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한국 아줌마’ 김부선, 들춰내는데 끝나버린 ‘미완의 투쟁사’
입력 2018. 12.17. 18:16:20

김부선

[더셀럽 한숙인 기자] ‘난방 열사’ 김부선이 결국 이재명과의 추문 공방을 접었다. 김부선은 아파트 난방비 비리 문제를 오랜 시간 끌고 온데 반해 이재명과 불륜 공방은 5개월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김부선은 난방비 비리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소 주책맞게 여겨졌던 ‘아줌마’의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부당함에 맞서는 긍정적 이미지로 전환해 ‘대한민국 아줌마’라는 키워드에 자긍심을 심어줬다.

난방비 비리 문제는 김부선에 의해 실제 아파트에서 비일비재 이뤄져왔음이 알려졌다. 그러나 김부선은 올해만 두 차례 상해 혐의 벌금 200만원, 명예 훼손 혐의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난방 비리 문제의 중요성을 퇴색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재명 도지사의 불륜 여부를 둘러싼 법정 공방 역시 요란스럽게 시작된 처음과 달리 용두사미 격으로 결론지어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도지사와의 법정 공방에서 하차 의사를 밝힌 김부선의 결정은 지난 14일 한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관련 사안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김부선은 이재명 도지사가 자신을 ‘허언증’ 환자로 몬다는 명예 훼손을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진술했음이 한 매체에 단독 보도 됐다. 이어 이틀 뒤인 16일 페이스북에 ‘딸 미소의 오랜 요구를 이제야 받아들이게 돼 미안하다’며 더는 소송을 이어갈 뜻이 없음을 에둘러 전했다.

김부선은 섹시 스타로 군림하던 과거에는 작품보다 대마초 불륜 등 배우의 전형적인 추문으로 유명세를 탔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주위 사람들을 머쓱하게 하는 예측할 수 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무모할 정도의 거침없는 솔직함은 섹시 스타라는 꼬리표를 때고 ‘목소리 큰 아줌마’로 친근감을 유발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회 부조리에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전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 이르렀다.

김부선이 2014년 아파트 난방비 비리 문제를 처음 제기했을 당시에는 ‘유난스럽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노회한 섹시 스타의 유별난 행동쯤으로 여겨지던 난방비 비리가 실은 대단위 아파트 군락인 도시에서 은밀하게 이뤄져왔음이 알려졌다. 확증은 없고 의심만 난무했던 난방 문제가 일부 사실임이 드러나면서 김부선에게 ‘난방 열사’라는 훈장을 안겼다.

이후 그녀는 이효리 수지 등 소위 소셜테이너 못지않은 영향력은 물론 진보진영과 연관된 주요 정치 인사로까지 거론되며 사회적 지위 이동이 이뤄졌다. 그녀의 주장은 이전 사회운동가들과 달리 논리와 메시지의 치밀성이 부족하지만 날 것 그대로의 단어와 문장으로 대중에게 깊은 각인 효과를 냈다.

그녀는 스스로 희화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멋쩍어하기는커녕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부당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고, 부당함을 수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식의 주장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김부선은 난방비 비리 문제를 제기한 이후 그녀의 이름이 사회면으로 옮겨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녀의 이 같은 영웅적 행보가 정치권과 만나면서 퇴색됐다.

김부선은 ‘이재명 여배우’라는 키워드로 이재명의 과거 밀회 사실 의혹이 지난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공개되자 빠르게 해당 여배우가 자신임을 인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가 찍었다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이재명을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이재명은 김부선과의 추문이 일파만파 확산됐음에도 경기도지사에 당선되고 그녀를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운 강용석이 도도맘 남편 조씨의 위임장 위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면서 결국 투쟁 중단으로까지 이어졌다.

김부선은 ‘전략 없는 주장’의 허무한 결말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김부선의 무모할 정도의 솔직함은 절대다수가 외면해온 현실을 수면 위로 드러냈지만 결국 진실에 도달하는 데는 실패했다.

부도덕한 추문의 중심에서 자신이 추문의 주체로 거론되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김부선의 무모함은 치밀함을 동반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의 전략 부재를 메울 수 있는 진실한 동반자만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거둘 수 없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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