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킷레인 수장 루피 “롤모델 스티브잡스, 새로움에 대한 끝없는 생각” [인터뷰①]
- 입력 2018. 12.04. 13:11:32
- [더셀럽 이상지 기자] “내 롤모델은 스티브잡스다. 내가 몽상가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남들이 걷는 길을 똑같이 걸어가는 것이 내겐 매력적이지 않다. 계속 어떻게 하면 다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루피)
힙합 마니아 사이에서 래퍼 나플라와 루피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수의 프로듀서들이 인정하는 나플라는 특유의 칠한 그루브로, 루피는 하이 톤의 목소리로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나란히 케이블TV Mnet ‘쇼미더머니777’ 출연해 우승과 준우승을 거머쥐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인정받는 실력을 미디어를 통해 증명했다. 그리고 ‘쇼미더머니777’ 이후 ‘루플라’라는 이름의 듀오를 결성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루플라가 인정받는 이유는 단지 음악성이 전부는 아니다. ‘돈, 여자, 허세’를 빼놓으면 설명이 힘든 한국 힙합 신에 ‘실력, 열정, 비전’을 제시하며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들이 한국 힙합의 흑역사를 지울 가장 트렌디한 래퍼로 손꼽히는 이유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루플라의 새 싱글 앨범 ‘워크 업 라이크 디스(Woke Up Like This)’ 발매를 하루 앞두고 루플라는 라운드 인터뷰를 열고 더셀럽을 만났다.
“최근 한국 힙합 신에서 슈프림팀 다이나믹듀오처럼 듀오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없다고 판단했다. 루피와 나플라 듀오가 함께 음악을 해보자고 계획했던 건 ‘쇼미더머니’ 출연 이전이었다. 다행히도 좋은 결과가 있어서, 루피 나플라 프로젝트에 대한 추진력이 생겼다”(루피)
루피와 나플라, 두 사람의 첫 인연은 2004년 미국 LA에서 시작됐다. LA 한인 타운에서 열린 공연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음악적 비전을 발견했다. 당시 유학생이던 루피는 LA 출신 나플라에게 현지의 음악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이듬해 1월 메킷레인이라는 크루로 뭉쳐 작업을 시작했다.
“LA의 바이브를 한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혼자보다는 다른 아티스트와 힘을 합쳐야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나플라와 크루 동생들의 음악이 인상이 깊었다. 내가 나플라에게 먼저 다가가서 ‘한국에 우리 음악을 들려주려고 했는데 네가 꼭 필요하다, 설득력 있게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말만 하니까 안 믿었는데 루피 형이 ‘이런 곡을 준비했는데 이 비전을 보고 맘에 든다면 함께해도 좋다’고 제안했다. 그 비전을 말 한대로 이뤄지는 게 보이더라. 믿음이 생겼다”(나플라)
오랜 시간 동안 음악적인 동료로 함께 해온 두 사람은 메킷레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레이블의 수장이자 래퍼인 루피와, 루키로 떠오른 나플라의 조합은 꽤나 신선하다. 루플라의 신보 ‘워크 업 라이크 디스’는 매일 눈을 뜬 뒤 반복되는 이상에 대한 루피와 나플라의 생각을 담은 곡. 올해 초 발표한 ‘러프 월드(Rough World)’ 이후 10개월 만의 작업물이다. 트랩 비트에 강점을 지닌 나플라가 칠한 바이브의 곡을 선택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성적으로 곡을 준비했다. 곡 준비 단계에서 그때 날씨 조명 무드가 느껴질 수 있도록 솔직하게 작업했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바라보는 눈과 귀가 많아짐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음악이 어떤 장르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결과였다”(루피)
“‘쇼미더머니’ 이후에 나오는 곡이다 보니 힙합 리스너뿐 아니라 대중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뒀다. 지금 날씨도 춥고 하니까 그런 점도 염두 했다. 대중적으로 모두가 들을 수 있는 곡을 찾아냈다”(나플라)
한국에서 힙합이 트랩 장르에 국한되거나 ‘쇼미더머니’ 이후 디스 문화가 전부라고 바라보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힙합의 본고장 LA 출신 루피는 이런 한국 힙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장르를 규정짓지 못하는 게 힙합이다.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고 힙합의 장르와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게 힙합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을 담아내고 철학을 담아내는 것만이 힙합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힙합은 파티 문화에서 시작했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의 흐름 역시 파티 음악이다. 열광하고 춤추고, 락 콘서트처럼 힙합 콘서트를 즐기는 추세다”(루피)
그는 지난 7월 국민 참여로 만든 성평등 힙합 음원 ‘해야 해’에 참여하며 자신의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해야 해’는 이퀄리스트의 관점에서 남성이 상처 주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미국에서 유학 시절을 보낸 그에겐 평등이라는 가치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어떤 부분이 실례가 될까’는 것이다. 가령 외국 친구가 제게 김치를 주면 기분이 나쁘다고 표현할 수 있다. 당연히 김치를 좋아할 거라는 선입견이 곧 인종차별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문제화하는데 좀 더 성숙하다고 느꼈다. 메킷레인 동생들은 그런 문화 속에서 자랐다. 나보다도 자연스럽게 평등, 인종 문제, 성 평등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가 배어있다. 내가 여성 평등 곡에 참여했던 이유는 ‘평등’이라는 말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종 나이 성차별 없이 모두 동등해야 한다는 걸 배웠고 그게 성숙한 의식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참여했다”(루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곧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면 구별될지, 내가 누구인지, 남과 다른 나만의 것을 포장해서 고민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가장 경쟁력 있다고 배웠다. 출발선에서 다르다는데 자부심이 있다”는 루피의 설명. 이날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며 한국 힙합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한국에서 저스트 뮤직이 탕수육을 팔고, AOMG가 피자를 판다면,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팔자. 탕수육을 더 많이 파는 게 아니라. 전혀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자, 미국에서 경험하고 배워왔던 것을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포장해서 보여주자. 음악적으로나 행보. 미디어, 비주얼, 콘텐츠 등으로 담아내려는 목적이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킷레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