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이서진, 이유 있는 자신감 "다양한 감정-웃음 있는 영화죠" [인터뷰]
입력 2018. 10.17. 16:56:21
[더셀럽 최정은 기자] "사실 그렇게 웃음이 많이 나올거라곤 생각 못했어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이서진(48)은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 제작 필름몬스터)에 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우리 영화가 이렇게 많은 감정이 들어가 있었나?' 할 정도였다. 호흡도 빠르고. 보는데 안 들어가는 감정이 없더라. 유머, 긴장감, 가족 이야기도 있고. 없는 게 없어서 '우리 영화가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였나?' 싶더라."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다룬다. '핸드폰 잠금해제 게임'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등이 출연한다.

이서진은 꽃중년 레스토랑 사장 준모 역을 맡아 송하윤과 신혼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Q.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에 끌렸나.

일단 소재도 좀 독특하고 요즘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내용인) 것 같다. 이런 소재가 10년 전에 나올 수 없는 거잖나. 지금 시대에 맞게 잘 나온 소재인 것 같다. '배우들이 잘하면 재미는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련한 사람들이 해야 맛을 살리겠다 싶었다. 사실 우리가 대본에 없는 걸 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 신인들은 감히 할 수 없을 만큼 노련한 사람들이 계속 치고 들어갔다. 추임새, 애드리브가 안 들어가면 붕 뜰 것 같았다. 노련한 사람들이라 재미있었다. 누가 대사를 할 때 그 사람만 쳐다보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끼리 여기저기서 이야기도 하고 음식도 먹고 해야 하니 잘해야 할 것 같았다. 먹는 것도 잘 먹고 계속 떠들어야 했다."

Q. '오늘의 연애'(2015)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작품 선택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뭔가?

"까다로운 편이다. 하고 싶은 것만 한다. 그래야 잘 되든 안 되든 후회가 없다."

Q. 이 작품을 하고싶었던 이유는?

"이재규 감독에 대한 신뢰도 있고 대본도 재미있었다. 기존에 했던 것과 다른 걸 많이 찾았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더 많이 안 했을 수도 있다. 나이도 들어가고 장르도 다양해져 간다. 예전엔 멜로성이 강한 작품이 주였다. 지금은 장르가 많이 생기면서 좀 다른 장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한 지는 좀 오래됐다."

Q. 캐릭터에 관해 말하자면?

"내가 '예능 같지 않은 예능'을 하면서 내 평소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잖나. 그러다 보니 이재규 감독도 연출자로서 내게 준모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 역할을 나만의 방식으로, 내 평소 모습처럼 했다. 이 사람(준모)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웃음) 워낙 생각이 없다 보니 사건을 크게 만들 뿐이다. 내 생각에 준모는 사람이 밝고 생각이 얕다. 그래서 여자들이 편하게 생각해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준모가) 조금 스윗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보통 그렇게 여러 단계를 거친 사람들을 보면 스윗한 사람들이 많잖나.(웃음)"

Q.분량에 관한 아쉬움은 없는지.

"그런 영화였으면(분량을 욕심낼 만한) 욕심낼 법도 한데 ('완벽한 타인'의 경우) 부담 없이 하면 여럿이서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난 심각한 장면이 없다. 다른 커플들은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하기도 하는데 난 그런 게 없어서 편하게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Q. 대사량이 많은데 외우기 어렵진 않았나.

"암기한다기보다 배우들이 다 실제처럼 했다. 대본을 들여다보고 있는 배우들은 없었다.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기에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도 하고 하다 보니 순식간에 지나갔다. '굳이 따지지 말고 원 신 원 컷으로 가자'고 할 정도로 쉬지 않고 다들 잘했다. 처음에 풀샷으로 찍을 때 쭉 가는데 애드리브로 가고 먹기도 하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가고 해서 연기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로 못 치고 들어와서 안달이었으니까. 난 그렇게 비집고 들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본인의 성격도 있는 것 같다. 해진이도 진웅이도 막 들어갔다."

Q. 영화에서 계속해서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처음 먹는 음식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물곰탕이란걸 처음 먹어봤다. 리허설 때 처음 먹었는데 정말 맛있어서 진웅이와 소주를 마셨다. 주방에서 닭강정 한 판 먹고 느꼈다. '큰일 나겠다' 싶더라. 계속 손으로 집어 먹고 뜯어먹는 쪽으로 설정했고 진웅이는 리허설때부터 먹기 시작해 큰일 난 거다. 진웅이는 대사가 초반에 별로 없어 많이 먹었다. 경호는 맡은 배역 중 가장 큰 배역이다 보니 열정을 갖고 하더라. 그런걸 보니 재미있잖나. 막내다 보니 중간에 (배가 불러 음식을 안 먹으면) '열정이 식었구나' 하고 놀리고 그랬다.(웃음)"

Q. 세트장 촬영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 같다.

"추운 겨울 세트장 촬영이라 편했다. 세트장까지 15분이면 가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1시간 30분이 걸리기도 했다. 매일 똑같은 사람이 만나서 촬영해서 진짜인지 촬영인지 모르게 계속 떠들었다. 이게 촬영인지 진짜인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들어가기도 했다. 자연스럽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기에 우리끼리는 자연스럽게 잘했다."


Q. 송하윤과 열 네 살 차이가 난다. 상대방과 나이차가 많이 나면 부담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편인가?

"나는 더 편하더라. 나이가 어리면 날 더 잘 따를 것 아니냐. 어린 상대와 연기할 때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는데 연기할 땐 편하다."

Q. '완벽한 타인'이란 제목의 의미에 관해 생각해 본 적 있나?

"완전히 공감한다. 사람은 다 타인이라 생각한다. 부부도 맞춰 사는 거지, 결국 인간은 혼자라 생각한다. 굳이 (영화에서처럼 휴대전화를 공개해) 상대방 것을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25~30년 산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나의 경우 싱글이다보니 모르겠다. 상대가 궁금해서 하는 거잖나. (영화에서도) 게임을 하자고 한 게 김지수잖나. 내 것이 보고 싶어 한 것 아니냐. 그 의미인 거다. 난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이 게임을 왜 시작한 건지 알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 번 더 보면 알 것 같은데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잘 모르잖나. 그걸 내 것을 보기 위해 한 거다."

Q. 결혼을 안 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인가?

"혼자 이긴 혼자이지만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는 건 좋은 거라 생각한다. 맞춰서 사는 거잖나. 결혼을 그래서 안 하는 건 아니다. 결혼이란 제도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내가 굳이 필요를 못 느낀다. 사실 이런 질문 받을 나이도 아니다 이젠.(웃음)"

Q. 연기하며 디테일에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나(준모) 같은 경우 정말 비밀이 많은 사람이잖나. '어느 정도까지 전화나 문자가 왔을 때 긴장하느냐, 어느 정도까지 그걸 보여주느냐, 그런 것들이 연기하며 디테일에 신경 쓴 부분이다. 그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티 내야 하느냐 하는 거다. 영화를 볼 땐 모르는데 나중에 두 사람이 뭔가 있었다 하는 건 있다. 그런 디테일을 어떻게 살리느냐 하는 거다. 연기할 때 극 중 문자나 전화가 오는 건 다 진짜였다. 문자 속 사진도. 감독이 배려를 많이 했다."

Q. 과격한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이 일부 나오기도 하는데.

"준모는 영배(윤경호)가 가장 친하고 만만하다. 다들 영배가 가장 편한 상대다. 그래서 영배에게 좀 막하는 게 있을 것 같더라. 사실 더 심한 욕을 하는 것도, 더 성질을 내는 것도 있다. 남자들은 어릴 때 욕을 정말 많이 한다. 지금도 욕을 하기도 하니까. 난 어떤 대사보다 욕을 잘 할 수 있다.(웃음) 드라마·예능을 하면서 사실 욕도 많이 하는데 나영석 PD가 다 편집하는 거다. 좋은 이미지가 좀 있어서 욕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남자들이 흔히 하는 욕을 한다."

Q. 평소 휴대전화 잠금을 철저히 해 놓는지.

"카톡을 안 한다. 숨길만 한 게 없어서 숨기려 연연해 하는 편은 아니다. 요즘은 누구나 지문, 비밀번호 등이 설정돼 있으니 기본적인 정도는 한다. 휴대전화에 (메시지의) 앞줄이 뜨게 하기도 아니게도 할 수 있는데 뜨게 하진 않는다. 남들 쓰는 것 보다 훨씬 덜 할 거다. 주변에서 '(카톡을) 왜 안 까느냐. 깔아라' 하는데 절대 안 한다. 그 복잡한 세상 안으로 들어가는 게 싫다. 친구들에게 맨날 듣는다. '카톡 좀 깔라'고."

Q. 연기보다 예능 쪽으로 활동을 많이 하는데 예능 쪽으로 이미지가 고착될까 걱정하진 않나?

"평소 그리 걱정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걱정을 안 하려고 하고. 이것도 한때라 생각한다. '꽃할배'를 계속하는 것도 무리고. 내가 '할배'로서 가지 않는 이상.(웃음) 연기는 내가 계속해가는 거니까.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좀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 들어가며 조금씩 내려놓을 것 내려놓고. 다양한 장르가 나오니까 역할도 다양해질 거라 생각한다.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편안하게 내려놓으면 부담도 좀 덜 하고. 성공 실패에 연연해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려 한다."

Q. 동년배 중에 멜로가 어울리는 드문 배우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멜로 제안이 많이 들어오나?

"멜로가 좀 많다. 다 거절한다. 내 나이에 멜로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항상 어린 상대와 세팅이 되나 보다. 그렇게 보면 그 나이에 맞추다 보니 나도 어린 멜로가 되는 건데 내가 좀 불편하다. 쿨한 중년 느낌이면 좀 재미있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애절하고 그런 건 못할 것 같다. 아직 많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다. 내가 원래 그런 걸 안 좋아한다. 예전에는 나 같지 않아서 해본 건데 이제는 충분히 해봤다고 생각하고 점점 더 못하겠다. 오글거리는 걸 싫어해서. 이번에 도전이라 생각하고 했다. 장르 쪽이 끌렸다. 당시 장르가 많이 없었다. '혼'(2009) 같은 경우 그래서 했다. 끝에 작가가 바뀌어서 아쉽긴 했는데 크게 잘 되진 않았지만 애증이 있는 작품이다. 그때부터 장르에 관심이 많았다."

Q. 최근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나?

"미드를 많이 본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나오는 '패트릭 멜로즈', 휴 그랜트가 나오는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 정도."

Q. OCN 드라마 '트랩'에 출연한다고.

"'완벽한 타인'과 제작사가 같다. 이 감독이 자기들이 제작하는 거라고 했다. 이 감독과 촬영 중간중간 이야기를 나눌 것 아니냐. '어떤 것 하고 싶냐?'하는 이야기를 하다 '장르 같은 것 하고 싶고 멜로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이 역할을 할 사람이 나 밖에 없다고 하니 홀려서 하게 됐다.(웃음) 짧고(7부작) 드라마틱 시네마라고 하고 내용도 세고. 그것도 내게 새로운 느낌일 것 같다. '완벽한 타인'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니까."

Q. 여유있어 보인다.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편인가 보다.

"지나간 건 웬만하면 잘 생각 안 한다. 편하게 생각한다. 깊게 들어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심각한 것도 정말 싫다. 아무래도 싱글이다 보니 신경 쓸 게 좀 덜한 것 같기도 하다. 친구들 보면 아이도 있고 신경 써야 할 게 많더라."

Q. 평소 예능을 봐도 그렇고 오늘도 싫어하는 것들을 많이 언급하는데 좋아하는 것에 관해서도 말해달라.

"스케줄 없을 때 운동만 한다. 하루종일. 컨디션이 항상 좋은 걸 좋아한다. 그래서 조금만 안 좋으면 병원에 간다. 햇빛 있는데 낮에 가만히 집에 있는걸 싫어한다. 그래서 하루종일 나가서 돌아다니며 운동을 한다. 피곤해서 자는 게 좋다. 야외에서, 헬스클럽에서 온종일 있을 때도 있다. 점심을 헬스클럽에서 샐러드로 해결하고 저녁은 약속 있으면 술을 마시기도 한다."

Q. 술을 좋아하나?

"좋아한다. 예전엔 늦게까지 마시기도 했다. 옛날엔 이해 못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반주를 즐긴다. '완벽한 타인'을 촬영할 때도 아침 8시에 시작해 오후 8시에 촬영이 끝나면 저녁에 맛집을 찾아가 다 같이 반주 한 잔씩 마시는 게 낙이었다. 전라도 광주에서 촬영했는데 맛집이 많아 소주 한 잔 마시곤 했다."

Q. 나이 차가 나는 사람도 있는데 다들 친구처럼 보인다.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무미건조한 대본을 읽고 대사만 읽고 해서 처음엔 다들 '이렇게 해서 될까'하고 걱정했을 거다. 대본 연습을 하고 같이 술을 마시면 친해지잖나. 다 알코올 중독이다 보니.(웃음) 대본 연습 몇 번 하고 리허설을 하다 보니 친해진 것 같다. 촬영 들어가면서는 합숙으로 갔다. 정말 좋았던 게, 내가 한 번 점심을 먹고 체했다. (송)하윤이는 내 발을 누르고 (염)정아 씨는 손을 누르고 (유)해진이는 바늘로 내 손을 따주는 등 다 같이 한 번 챙겨준 적이 있는데 좋더라. 내가 아플 때 다 달라붙어 주물러주고 약도 챙겨주고 했는데 그때 정말 감동받았다."

Q. '휴대전화 공개'를 천만 공약으로 내걸었다.

"(천만 명의 관객이 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나. 900만 되면 슬슬 초기화시킬 생각이다."

Q. 어떤 휴대전화를 쓰나?

"아이폰. 젊어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웃음)

Q. 휴대전화는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하나?

"일정, 인터넷, 문자, 전화는 하루 한 통 올까 말까고. 날씨 확인하고. 셀카나 풍경은 전혀 안 찍고. 앨범에는 조카가 보내준 조카 사진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Q. 동안이다.

"나이 드는 건 확실하니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거스르고 싶진 않다. 잘 나이먹고 늙어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어린척 젊은척하는 것도 이상하다."

Q. 젊어보이고 싶어서 아이폰을 쓴다면서.

(폭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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