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 아닌 시작"…'장기하와 얼굴들', 자부심으로 만든 마지막 앨범[종합]
- 입력 2018. 11.01. 18:35:30
- [더셀럽 박수정 기자]'박수 칠 때 떠나라'. 가요계의 한 획을 그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10년 밴드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다. 마지막 앨범은 그들이 가장 '최고'라고 자부하는 신보다. 마지막 모든 순간을 팬들과 함께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하겠다는 포부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위워크 여의도점에서 장기하와 얼굴들 정규 5집 '모노(mono)'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장기하, 이민기, 정중엽, 이종민, 하세가와 요헤이, 전일준이 참석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앨범인 정규 5집 ‘모노(mono)’가 이날 오후 6시, 국내 각종 음원 사이트들을 통해 공개됐다. 이번 앨범은 전곡이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로 믹스했다. 이는 60년대 이후로 대중음악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 장기하와 얼굴들은 "비틀즈 1집의 오리지널 모노 엘피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을 담고자 했다. 비틀즈 음악은 모노로 믹스돼 모든 악기가 중앙에 몰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곡과 편곡 단계에서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음악이 그동안 추구했던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더라.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혼자'라는 키워드와 '모노'와 비유적으로도 연결되지 않냐. 그래서 이번에 '모노'에 도전하게 됐고, 앨벙명도 그렇게 정하게 됐다"고 앨범을 소개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그건 니 생각이고’와 선공개곡 ‘초심’을 포함해 '거절할거야' '나와의 채팅' '나란히 나란히' '등산은 왜할까' '아무도 필요없다' '나혼자' '별거 아니라고'까지 총 9곡이 수록된다. 타이틀곡 ‘그건 니 생각이고’는 남에게 훈계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씩씩한 척하며 제 갈 길 가자는 의미를 담은 곡이다.
장기하는 '제 갈 길 가자'라는 의미를 담아 타이틀곡 '그건 니 생각이고' 뮤직비디오를 직접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장기하는 "'그건 니 생각이고'는 어떤 사람이건 나름의 길을 가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의미를 생각하다 '걸음걸이'가 떠올랐다. 각자 걸음걸이가 다 다르지 않냐. 100명 이상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제작하게 됐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지난 2008년 데뷔 싱글 ‘싸구려 커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별일 없이 산다’, ‘풍문으로 들었소’, ‘그렇고 그런 사이’, ‘내 사람’, ‘ㅋ’,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탄생시켰다.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반’ 등의 상을 수 차례 수상했으며, 각종 대중음악 시상식에서도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사로잡은 '국민 밴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 앨범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장기하는 "이번 음반 앨범이 완성될수록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번 앨범이 최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6집이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음악적으로는 만족도가 가장 높을 때, 해산하는 게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멤버들에게 먼저 제안했고, 서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적으로 자부심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헤어지니까 훈훈할 수 있는 것 같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서로간에 불만이 쌓인 상태라면 웃으면서 헤어질 수 없었을 것 같다. 우리도 아쉽고 팬들도 약간은 아쉬울 때 마무리를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고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음에 대해 만족감으 드러냈다.
정중엽은 "이렇게 잘 끝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희박한 확률인 것 같다. 즐겁게 활동을 했었다. 이루고 싶은 걸 다 이룬 것 같다. 사건 사고들로 마무리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어 좋다.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지만 재밌는 기억을 갖고 다른 걸 해볼 생각이다"고 밴드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이민기는 "아쉬운 감정이 없다면 거짓말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밴드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생각은 했다. 지금 이 감정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지금은 새 앨범을 잘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12월 31일이 지나야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세가와 요헤이는 "아직 그런 생각이 안든다. 6명이 10년 넘도록 가족으로 지냈다. 가족보다 더 진하게 지냈다. 독립하지만 같은 동네를 사는 느낌일 뿐이다.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다.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단지 '독립'되는 거 뿐이다"고 덧붙였다.
전일준은 "팀을 마무리하자고 같이 의논을 했을 때, 우울하기도 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중간에 합류한 멤버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팬이었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밴드하며 활동을 해왔다. 이렇게 마무리하게 돼 아쉽다. 그래도 앞으로 갈길도 많이 남았고, 새로운 길이 열리는 거라 생각해서 지금은 지금의 할일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해체를 앞둔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올 연말까지 활동한 뒤 밴드 마무리를 예고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각종 공연과 전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마지막 공연 '마무리: 별일 없이 산다'는 오는 12월 29~31일 3일간 서울 서대문구 신총동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마지막으로 밴드 해체 후 향후 개인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바 없다.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남은 2개월동안 장기하와 얼굴들로서 하는 활동에 집중하겠다. 이후 기존에 소속된 밴드로 돌아가거나 개인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발매 직후 오후 8시, 신보 발매 기념 네이버 V라이브를 진행한다. 타이틀곡을 비롯한 신곡 몇 곡을 최초로 라이브로 선보일 예정이다.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