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부도의 날’ 유아인이 삶을 대하는 법 [인터뷰②]
- 입력 2018. 11.27. 17:42:47
- [더셀럽 최정은 기자] 배우 유아인(33)은 강렬하다. 작품을 통해 본 그의 모습은 그랬다. 영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마주한 그는 부드러운 매너를 지녔지만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만큼은 대충대충 말하는 법 없이 최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제작 영화사 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난 유아인은 어떤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듯 보인다. 삶에 대해, 자신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에게서 삶을 정면으로 대하려는 확신과 에너지가 느껴졌다. 안정적인 ‘이미지 관리’ 보다는 모험에 가까운 ‘재미있는 삶’을 택했다. 그 대가로 따르는 필연적 위험도 감수할 각오가 돼있다. ‘모험’에 관해 질문했을 때 그는 자신의 직업적 위치,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좀 더 모험에 가까운 선택을 했음을 밝혔다.
“위험성 없는 모험은 관광이다. 모험의 재미를 추구하고 그런 삶의 방식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위험성을 줄이는 방식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리스크를 감당한다. 나도 안정을 추구하고 있지만 모험을 통해 새로운 안정을 가져가고자 한다. 내 삶을 좀 더 재미있게 가져가고자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연예인이) ‘이미지’를 통해 뭔가를 드리는데, 실망을 하거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마구잡이 도전이나 실험은 불가능하지만, 일정부분 신념이 있고 시행착오를 겪을 의지가 있다면 몸을 던지기 위해 준비하는 것 같다.”
이미지 관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다. 유아인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그는 ‘미움 받을 용기’를 갖고 자신이 택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또한 그는 자신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그는 자신의 행보를 ‘모험’에 빗대었다.
“그(내가 택한) 모험이 성취적인 건지 재미있는 건지 재미없는 건지 고립인지 소통인지 내 입으로 말할 수 없지만 오래 지켜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좀 예쁘게 봐줬으면 한다.(웃음)”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반박하는 상대와 맞선다. 연예인으로서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그 자신도 알고 있듯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 외부인 혹은 기득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고 나 역시 그 안에 살아가며 고민, 공감대, 거부감을 같이 느끼며 내부자로 살아가고 싶다. 스크린 안의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여전히 관객의 내부자라 생각한다. 그 안에서 배우, 연예인으로서 안정되게 밥그릇을 지키는 걸 추구하는 삶보다 솔직하고 재미있게 내 인생을 사는 게 성장하는 방법 아닐까? 힘들고 답답할 때도 있고 상처 받을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내가 실수할 때도 있다. 옳은 말이 하고 싶은 게 아니고 저마다 의견을 표현하는 사회적 약속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이런 게 불가능한 게 아니고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함께 표출해 나가는 것들. ‘한국은 늦었어, 뒤쳐졌어’ 하는 건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의 태도는 아니라 생각한다.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게 관객이 내게 부여한 영향력을 잘 사용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유아인은 이른바 ‘영혼 없는’ 사과는 안 한다. SNS 등에서 논란이 되면 영혼 없는 사과라도 하는 것이 편리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그는 맞서는 길을 택한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대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중의) ‘일부’라 생각한다. 예전에 트위터에 ‘미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사과 말라.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사과 말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후배들이 안 그랬으면 한다. 그래야 연예인이 소비의 대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따듯한 마음, 좋은 기분을 가져가기 위해 소비가 필요하지만 좀 뭔가 솔직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예전과 달리 즉각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다. 과거의 연예인과 달라져야 한다. 기성의 틀 안에 날 집어넣기보다 내게 맞게, 세대에 맞게 가야한다. 관객과 공감대가 있지만 매일 좋기만 할 순 없다. 예쁜 말 만 어떻게 하겠나."
유아인은 사람들이 때때로 불평불만도 얘기할 수 없고 어떤 때는 스스로 을이 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대중과 연예인의 관계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대중과 연예인의 관계가 권력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탈피해 동등한 관계가 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연예인이 욕을 많이 먹는 이유는 대중과 가까워서다. 삶과 더 밀접한 건 정치지만 일상의 감정에 밀접한 건 연예인이잖나. 어떻게 밸런스 잡고 태도를 결정하고 살아갈 것인가. 너무 진지한 것 같지만, 진지하기 싫어서, 튀면 안 되는 세상이어서 안 하기 시작하면 공허하고 헛헛하다. 나 같은 애도 있다. 좀 달라도 되는 애. 그런 일을 하고 있고 일이 날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아닌 척 같은 척 안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집 한 채, 광고 한 편을 위한 노력보다 지금 더 내게 재미있는 걸 한다. SNS에 국한된 노력은 아니다. 질문을 많이 하고 논란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애는 아니다. 어떤 견해를 갖고 삶을 운용하고 결정하는 것뿐이다.”
그런 유아인을 주위에서는 걱정하기도 한다. 김혜수는 아끼는 후배인 유아인에게 ”아인아, 위엄한 일은 하지 말라“며 걱정한다. 유아인은 그런 김혜수를 보며 ”좀 편히 살라“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난 그것(안정)보다 지금 재미있게 사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엄마도 좀 재밌게 지켜봐줘’라고 한다. 혜수 누나 역시 친누나 같은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선 모험에 도전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면에선 책임 안에서 가져가는 게 크다. 살다보니 경력이 쌓이고 주변에 사람이 생기고 감당할 것도 생기다 보니 무조건 모험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주변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도전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UAA, 김재훈 포토그래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