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나쁨도 정의로울 수 있는가?” ‘나쁜형사’ 속 19금 나쁜 형사들
입력 2018. 12.18. 15:35:17

MBC ‘나쁜 형사’

[더셀럽 한숙인 기자] ‘나쁜형사’는 정의사회 구현이란 허울 좋은 명분을 벗어던진다면 형사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정의사회 구현은 정의로운 과정이 아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는 신념의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MBC 월화 드라마 ‘나쁜형사’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 법의 영역을 위태롭게 넘나드는 형사 우태석(신하균)과 범인을 잡기에 앞서 개인의 이득과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전춘만(박호산)이 나쁜 형사 자리를 놓고 빅매치를 벌이는 듯하다.

형사로서 이 둘은 양 극단에 서있는 듯하지만 같은 선상을 걷고 있다. 과거의 한 지점에서 있었던 과오로 인해 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의 대체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 검거에 집착하고 또 한 사람은 과거를 덮기 위해 같은 과오를 반복한다.

이로 인해 우태석은 검거율 100%라는 실적이 무색하지 않게 범인을 잡아들이고 전춘만은 태석이 잡은 결정적인 범인을 풀어준다. 이뿐 아니라 전춘만은 과학수사팀 성미라(김나윤)가 현장에서 찾은 결정적 증거물을 역시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은닉한다.

표면상으로 보면 전춘만은 비리 경찰이고 우태석은 정의로운 경찰이다. 그러나 둘의 행동은 같은 지점에서 꼬여 같은 사건으로 얽혀 있고 배여울(이설)에게는 한 치의 차이도 없는 똑 같은 가해자일 뿐이다. 우태석에게도 전춘만에게도 정의는 ‘개뿔’이다. 이들의 모든 행동은 과거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경찰학교 학생과 교관으로 시작된 인연이 악연으로 바뀐 지점은 과거 권수아 살인 사건이었다. 고등학생 권수아 사체가 발견된 현장을 지켜보던 여울은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우태석에게 목격됐다. 태석에게 자신이 본 범인을 말했지만 목격자 증언은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아니 절실하게 말했다.

그러나 태석은 살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있었던 또 한명의 여고생이 담당 형사에게 진술을 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는 사실과 그 여고생이 자신의 여동생 우태희(배윤경)임을 알게 되고 형사로서 신념에 반하는 선택을 했다.

태석은 태희 대신 여울을 전춘만 앞에 세웠다. 그러나 전춘만은 범인 장형민(김건우)을 앞세우고 등장해 증인을 범인 앞에 노출하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두 사람 모두 악의로 시작된 행동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태석은 단지 전춘만에게 진술을 하면 그만이라고, 전춘만은 범인 장형민(김건우)의 말 그대로 목격자라고 밝힌 여고생을 형민의 스토커쯤으로 생각해 대질 심문으로 10대 여자아이의 거짓말을 밝히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형사로서 합당하지 않은 선택을 했다. 사건의 정황을 면밀하게 분석하지도 않은 채 목격자를 사건의 중심으로 성급하게 끌어들였다.

태석은 범인이 형민임을 알고 있었고 춘만은 형민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다. 태석은 목격자 증언만으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고 쉽게 결론을 내버렸다. 춘만은 동네 유지 아들이 연쇄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춘만 뿐 아니라 태석 역시 목격자가 한 명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커녕 여울이 권수아의 살해에 가담했으리라고는 생각조차하지 못했다. 이들의 섣부른 확신과 추정은 목격자 살해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나쁜형사’의 ‘나쁘다’의 사전적 의미는 ‘좋지 아니하다’이다. 따라서 ‘나쁘다’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 ‘성품이나 인격 따위가 원만하거나 선하다’라는 ‘좋다’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

태석과 춘만 모두 ‘좋다’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 범인이 누군지 알고 그 범인이 얼마나 잔혹한지 아는 태석은 여울을 목격자로 세웠다. 춘만 역시 목격자 가족을 향한 보복 살해를 목도했었음에도 집에서 나온 연쇄살인 증거물을 덮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태석이 자신의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범인들을 놓치지 않았다고 해서 태석의 나쁨을 허용할 수 있을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샌델의 문답식 토론만큼이나 심오하다.

‘나쁜형사’는 형사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현실감 있게 그린다. 정의를 위해서는 적어도 형사라면 열사처럼 내 한 몸 불사르는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믿지만 그건 불로소득을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바람이고 욕심이다.

태석은 혈육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보통사람다운 선택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선택을 실행을 옮기는 과정은 지나칠 정도로 치밀했다. 동생 태희를 살리기 위해 여울을 유일무이한 목격자라고 믿을 수밖에 없도록 치밀한 각본을 짰다.

춘만은 권력자와 그 권력의 파생물에 취해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드는데 적극 가담했다. 그의 형사로서 이력은 그렇게까지 될지 몰랐다는 말을 피해갈 수 없게 한다.

‘나쁜형사’는 지금까지 연쇄살인범 장형민을 잡기 위한 태석과 장형민을 풀어줘야만 하는 춘만의 갈등과 대립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10회에서 불길 속에서 태석을 살려낸 여울이 그의 귀에 대고 복수를 예고해 11회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천재적 사이코패스 두뇌를 가진 여울, 아니 은선재의 복수는 ‘나쁜형사’가 정의하는 나쁜 형사가 누구인지에 접근하게 해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BC ‘나쁜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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