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읽기] 황교익 칼날의 끝은 백종원이 아니다?
- 입력 2018. 12.14. 16:13:31
- [더셀럽 한숙인 기자] 이른바 먹방 쿡방 등으로 불리는 음식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적 성공의 아이콘 황교익과 백종원이 적과의 동침 양상을 띠다 급기야 적대 관계로 완전히 돌아섰다.
tvN ‘수요미식회’ 황교익,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
백종원은 황교익이 자신을 저격하는 듯하는 발언에 ‘평론가이기 때문에’라는 말로 그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설탕 전쟁 이후 2년 8개월여, 막걸리 테스트 논란 이후 2개월여 만에 드디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대중 미디어를 통해 유명인 대열에 오른 그들은 한 사람은 평론가로서 또 한 사람은 외식 사업가로서 선 긋기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황교익은 지난 10월 2일 페이스북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9월 5일 대전편에서 진행된 ‘막걸리 테스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후 현재까지 2개월여 간 ‘백의종군’ 식의 논쟁을 이어왔다. 2개월여의 긴 논쟁은 외적으로 ‘꼰대 논객의 비아냥’ 쯤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띠었다.
결국 황교익의 지루한 논쟁은 백종원의 응답을 받았다. 지난 12일 백종원은 한 매체를 통해 “현재의 백종원은 보지 않고 예전 한 방송 프로그램의 재방송만 보며 이야기하는 것 같다”라며 답답하다 못해 불편한 심경을 털어놓으면서 황교익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황교익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명확하다. 황교익의 주장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백종원이라는 특정인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듯해 오히려 논점을 흐린다고 지적한다. 급기야 한 시사평론가는 황교익의 백종원을 항한 공격 기저에 ‘열등감’이 깔려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이런 공격을 받고도 황교익은 유튜브 채널 ‘황교익TV’에서 11일 ‘다섯 가지 맛 이야기-두 번째 에피소드, 단맛’을 통해 다시 한 번 ‘집밥 백선생’에서의 ‘백종원 레시피’를 분석했다. ‘슈가 보이’라는 애칭을 멍에처럼 안고 있는 백종원의 설탕 사용을 다시 지적하는가 하면 해당 방송에서 MSG 사용했다는 사실을 전해 설탕에 이어 MSG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황교익은 기자 출신 논객이다. 그의 논점은 분명하다. 그는 먹방 쿡방 등 음식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대중적 인기를 끄는 특정인의 말이 반박불가의 절대논리처럼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위험천만한 현실을 지적한다.
백종원의 인터뷰가 보도된 후 황교익은 13일 페이스북에 “평론가는 개인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백종원 개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 백종원 방송과 백종원 팬덤 현상에 대해 말할 뿐이다”라며 막걸리 테스트 당시 막걸리 맞히기 설정과 조작된 편집에 대한 지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틀린 말이 없다. 그런데 마치 부모님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 잔소리로 들리는 것처럼 황교익의 주장 역시 비슷하다. 어른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같은 말을 어투하나 달리하지 않고 무한 반복한다. 황교익 역시 같은 주장을 계속 되풀이해 대중이 그의 진심을 외면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쯤에서 황교익의 주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방향을 틀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황교익의 주장대로 라면 황교익은 설탕이 결코 해롭지 않다고 믿고 싶어 하는 대중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든 ‘백종원 레시피’에 대한 공격이 아닌 광고나 협찬 등을 이유로 방송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기호 식품에 대한 분석으로 전환해야 한다.
역시나 방송에서 오락성을 위해 짜깁기되는 소위 ‘편집’이 얼마나 원래의 참된 의도를 훼손할 수 있는가를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으로서 날 것 그대로 알려줘야 한다. 이로써 대중이 방송이 심어준 음식 맛에 대한 판타지를 깨고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마치 인문학 저서에 대한 대중의 반응과 일맥상통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는 똑 같고 그런 일상사에 대한 고답적인 지식을 늘어놓는 책을 굳이 시간 내서 읽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서점가에서 인기를 끄는 한병철, 유발 하라리 같은 학자들의 저서를 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이전의 지식인들과 다르지 않지만 사례가 다르고 보는 관점이 다르고 해석이 다르다.
황교익은 자신의 주장에 가장 적합한 사례로 백종원을 택했으나 그 다음이 필요하다. 개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대중적인 지지를 확보하려면 자신의 논리 안에서도 진화를 해야 한다.
황교의 주장이 바른 주장으로 대중에게 파고들기 위해서는 왜 자신이 백종원 저격남으로 보이는 지에 대한 심사숙고가 선행돼야 할 듯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수요미식회’ 페이스북,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스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