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판도라의 상자, 열까 말까 [씨네리뷰]
입력 2018. 10.18. 15:20:30
[더셀럽 최정은 기자] 현대인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휴대전화. 말 그대로 소유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담긴 만큼, 그 안에는 비밀스러운 것들이 가득할 가능성이 높다. 비밀번호 지문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가며 감춰두는, '나 만의 공간'으로 볼 수 있는 그것을 타인에게 공개한다는 건 과연 옳은 선택일까?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 제작 필름몬스터)은 작은 선택이 불러올 파장을 보여준다. 마치 휴대전화가 '판도라의 상자'라도 되는 듯이. '다모'(2003) '베토벤 바이러스'(2008) '더킹 투하츠'(2012) 등의 드라마를 연출한 데 이어 지난 2014년 '역린'으로 스크린 연출에 데뷔한 이재규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연출작 '완벽한 타인'이 오는 31일 베일을 벗는다. 문학에 빠진 가정주부 수현(염정아)과 뻣뻣한 변호사 태수(유해진), 꽃중년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 명랑쾌활한 수의사 세경(송하윤), 자상한 성형 명의 석호(조진웅) 미모의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이 각각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윤경호는 다혈질 백수 영배를 연기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오랜만에 만난 커플 모임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한 사람이 '핸드폰 잠금해제 게임'을 제안한다.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메시지 전화 등이 오면 모두에게 공개하자는 것. 메시지 한 줄, 전화 한 통에 친구도 커플도 순식간에 타인이 될 수 있다는 아찔한 상황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맛있는 음식이 연이어 나오는 동안 등장인물들은 맛있게 먹고 분주하게 말을 주고받는다. 빠른 대사를 주고받는 모양새가 탁구공을 주고받는 것처럼 속도감이 느껴진다. 언제 메시지나 전화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기를 통해 긴장감이 흐르는 듯하다. 숨길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휴대전화가 울리면 긴장감은 상승하고 난감한 메시지나 전화가 오면 긴장감은 한층 고조된다.


영화는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동안 벌어지는 일을 다룬 게 거의 전부다. 그럼에도 영화가 상영되는 11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처럼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통해 긴장감과 웃음을 유지하며 끌고 나아간다는 점에서 놀랍다. 폭탄이 던져진 상황에서 인물들은 바빠진다. 누군가는 화를 내고 누군가는 수습한다. 폭발하듯 쏟아내기도 하고 맞서거나 진땀을 흘리기도 하며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함께 정리하기도 한다. 서로 감싸고 덮어주던 인물이 또 다른 메시지나 음성 하나에 순식간에 갈라지기도 한다.

영화의 내용은 이재규 감독이 지은 영화의 제목에 그대로 함축돼 담겼다. 극 중 인물들이 40년 된 친구들이지만 오랜 친구라 해도 모르는 부분, 즉 완벽하게 타인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드러나는 순간을 담았다. 극 중 월식이 진행되는 잠깐의 시간 동안 그들이 서로 모르는, 친구들의 가려졌던 부분이 드러나며 잠깐의 시간 동안 완벽한 타인이 된다. 그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시간을 긴장과 웃음으로 함께한 관객은 그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어떤 것은 모르는 것이 나을 때가 있지 않은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인물의 눈빛 표정 등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긴장감 있게 연출한 것에 더해 영화 전반적으로 연기자의 노련미가 영화의 재미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애드리브가 많이 적용됐다는 점에서도 배우의 역량이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염정아의 다양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며 영리하게 웃음을 자아내는 유해진의 연기는 '역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윤경호의 독특하고 묘한 캐릭터도 매력 있다.

앞선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재규 감독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모든걸 속속들이 아는 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한다. 열린 결말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가 대단한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건 아닐지라도,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은 고개를 돌려 짧은 시간이나마 이 감독의 말대로 상대에 관한 모든 걸 아는 것이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감독의 말 대로 늘상 휴대전화를 곁에 두고 사는 현대인에게 휴대전화가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만 하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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