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주지훈 ‘핑크 슈트’ VS 송재림 ‘핑크 셔츠’, 남자의 모순덩어리 핑크
- 입력 2018. 11.27. 14:07:36
- [더셀럽 한숙인 기자] 핑크가 남자에게 더는 파격이 상징이 아니다. 여자에게조차 때로는 핑크가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만큼 남자 역시 핑크 착장 여부가 아닌 ‘어떤 핑크를 어떻게 입느냐’가 관건이다.
주지훈 송재림
주지훈이 지난 23일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핑크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슈트 외에도 셔츠 타이까지 핑크로 맞추고 각각의 아이템을 톤 온 톤으로 스타일링 했다. 이뿐 아니라 슈트 소재가 광택이 나는 새틴이어서 시각적 각인 효과가 컸다.
이 같은 핑크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은 소수성애자와 연결되며 사회적 상징이 더욱 공고해진다. 실제 미국 사회에서는 핑크색이 동성애 코드로 알려질 정도로 사랑스러운 핑크를 둘러싼 보수적 관념은 뿌리가 깊고 넓다.
그러나 트렌드에 대한 수용이 빠르고 일시적인 한국에서는 핑크에서 부정적 사회적 함의를 찾으려 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핑크는 물론 바이올렛까지 한국에서는 철저하게 트렌드로 인식해 사회적 의미와 무관하게 브랜드마다 핑크 옷들을 쏟아낸다.
주지훈의 핑크는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 울트라 바이올렛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끈 2018 SS 시즌 컬러 핑크 라벤더와 비슷한 연결선상에 있는 밝고 화사한 핑크 색감인 ‘프리즘 핑크’다. 황민현은 워너원의 두 번째 미니음반 ‘0+1=1 (I PROMISE YOU)’ 뮤직비디오와 재킷 사진 촬영에서 티셔츠와 캐주얼 재킷을 프리즘 핑크로 통일해 ‘냉미남’에 로맨틱 이미지를 부여한 바 있다.
주지훈의 핑크 역시 황민현과 같은 연결 선상으로 볼 수 있지만 캐주얼이 아닌 포멀 코드의 전체를 차지한 핑크가 ‘투머치(too much)’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따라 청룡영화상에서만큼은 올해 화제가 된 작품 세 편에 출연한 배우에 대한 선망보다는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없는 패션 모험심을 가진 모델 출신 이력에 대한 경탄이 주를 이룬 듯하다.
한국적 정서에 익숙하고 지역 문화의 차이도 너끈하게 넘길 수 있는 핑크룩은 송재림의 핑크 셔츠다. 지난 26일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송재림은 블랙 슬랙스에 화이트 터틀넥 니트와 핑크 셔츠를 레이어드 하고 블랙 더블 버튼 코트를 걸쳤다,
송재림의 핑크는 팬톤이 지난 2016 SS 컬러로 선정했던 로즈 쿼츠다. 비비드의 강렬함을 닮은 프리즘 핑크와 달리 차분한 장밋빛 컬러로 핑크 중에서도 남녀의 경계를 넘어선 클래식 계열로 안착된 색이다. 송재림은 여기에 블랙과 화이트를 더해 모던하게 연출해 공식석상은 물론 데일리룩으로 손색없는 범용성 있는 핑크룩을 연출했다.
주지훈의 핑크가 유독 낯설어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패션의 산업적 역할과 사회적 함의가 한국 사회에서 충돌했다는 점 외에 피부 톤과의 부조화도 한몫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황민현은 잡티 없는 냥한 하얀 얼굴로 역시나 같은 쿨톤의 프리즘 핑크와 조화가 잘 이뤄졌다. 반면 밝고 차가운 프리즘 핑크가 주지훈의 어두운 피부톤과 엇박자가 났다. 그나마 당당한 애티튜드가 역효과를 조금이나 반감하는 역할을 했다.
핑크는 사랑스러움이 매력이지만 그만큼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를 극복할지 타협할지 외면할지는 철저하게 입는 사람의 선택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팬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