현과 윤영의 관계,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리 만난 적 있지 않냐”고 묻는 윤영의 질문들 등이 초반엔 의아한 상태로 이어지다 나중에야 명확해 져 극에 스며들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항구도시로 발돋움 한 군산은 지금도 일제의 흔적이 남아있다. 한국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절 동국사, 구 군산세관 건물, 구 조선은행 건물 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을 탄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군산에서 느낀다는 것에 기뻐해야할 일인지, 일제의 흔적으로 가슴아파해야 할 일인지에 대한 아이러니함이 몰려든다.
이러한 기분은 ‘군산’ 속 캐릭터들에게도 느껴진다. 윤동주 시인을 존경하고 일본 옥중에서 순국했다는 사실을 알지만 일본식 분위기를 찬양하는 송현, 이러한 송현의 태도에 달리 반박하지 못한 채 거리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만행이 담긴 사진을 보는 윤영은 지극히도 대조된다.
더불어 조선족의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소리치는 시민은 한국인이었고 단지 돈을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또한 조선족 인권 보장 운동에 참여하고 있던 송현이 조선족으로 오해를 받자 불쾌해하는 모습, 조선족 가사도우미를 고용했으나 조선족을 싫어하는 윤영의 아버지, 아버지의 친분으로 2년간 화교학교에 다녔던 윤영 역시 의아하다.
이를 비롯해 영화의 곳곳엔 일본과 중국, 한국 세 나라 간의 관계에 의뭉스러운 캐릭터들의 반응이 곳곳에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장률 감독은 자신이 연변 출신임을 밝히며 “일상에서도 저는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연변 출신으로서 한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 일상의 디테일한 부분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폐증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기를 거부하는 민박 주인의 딸(박소담)이 칼국수 주인과는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 것과 유일하게 접근하는 인물이 윤영이라는 것, 윤영과 멀어진 송현이 민박 주인과 친밀해져 가는 모습 등에선 자신만의 소통의 통로를 찾는 것으로 해석된다.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군산’엔 단순히 관광으로는 느낄 수 없는 향이 진하게 풍겨져 온다. 여기에 극을 바라보면서 또 극장에서 나온 후에도 장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의미를 곱씹을 수 있다.
박해일, 문소리를 비롯해 정진영, 박소담, 김희정, 윤제문, 정은채, 문숙, 한예리, 이미숙 등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 ‘군산’은 오는 11월 8일 개봉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