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LOOK] ‘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 주류가 된 ‘부적응자의 패션’
- 입력 2018. 11.02. 15:50:42
- [더셀럽 한숙인 기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이 활동할 당시 사회 상황과 시대 정서에 대한 친절한 설명 없이도 7, 80년대 청년들의 삶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삼포, 사포, 오포까지 ‘자가 포기 세대’가 돼버린 현 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
무엇보다 이 곡이 메리를 위한 노래라고 말했지만 실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제대로 직시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는 것 역시 상징성이 크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음악에 대해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라고 말한 프레디 머큐리의 설명대로 ‘청년=아웃사이더’가 시대를 관통하는 동의어가 된 세상을 향해 “도대체 어떻게 살면 되는 거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프레디 머큐리는 파로크 불사라로 파키스탄 출신의 무슬림이었다. 영국에서 영국인으로 살면서 끊임없이 ‘파키스탄’으로 불리며 차별받고 무슬림의 엄격한 보수주의자인 아버지로부터는 바르게 살 것을 강요당하면서도 늘 자신의 마음에 타오르는 열정을 외면하지 않았다.
천체물리학자 브라이언 메이, 치의학 전공자 로저 테일러. 전자공학도 존 디콘이 자발적 아웃사이더였다면 프레디 머큐리는 이민사회 출신이자 게이라는 사실에 당당하지 못했던 진정한 ‘모태 아웃사이더’였다. 그는 자신이 핸디캡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대놓고 털어내지 못했지만 음악뿐 아니라 패션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결코 감추지 않았다.
영화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는 올인원 보디슈트를 비롯해 딱 달라붙는 초 밀착 팬츠와 티셔츠에 레드 옐로의 비비드 컬러 아우터 혹은 화려한 스터드 장식의 화이트 재킷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는 아이템들로 프레디 머큐리의 성적 정체성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영화는 우연히 한 번 인사한 것이 전부인 메리를 찾아 매장을 방문한 프레디 머큐리가 옷을 고르는 장면에서 그의 성적 정체성이 어떻게 드러나고 그가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메리는 자신을 흘긋거리다 사이즈가 있냐고 어색하게 묻는 프레디에게 여성복 매장이라고 말하면서 그에게 “상관없지 않냐”고 말하며 여자 옷을 건넸다.
프레디 머큐리는 극히 남성적인 얼굴선을 가졌지만 그의 패션 취향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무너뜨린 무성이었다. 그의 유일한 아내이자 영원한 사랑이었지만 결코 함께 할 수 없었던 메리는 그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그의 내면을 이 한마디로 정확하게 꿰뚫었다.
이 때문에 화려한 삶을 산 퀸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가 아닌 공항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던 시절, 록그룹 멤버로 활동한 초창기 시절의 패션이 더욱 매력적이다.
파키스탄의 이국적 취향을 반영한 멀티컬러 손뜨개 스웨터, 컬러풀 패턴 셔츠 혹은 멀티컬러 블록 스트라이프 폴로셔츠에 데님 팬츠와 데님 재킷, 여자 사이즈의 옷을 입은 듯 짧은 아디다스 트랙점퍼는 현 시대가 열광하는 레트로 무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뿐 아니라 메리의 권유로 입은 본격적인 첫 여성복인 와인 컬러의 나이트가운 스타일 재킷과 실크 스카프를 두른 패션은 젠더리스를 넘어 앤드로지너스에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현재 패션 트렌드를 관통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금은 서브컬처(sub culture) 즉 하위문화라는 이름으로 패션가의 메인스트림이 된 당시 아웃사이더들의 패션이 펼쳐진다. 프레디 머큐리는 사회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지만 음악과 패션에서만큼 충분히 자유로웠고 그가 갈구한 자유분방과 해방감이 현 시대 청년들이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자 하는 이유가 됐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보헤미안 랩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