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의 완벽한 퍼즐이 된 송강호 [씨네리뷰]
입력 2018. 12.19. 13:20:45
[더셀럽 이원선 기자] 우민호 감독이 생각한 미장센이 영화 '마약왕'에 녹아들어 완벽한 퍼즐 송강호를 만났다.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 이두삼(송강호)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그린다. 이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와 영화 '내부자들'로 900만 관객을 동원한 우민호 감독이 만난 작품이기에 개봉전부터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마약왕'의 배경은 1972년부터 1980년 봄까지 독재 정권의 혼란 속에 있었던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담는다. 특히 마약으로 백색 황금을 누리려 했던 이들의 파노라마 같은 삶을 오롯이 담아낸다. 국내 최대 항구 도시 부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실제 마약 유통 사건들이 담긴 점은 영화 '마약왕'의 매력 포인트로 들 수 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은 '열 번 실패해도 한 번 성공하면 팔자 고친다'는 한탕주의가 만연했다. 극 초반 이두삼은 '열 번 실패'라는 상을 담는듯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로 생활한다.

하지만 같은 시기 대한민국에서는 '일본에 마약을 수출해서 중독자를 양산하는 건 애국'이라는 반일감정이 떠오르고 있을 때였다. 즉 일본에 마약을 수출하는 마약왕들이 도리어 애국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였다. 이 과정에서 이두삼은 마약 제조와 유통에 눈을 뜨며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본격적인 마약 범죄의 세계에 뛰어든다.

'마약왕'에는 1970년대 이두삼이라는 한 인물의 일대기가 그대로 담겼다. 이런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두삼의 감정선을 연기하는데 필요했던 건 단연 송강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강호는 '마약왕'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을 선포했다. 영화 '택시운전사' '변호인'에서 보여줬던 소시민적인 모습과 함께 이두삼만이 낼 수 있는 광기와 파격적인 감정선은 '역시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야기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송강호의 모습은 단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그에 따른 강렬한 흡입력도 선사한다. 특히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마약왕 송강호의 모습은 단연 '송강호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찬사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내세운 가장 큰 틀은 '마약'이다.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실제 마약 유통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 시대상을 담아냈을지라도 우민호 감독의 사실적인 연출력과 송강호의 소름돋는 연기는 그 당시 마약왕들과 마약 그 자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자칫 영화가 누군가에겐 악영향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영화 속 묘사가 꽤나 구체적이고 그를 잘 살린 송강호의 연기 때문일 터.

영화는 139분의 긴 러닝타임을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우민호 감독은 마약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작품을 그렸지만 '내부자들'과 같이 장면 장면 변하는 커트와 화려한 색채, 이두삼의 인생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된 70년대를 관통한 음악들은 송강호의 연기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렇듯 '마약왕'만 오롯이 보면 우민호 감독과 송강호의 조합은 완벽했다. 하지만 '내부자들'을 기대했다면 그보다는 무겁고 단촐한 주제에 화려함을 크게 느낄 순 없을 것이다. '내부자들'이 인물들과 사건 간의 디테일한 관계를 그렸다면 '마약왕'은 오롯이 마약왕 이두삼 이야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강호는 우민호 감독의 미장센에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작품 속 이두삼 그 자체가 되었던 송강호의 감정들을 따라간다면 변화무쌍한 그의 삶을 이해하고 연민까지 느낄 수 있을 것. 아울러 조정석 배두나 김소진 김대명 이성민 등 거물급 배우들의 출연은 그의 일생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는 19일 개봉애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이원선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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