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YG와 윤은혜, “진정한 사과, 그렇게 어려운가”
입력 2018. 11.05. 08:00:41

윤은혜 양현석

[더셀럽 윤상길 칼럼] 지난 주 대중은 두 명의 스타급 연예인에게 크게 실망했다. 배우 윤은혜와 대형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의 ‘진정성 담긴 사과’를 기대했으나, 그들은 그동안 “할 만큼 했다”는 반응으로 대중을 외면해왔다. 그리고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사과하는 형식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윤은혜는 지난 2015년 중국 예능 ‘여신의 패션2’에 출연하면서 국내 디자이너 윤춘호의 드레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대중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당시 윤은혜 측은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한 적도 없고, 표절할 이유도 없다”라고 반박했으나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논란을 기점으로 윤은혜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연예 활동을 중단했다.

윤은혜는 지난해 11월 tvN 예능 프로그램 ‘대화가 필요한 개냥’에 출연, 복귀를 시도했으나 별 반응이 없자 곧 바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때도 표절과 관련한 사과는 없었다. 그리고 10월 31일 MBN 수목드라마 ‘설렘주의보’ 첫 방송을 통해 연기자로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보였다. 배우로서의 재기가 절실한 때이어서 윤은혜는 공식석상에서 다시 한 번 사과 표명을 했다.

지난 31일 열린 ‘설렘주의보’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예전에 공식 석상을 통해 사과하긴 했지만 부족했다. 재차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표절’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담기지 않았다. 여전히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설렘주의보’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첫방(10월 31일) 시청률은 2.79%, 2회차 방송(11월 1일) 시청률은 1.763%를 기록하며 1%대로 곤두박질했다.

사과와 관련, YG 양현석의 경우는 상궤를 벗어난다. 결국 법적 다툼으로 사태가 번졌다. YG 측은 올해 초 종영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MIX NINE)의 데뷔조 무산에 여전히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재판에서 YG는 “데뷔를 놓고 홍보하긴 했지만, 의무는 아니다”란 주장을 펼쳤다. 재판 과정에서 진정한 사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연예기업의 ‘갑질’을 연상케 한다.

지난 10월 31일 서울중앙지법(민사 1002)은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가 YG를 상대로 낸 1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을 진행했다. 해피페이스는 ‘믹스나인’에서 1위를 차지한 우진영의 소속사. YG가 방송 전 계약했던 것과 달리 우진영을 데뷔시키지 않아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피페이스 측은 “최종 선발되면 음반을 발매해주기로 했다. 독점 매니지먼트 기간이 계약상 4개월이었는데 갑자기 3년으로 연장하자는 건 어불성설이다”라고 했다. 이에 YG 측은 “계약서의 데뷔 약속 조항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조항 같은 것”이라며 “흥행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고, 회사의 손실이 예상돼 데뷔를 포기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YG는 “돈이 안 되니 당초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기업 운영 논리를 앞세웠고, 해피페이스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YG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맞선 상태다. 이 역시 YG의 ‘진정한 사과’가 뒤따르지 않아 발생한 사태이다. ‘믹스나인’은 프로그램 시작 단계에서부터 각종 잡음에 휩싸이면서 오늘날의 사태를 야기했다. 양현석의 태도 논란, 성희롱 논란부터, 공정성 논란까지 다양한 논란이 따랐다. 시청률 역시 1% 밑으로 떨어지는 등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사과(謝過)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행위를 말한다. 살면서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알았든 몰랐든, 완벽한 인간이 아닌 이상 실수도 있고 잘못도 한다.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이럴 때 우리는 ‘사과’를 주문한다. 사과의 상대는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연예인의 사과 상대는 직접 상대도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그들을 오늘의 자리에 오르게 한 대중도 피해자다. 연예인 스스로 인정하듯, 현실은 연예인을 이제 ‘공인’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핵심을 피해가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형식 논리에 매몰된 겉치레이고, 나아가 ‘막말’ 수준이다. 물론 아예 형식적 사과조차 않는 연예인도 있다. 역시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일본에서 활동한다는 작가 겸업 방송인 강한나는 일본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한국 연예인은 100명 중 99명은 성형을 한다”는 망언을 했다. 망언 논란이 불거지자 그의 모국인 한국에서는 “사과하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추방하라”는 국민청원이 시작됐다. 그는 이후 자신의 SNS를 비공개 전환하고 잠적했다. 사과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사과는 잘할 때까지 계속 하는 것이 맞다. 윤은혜 양현석은 물론 강한나까지, 일부 연예인들은 집단적 최면에 걸린 듯 무엇이 예의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 있다. “전에 사과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사과해야 하는가?”하는 식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그렇다면 사과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물론 잘 할 때까지 해야 한다. 코미디언 황기순이나 방송인 신정환처럼 대중이 용서할 때까지 사과는 계속해야 한다. 한번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고 대중이 통쾌하자고 사과하라고 하거나 받는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표절을 인정하거나, 데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식의 사과는 실상 핵심적 사안은 아니다. 그보다 대중의 사랑으로 스타 반열에 올라 대중에게 영향력을 지닌 유명 스타가 된 그들이 대중을 배신했다는, 그 두 얼굴이 전체 연예인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이다. 그들의 가슴 한구석에 “뭘 얼마나 사과해야 하는가?”라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지난날 그들의 행적을 명확히 하려는 주문은 이들 스타들의 과거 궤적의 확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은 현재의 그들을 해석하는 거울이고, 보다 밝고 진정성을 지닌 미래의 바람직한 연예인상을 준비하자는 작업으로 봐야한다. 다시 말하자면, 대중이 그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바라는 핵심은 과거 행적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가져서 다시 대중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바람에 있다.

“인식이 잘못되어 있다면 입을 열어 예의 몇 번 차린 것 가지고 사과했느니 뭐니 하고 싸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독일 철학자 칸트의 말이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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