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무 ‘무로부터’ 展 독창적 해체주의 30년 발자취 [SFW 2019 SS]
입력 2018. 10.22. 13:39:25
[더셀럽 이상지 기자] 브랜드 데무의 디자이너 박춘무가 지난 30년 역사를 망라하는 패션 아카이브 전시 ‘무로부터’를 개최했다.

데무는 1988년 한국 하이 패션계에 별처럼 등장해 ‘데무 스타일’이라는 여성복의 새 시대를 열었다. 도식화된 의상 형태를 해체한 비정형적인 실루엣과 중성적인 디자인은 여성복에 대한 오랜 고정관념을 뒤엎는 파격이였다. 데무는 장식과 색채 사용을 극도로 절제함으로써 옷의 구조적인 형태를 부각하고, 무채색을 통해 색의 오묘한 깊이를 보여주는 전략을 취했다.

선과 면으로 분할된 기하학적인 데무의 옷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고, 우연성에 의해 디테일이 달라졌다. 창조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데무의 무채색 감성을 바탕으로한 이번 전시는 날카로운 구조미와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아카이브 의상들을 통해 의복의 본질에 대한 무수한 탐색과 질문, 대답을 찾아온 데무의 시간을 압축해 보여준다.

독창적인 디테일을 선보이는 해체주의룩부터 절제의 미학을 담아낸 미니멀룩까지, 데무의 옷을 입는다는 건 혁신이라는 애티튜드를 장착함을 의미한다. 데무의 견고하고 진취적인 패션 철학을 시각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이번 전시는 패션의 무한한 가능성과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윤아 변정수 배종옥 송경아 이은미 이혜주 정혜인 켈리박 한고은 한예리 등 10인의 셀럽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그너처 코트 10가지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 데무의 상징 '블랙 앤 화이트'

색채의 양극단에 선 흑백의 다양한 뉘앙스를 활용한 데무의 무채색 감성은 비구축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데무의 상징적 요소다. 빛의 농담에 따라 무한하게 확장되는 무채색은 모든 색의 시작이자 창조의 첫 단계다. 데무는 색채 사용을 절제함으로써 옷의 구조적인 형태를 부각하고 색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일한 검정과 흰색이라도 색을 입히는 소재에 다라 그 느낌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다. 샤, 노방, 메시, 저지 등 빛을 투과하는 패브릭은 지금 우리의 눈에 보이는 색과 형태, 그 너머에 존재하는 디자인의 본직에 대해 새롭게 사유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투명 소재로 지는 100여벌의 옷이 만들어내는 다층적인 아름다움과 무채색의 깊이를 확인 할 수 있다.

◆ 1988 여성복 새 시대 ‘데무 스타일’

1988년 브랜드 론칭 이후, 데무는 ‘데무 스타일’이라는 여성복의 새 시대를 열었다. 의복의 구조와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는 비정형적인 실루엣과 소재의 믹스매치, 중성적인 디자인은 기존의 한국 패션에서 보지 못한 파격 그 자체였다. 기하학적인 절개, 사선과 곡선이 돋보이는 비대칭구조, 과감한 커팅과 생략, 재단과 봉제에 의해 고정된 형태가 아닌 몸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고, 우연성에 의해 디테일이 달라지는 데무 스타일은 한국적 아방가르드 패션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 파괴와 해체로 완성된 ‘미니멀리즘’

장식을 배제한 데무의 미니멀리즘은 ‘간결하다’는 한 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새로운 차원의 열림이 있다. 데무의 아방가르드 정신은 미니멀한 의상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언뜻보기엔 선과 면으로 분할된 단순한 모양새지만 의복의 구조를 해체하여 재조립한 의상들은 날카로운 구조미와 예술적 아우라를 품는다.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업 방식처럼 디자이너는 의도적인 미완성을 통해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을 조각내어 도식화된 의복의 형태를 파괴하고 새로운 텍스처를 보여준다. 이러한 데무의 실험 정신은 1990년대 초부터 데무의 의상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가 김용호가 지적했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재된 모험심을 자극한다. 데무의 옷을 입는다는 건 어떤 애티튜드의 선명한 표명이다. 패션을 포괄하는 삶의 방식에서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다.

◆ 아트웨어의 연장선 ‘박춘무의 아틀리에’

젊고 진보적인 데무의 동시대적 감성은 패션뿐만 아니라 광고, 룩북, 패션쇼 초대장 등 사진과 그래픽 디자인을 통한 2차원적인 이미지로 확장된다. 데무 디자인 철학의 근원이 되는회화 작업과 드로잉, 패션 디자이너 겸 화가인 박춘무의 아틀리에 일부를 전시장에 옮겨왔다. 1990년대 중반 누드 크로키로 시작된 그의 추상 회화 작업은 신체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무채색의 깊이에 대한 실험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는 선과 면의 구조적인 배치와 다층적인 질감의 조화는 데무가 추구하는 미학과 맞닿아있다.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와 다수의 그룹전을 통해 공개된 그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달 4일까지 DDP 배움터 둘레길 지하 2층에서 열린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2019 S/S 헤라 서울패션위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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