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구하라 낸시랭의 ‘사랑법’
입력 2018. 10.22. 11:03:04

낸시랭 구하라

[더셀럽 윤상길 칼럼]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 미묘한 의미를 지닌 단어는 ‘사랑’이 아닐까. 노래의 제목만 보아도 그렇다. ‘사랑의 아픔’(유심초 유시형), ‘사랑은 눈물의 씨앗’(나훈아), ‘사랑은 아프려고 하죠’(MC더맥스), ‘사랑이 술을 가르쳐’(이승기), ‘사랑은 이별을 데리고 오다’(손호영), ‘아프니까 사랑이죠’(민경훈), ‘사랑과 전쟁’(다비치) 등 ‘사랑’을 주제로 불린 노래들을 보면 ‘사랑’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게다가 ‘사랑의 묘약’(도니제티의 오페라)이 있다고 하지만 사랑의 상처를 치유할 ‘약’도 드물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누구나 ‘뜨거운’ 사랑에 홀딱 빠진다. 간질간질한 ‘썸’에 ‘심쿵’하거나, 독점적 연애 관계에 진지하고 성숙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급과 제약이 사라진 시대이니 누구나 연애하고 사랑을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면 ‘노력’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사방에서 날아든다. ‘N포 세대’ 담론이나, 현대인들은 너무 가볍고 경박해서 진지한 사랑을 잃어버렸다는 ‘사랑 불가능’의 진단과, 사방에서 사랑을 들이미는 ‘사랑 과잉’이 공존하는 시대, 2018년의 한국 사회는 너무 뜨거운 사랑의 용광로이다.

대중의 사랑을 자양분으로 살아가는 연예인은 다를 줄 알았다. 사랑을 소재로 하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연기를 하는 그들이어서 적어도 일반인과는 다른, 좀 더 진지하고 책임 있는 사랑을 하리라고 대중은 믿었다. 그들의 사랑 소식에 박수를 보냈고, 알콩달콩 사랑스런 모습에 부러움 섞인 시선을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연예인 커플의 불화설이다. 가수 구하라, 방송인 낸시랭, 배우 김부선에, 15살 래퍼 디아크의 추문까지, 연예인의 비뚤어진 ‘사랑법’과 관련된 TMI(Too Much Information)가 넘쳐난다.

공개연애를 밝혔던 구하라는 남자친구와, 결혼생활 1년도 채우지 못한 낸시랭은 남편과, 사실만으로도 부끄러운 동영상 폭로 협박 같은 ‘리벤지 포르노’ 추문에 휩싸였다. ‘리벤지 포르노’ 유포는 이제 중대 범죄이다. 세상 제 맘대로 사는 ‘막장 인생’에서나 볼 수 있는 범죄이지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연예인 커플 사이에서 폭로되고 공개될 유형이 아니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리벤지 포르노’ 촬영과 유포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노력을 약속한 상황이다.

언론은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엄격한 처벌 요구는 최근 가수 구하라, 방송인 낸시랭의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미투운동’의 중심에 유명 대중예술인이 가해자로 등장하더니, ‘리벤지 포르노’ 사태의 중심에 스타급 연예인이 피해자로 주목받는 현실이니 여기에 쏟아지는 대중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미성년자인 디아크는 여자친구와 SNS상에서 성폭행 공방을 벌인 끝에 서로 사과하고, ‘성폭행 주장’을 ‘성폭행 루머’로 마무리 지었다. 결혼한 사람도, 오래된 연인도, 예순살이 내일 모래인 중견 연예인도, 성년이 되려면 한참을 기다려할 하이틴 연예인까지, 결혼 상태 유무와 연령 차이 구분 없이 팬들의 사랑을 짓밟고 있다. 지난 한 달 사이에 인터넷을 달군 연예인의 사랑법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는 이제 고전이다. 상대방의 ‘허물’까지 사랑하겠다던 이들이 추문의 주인공으로 돌아선 배경은 무엇일까. 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사랑을 ‘마니아(Mania) 상태의 사랑’이라고 규정한다. 마니아 상태는 격정적인 사랑을 말한다. 광기와 분노가 뒤엉켜 계속되는 상태의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상대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환희와 절망이 성난 파도처럼 교차되는 폭풍 노도 시대, 그러나 종말은 갑작스런 파탄을 가져올 확률이 많다. 이들 연예인의 사랑법은 ‘마니아’가 맞다.

연예인의 성 추문이 검색어 1위에 오르는 현상을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애정’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이 잇따른다면,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홍보전문가인 인터크로스 박지은 대표는 “세상 복잡한 가운데, 연예계 누구누구가 불륜이며 누구누구는 양다리네 하는 소식이 쭉 포털 1위에 오른다. 사람이 살면서 개인사가 어떻든 개인들이 선택하고 후회하고 정리할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좀 그들을 내버려 둡시다.”라고 SNS에 글을 남겼다. 연예인의 사랑에 관심을 두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결국 대중은 비뚤어진 사랑을 하는 연예인에게 ‘관종’(관심병)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캘리그래퍼 석산 선생은 “사랑은 눈물을 짓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미소로 화답하고, 비를 맞고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이 되어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예술가는 일반인보다 ‘사랑법’에 밝아야 한다. 연예인도 일반인처럼 언제나 상대방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라고 그는 주문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전화 통화 끝말을 “사랑해”로 장식하는 대화는 바람직하다. 언어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똑같은 말을 만 번 정도 반복하면 생각이 현실로 바뀐다.”라고. 풀이하자면, 말의 지배원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인데, 말이 입안에 있을 때는 내가 말을 지배하지만 말이 밖으로 나오면 말 자체가 나를 지배한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하면 데이트 폭력이나, 동영상 폭로 협박 같은 볼썽사나운 일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을 넘어 유럽대륙에서도 인기가 치솟으면서 세계적 스타의 면모를 과시하는 요즘이다. 한국 연예인의 위상은 사드 파동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륙에서, 혐한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일본 열도에서도 여전히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더욱 연예인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할 때이다. 몇몇 연예인의 일탈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사랑이 멀어질까 두렵다. 이들 연예인의 ‘사랑법’이 궤도를 벗어나 불량스럽더라도, 대중의 행복을 위해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더 많은 연예인이 있음에 감사하는 ‘대중의 사랑법’을 믿는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김혜진 기자, 티브이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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